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진입은 금물...건기식 3.7만개 중 3분의2 '생산실적 0'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4.09.0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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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K푸드 시즌2, K건기식③

편집자주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유행처럼 번졌던 건강기능식품 매출이 역성장 중이다. 너도나도 건기식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소비자의 피로감까지 겹치면서다. 하지만 해외만큼은 분위기가 다르다.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며 K푸드의 질주본능을 추종하는 모양새다. 해외에서 승부수를 던진 K건기식의 미래를 추적해본다.

지난해 기준 생산실적별 건기식 신고 품목 수/그래픽=이지혜지난해 기준 생산실적별 건기식 신고 품목 수/그래픽=이지혜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시장은 진입장벽이 굉장히 낮습니다. 대부분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ODM(제조자개발생산)으로 만들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껍데기뿐인 판매사가 적지 않습니다."

한 건기식 기업 임원은 국내 건기식 시장이 역성장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낮은 진입장벽과 과도한 경쟁을 손꼽았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늘어난 영향으로 건기식 판매사들이 급격하게 늘어났지만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이름만 남아있는 회사들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건기식 시장은 브랜드를 붙여 파는 판매사만 즐비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인허가받은 건기식 제조업체는 508곳에서 2021년 539곳으로 소폭 늘어났지만 건기식 판매업체는 7만8312곳에서 9만8951곳으로 급증했다. 민간부분인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이름을 올린 건기식 업체는 40만개에 육박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품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9년 2만6342개였던 건기식 제품은 지난해 3만7274개까지 늘었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제품 등록만 하고 생산은 하지 않는 '유령 제품'이 상당수라는 점이다. 지난해 생산실적이 없는 제품은 2만3622개로 전체 제품의 63%를 차지한다. 연간 생산실적이 1억원에도 못 미치는 제품까지 포함하면 90%에 이른다.



영양제 이미지/사진=이미지투데이영양제 이미지/사진=이미지투데이
유령 제품이 즐비한 이유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기업들이 건기식에 뛰어들면서 시장이 포화된 영향이다. 제약·바이오기업을 시작으로 코스메틱기업에 이어 식품기업까지 건기식 영역에 발을 담그지 않은 기업을 찾기 힘들 정도다. 이 과정에서 제품력이나 성분함량을 높이기보다 유명 모델과 계약을 맺고 '1+1 프로모션' 등 출혈 경쟁이 본격화된 데다 수익성이 낮은 홈쇼핑 판매에 집중하면서 이익을 내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2021년부터 시행된 기능성표시식품 제도 시행으로 일부 제품이 건기식 허가 없이 일반식품으로 판매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LG생활건강 자회사 해태HTB가 건기식 사업을 접은 것이 이런 사례다.

국가마다 차이는 있지만 글로벌 시장의 성장도 둔화되는 흐름이다. 유로모니터는 가장 큰 시장인 북미의 건기식 성장률을 2020~2023년 3.8%에서 2024~2027년 2.3%로 전망했다. 다만 코로나19로 급성장한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건기식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오버페이스 한 시장이 이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단계"라며 "타깃을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섣불리 뛰어든다면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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