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맏사위 vs 삼부토건 손자' 현찰 2억원 대여 진실은?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4.09.02 05:30
글자크기

[선임기자가 판다]4일 대여금 반환청구 소송 1심 선고 결과 따라 확전 가능성…2억원 용처 관심도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사진 왼쪽)와 친구였던 조창연 전 BRV코리아어드바이저 고문(삼부토건 창업주 손자, 오른쪽)/사진=머니투데이 DB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사진 왼쪽)와 친구였던 조창연 전 BRV코리아어드바이저 고문(삼부토건 창업주 손자, 오른쪽)/사진=머니투데이 DB


삼부토건 창업자의 손자인 조창연 전 BRV코리아어드바이저 고문이 고 구본무 LG선대 회장의 맏사위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대여금 반환 청구소송의 1심 선고가 오는 4일 진행된다.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 10일 소장이 접수돼 올해 2월 조정회부 결정이 났으나 조정불성립으로 6월 5일 첫 변론기일이 열렸고, 이후 두차례의 변론을 마치고 4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법정 동관 453호에서 선고가 이뤄진다.



조 전 고문과 윤 대표는 경기초등학교 동기(23회)로 조 전 고문의 부친(조남원 전 삼부토건 부회장)이 대표로 있던 남우관광(삼부토건 자회사) 소유의 서울 강남 르네상스호텔 건물과 부지 매각작업을 2016년 함께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표가 운영하는 펀드가 투자한 VSL코리아(현 다올이앤씨)가 2016년 4월 르네상스호텔 부지 인수자로 선정됐고, 그해 10월 금융권에서 1조 3000억원을 대출하기 위한 약정을 눈앞에 뒀을 때 2억원의 현금을 요청했다는 게 조 전고문의 주장이다. 조 전 고문은 2016년 9월에 윤 대표가 자신에게 5만원권으로 현금 2억원을 가져오라고 해 빌려줬며 이번 소송을 시작했다. 그의 주장이 사실인지는 이번 선고에서 가려진다.



세간에선 친구사이였던 조 전 고문이나 윤 대표가 겨우(?) 2억원 때문에 소송을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 고문은 2억원 외에도 르네상스 호텔 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산관리회사(SLI)에 초기 투자했던 자신의 지분에 해당하는 배당수익 수십억원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이번 1심 선고결과에 따라 확전 가능성도 점쳐진다.

2016년에 강남 르네상스호텔에 무슨 일이?
'LG맏사위 vs 삼부토건 손자' 현찰 2억원 대여 진실은?
삼부토건은 2011년 유동성 위기에 빠져 핵심자산인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237에 위치한 연면적 23만9242㎡의 르네상스 호텔 건물과 부지를 2년내에 매각하기로 하고 우리은행 등으로부터 7500억원의 담보대출 약정을 맺었다. 이후 삼부토건은 다수의 우선협상대상자(MDM, 이지스자산운용 등)와 9000억원~1조 1000억원 사이의 매각협상을 벌였으나 모두 무산돼 약속 기한 내 매각이 불발됐다.

뒤이어 진행된 공개매각 과정은 더 험난했다. 2015년 10월 약 1조 8560억원에서 시작한 공매가는 12월말 10차 7575억원까지 약 60% 떨어졌지만 유찰됐다. 이듬해 4월 다시 시작된 2016년 2차 공매에서 윤 대표가 중심이 된 중견건설업체 VSL코리아가 6900억원에 단독응찰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그리고 2년여 후인 2018년 7월 개발사업이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지스자산운용 등에 1조 1563억원에 재매각했다.


금융권으로부터 조달한 약 9000억원의 차입금 만기도 2021년 4월로 넉넉히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초 2021년 총분양가 1조 9058억원(멕킨237 2017년 감사보고서) 달성이라는 목표에 미련을 두지 않고 3년 앞서 조기 자금회수에 나섰다.

조 전 고문은 수익화의 과정에서 자신의 몫이 있다고 주장한다. 조 전 고문은 2016년 6월 시행사인 멕킨237PFV의 자산관리회사인 에스엘아이(SLI)지분 25%를 매입했다가 윤 대표의 권유로 그 지분을 이상준 SLI 대표에게 넘겼다는 것이다. 재계에선 당시 조 전고문이 SLI 지분을 넘긴 이유는 호텔 매도자 측( 조 전 고문)이 매수자 측 자산관리회사(SLI)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윤대표의 지적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후로 지분매각에 대한 보상을 한푼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조 전 고문은 2018년 르네상스호텔 부지가 이지스자산운용 등에 재매각되면서 SLI가 주주에게 250억원을 배당했는데 자신의 몫 25%(62억5000만원)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윤 대표가 2016년 9월경 5만원권 현금으로 2억원을 빌려줬으나 이를 현재까지 받지 못해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미묘한 시기 5만원 짜리 현찰로 요구했다는 2억원 대여 논란
'LG맏사위 vs 삼부토건 손자' 현찰 2억원 대여 진실은?
조 전 고문이 윤 대표에게 2억원을 빌려줬다고 주장하는 시기인 2016년 9월은 미묘한 시점이다. 르네상스호텔 인수자인 멕킨237PFV(VSL코리아에서 인수자명 변경)가 31개 대주단으로부터 1조 3500억원의 대출 약정 체결을 하기 직전이다.

