8월 텔레그램 '흥행 신기록'…딥페이크 논란, 숨어드는 가해자들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24.09.0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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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이용자 347만명, 전월比 10%↑…이용자 증가폭 '역대 최대'

텔레그램 국내 MAU 추이/그래픽=김다나텔레그램 국내 MAU 추이/그래픽=김다나


각종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된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의 국내 이용자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8월에는 30만명 이상 늘면서, 역대 최대치의 성장세를 과시했다. 지난달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유포 논란이 거셌는데, 이용자들은 도리어 수사당국의 눈을 피해 음지로 파고드는 흐름이다.

3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텔레그램의 국내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347만1421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월 대비 9.84%(31만1130명) 늘어난 수치다. 이는 모바일인덱스가 제공하는 2021년 3월 이후 텔레그램 MAU 데이터를 통틀어, 전월대비 최대 규모의 이용자 증가 폭이다.



이전까지 텔레그램 MAU가 가장 많이 늘어난 시기는 2021년 12월이었다. 전월 대비 22만4290명(8.5%)이 증가했다. N번방 사태 이후 디지털 성범죄 영상 유통을 막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시행됐는데, 대규모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불법 촬영물을 관리·감독하고 조치할 책임을 부여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카카오톡 오픈채팅 등에서 전송되는 사진·영상·압축파일 등이 사전 검열된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실제로 일부 동영상과 움짤에서 불법촬영물이 아닌지 검토한다는 문구가 표시되기도 했다. 이를 정부 차원의 사적 검열로 받아들이는 여론이 고조되면서 '망명지'로 텔레그램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후 텔레그램 이용자가 폭증한 시기는 2022년 10월이었다. 전월 대비 MAU가 20만1585명(7.38%) 늘었다.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에 따른 카카오톡 오류 사태가 원인이었다. 상당 기간 이어진 불통 사태로 지인과의 소통을 위해 카카오톡 외 다른 모바일 메신저를 찾는 사람이 늘어났으며 텔레그램 역시 수혜를 봤다.

앞선 텔레그램 이용자 증가 사례는 국내 독보적 1위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대체·보완재 성격이었지만, 지난달은 다른 양상이었다. 지난달에는 딥페이크 음란물이 사회악으로 떠올랐고, 해당 음란물의 주된 제작·유통의 현장으로 텔레그램이 지목됐음에도 이용자는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난 역설적인 상황이다.

확실한 이유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딥페이크 음란물 논란이 정부 대책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지면서 이용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또 모바일 업계 한 관계자는 "딥페이크 논란 이후 경찰 수사의 대처법을 공유하거나 '잡힐리 없다' '안심해도 된다'는 얘기를 하고 있지 않나"라며 "가해자들이 오히려 텔레그램을 안전지대로 여기는 것 같다"란 관전평도 내놓았다.


일각에선 텔레그램 등 문제가 되는 플랫폼에 대한 근본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앞서 텔레그램 창업자이자 CEO(최고경영자)인 파벨 두로프는 온라인 성범죄 등 각종 범죄를 공모한 혐의 등으로 최근 프랑스 검찰에 의해 기소된 바 있다. 우리 경찰도 이날 성범죄 방조 혐의로 텔레그램 법인에 대한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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