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4% vs 대만 46% …삼성-TSMC 가른 '패키징 생태계'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4.09.02 06:00
글자크기
/그래픽= 김다나 디자인기자/그래픽= 김다나 디자인기자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의 새 격전지로 떠오른 패키징(후공정)을 놓고 삼성전자의 고심이 깊어진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나, 최대 경쟁자인 TSMC가 대규모 투자와 인력 채용을 유지하면서 점유율 회복이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반도체)사업부는 최근 패키징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직개편과 인력 확보에 나섰다. AVP(첨단 패키징) 사업팀을 개발팀으로 개편하고, R&D(연구개발)에서 패키징 분야 시뮬레이션·설계·분석 등 경력직을 채용한다. 삼성전자 내부 상황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즉시 활용 가능한 방안을 동원해 패키징 역량을 강화하고,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조직 덩치를 키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패키징에 역량을 총집결하는 것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사업의 무게추가 패키징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공정에서 이뤄지던 회로 구현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반도체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첨단 패키징의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엔비디아나 AMD,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요구하는 고성능 AI(인공지능)용 칩의 성능 수준에 맞추려면 고급 패키징 기술이 필수 조건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에 패키징 연구개발(R&D) 센터와 설비를 구축하는 등 투자를 늘리고 있으나, 아직은 1위 TSMC와의 격차가 있다고 평가한다. TSMC는 자체 개발 2.5D 패키지 기술인 'CoWoS'(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로 메모리와 로직 반도체 간 연결성을 극대화하고, 강력한 경쟁력을 갖췄다. TSMC는 이 기술로 높은 신뢰도를 확보하고 62%의 점유율을 공고히 유지하고 있다.



TSMC는 패키징 투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지난달에는 이노룩스의 타이난 공장을 인수해 CoWoS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주요 고객사의 첨단 패키징 요구가 늘어나면서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생산 효율이 높은 FO-PLP(팬아웃-패널레벨패키지) 등 차세대 기술도 연구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는 TSMC가 신규 공장 2곳을 추가로 짓고, 내년 패키징 생산능력을 최대 70~80% 늘릴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에게는 국내 패키징 생태계가 약하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패키지·테스트(OSAT) 시장에서 대만은 세계 최대 패키징 업체 ASE와 SPIL 등 글로벌 기업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첨단 패키징 경쟁력을 지속 강화할 여건이 갖춰진 셈이지만, 국내에는 10위권 내의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OSAT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4.3%이지만, 대만은 46.2%로 1위다.

삼성전자는 턴키(일괄공급) 서비스와 FO-PLP 기술력 등을 내세우고 있으나, 뚜렷한 대형 고객사를 잡았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패키징은 TSMC가 10년 넘게 경쟁력을 강화해 온 분야로, 현재도 첨단 기술 위주로 투자를 늘리고 있어 삼성전자가 하루아침에 따라잡기는 어렵다"며 "파운드리 점유율 확보를 위해서는 패키징 투자의 속도와 규모를 더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