VSL코리아가 4월 8일 낙찰자로 선정된 이후 밟아온 과정은 복잡하고도 숨가쁜 시간으로 보인다. 낙찰자로 선정된 후 20일 이내에 계약금 10%(690억원)를 납부해야 했다. 이는 VSL코리아의 기존 주주인 (유)구담파트너스와 (주)구담홀딩스가 각각 315억원과 185억원, BRV Lotus Growth Fund 2015.L.P가 80억원, (유)호텔237이 10억원, 주요경영진이 170억원 등 총 760억원을 마련해 회사에 대여해줬다.



이 자금으로 계약금을 내고, 5월9일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잔금 6200여억원과 추후 개발을 위한 자금을 합쳐 총 1조 3500억원이 필요했고, 멕킨237PFV는 이를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조달할 계획이었다.

6월에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인 멕킨237PFV가 3개사(VSL코리아, 아시아신탁, SLI)가 주주로 참여해 설립돼 자산관리는 SLI가, 자금관리 사무수탁은 아시아신탁이, 시공은 현대건설 등이 하기로 하고 자금 마련에 나섰다. 멕킨237은 인수한 부지 등을 담보로 10월 5일 한화생명보험 등 국내 31개 금융권(A B C 3개 투자그룹)에서 약 9500억원을 초기에 차입했다.

조단위의 자금이 움직이는 대출약정에 앞서 윤 대표가 조 전 고문에게 현금 2억원을 만들어오라고 요구했다는 게 사실인지가 현재 재판의 쟁점이다. 조 전고문은 윤 대표와 중국의 카톡으로 불리는 '위챗'으로 대여사실을 입증하는 대화들이 있다고 지난 변론기일에서 공개했다. 하지만 윤 대표는 여전히 빌린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은 1500억원 투자수익 분쟁인 듯
'LG맏사위 vs 삼부토건 손자' 현찰 2억원 대여 진실은?
멕킨237은 약 2년간 개발사업을 진행하다가 재개발 완성 전인 2018년 7월에 부지와 건물 등 사업 전체를 이지스자산운용과 사모펀드 KKR 등에 약 1조 1563억원에 팔았다. 조기에 이익실현에 나선 것이다.

처분원가(건설용지 및 미완성공사 원가) 9443억원(멕킨237 감사보고서)을 기준으로 보면 2년여만에 약 2119억원을 남긴 셈이다. (주: 다올이앤씨 감사보고서 기준 매각대금은 1조 1563억원으로 동일한데 처분원가는 9177억원으로 차이가 있다.)

시행사인 멕킨237이 2018년말에 남긴 현금은 955억으로 이 가운데 약 930억원은 2019년 3월 주주에게 배당했다. 당초 사업 시작단계에 멕킨237의 주주는 3곳이었으나 2018년말 다올이앤씨가 다른 주주 지분을 매입해 100% 주주가 됐고 약 930억원의 배당을 모두 차지했다.



SLI는 시행사인 멕킨237에 용역을 제공한 대가로 2017년과 2018년에 총 461억원의 지급수수료를 받았고 이 중 275억원은 2019년에 100% 주주인 리신자산운용유한책임회사에 배당했다. 리신자산은 이상준 대표가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SLI의 1인 사원인 이 대표의 급여 22억원까지 합치면 이 대표의 몫이 커보이지만 그는 국세청의 조사과정에서 자신이 대표나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는 대부분 회사들의 실소유주는 윤 대표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멕킨237법인이 설립되기 2주전에 VSL코리아(현 다올이앤씨)의 주요주주인 구담홀딩스와 구담파트너스의 사내 이사에서 사임했다.

르네상스 호텔 재개발 사업은 멕킨237의 배당금 930억원, SLI의 배당금 275억원, 다올이앤씨의 이자수익 269억원, 급여 22억원 등 약 1500억원 가량의 수익을 남겼다. 매도자 측인 삼부토건 창업자의 외증손자인 이 모씨는 2017년 윤 대표의 BRV코리아에 입사해 2021년까지 일하다가 회사를 떠났다.



그 와중에 조 전 고문(삼부토건 창업자의 손자)은 이익의 배분을 두고 윤 대표와 여전히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2억원 대여 소송의 1심 결과에 따라 다시 확전될 가능성이 높다. 원고 측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피고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윤 대표에게 직접 전화와 이메일, 팩스 등으로 연락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한편, 르네상스호텔 재개발 사업은 다올이앤씨를 거쳐 이지스자산운용과 KKR이 사업을 이어받아 테헤란로 237에 총 연면적 23만9242㎡로 지하 5층~지상 36층, 지하 7층~지상 36층 두 건물을 2020년에 완성했다. 총 사업비 2조원이 투입됐고 현재는 신세계프라퍼티가 지분 49.7%를 보유하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