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팍팍한데…하루 쉰다고 지갑 열릴까

머니투데이 세종=박광범 기자 2024.08.27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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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국군의날 임시공휴일 검토…내수 진작 효과 기대
고금리 장기화 영향, 가계 구매력 떨어져 실효성 미지수

지난해 추석 연휴와 개천절 사이 임시공휴일인 10월2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승차권을 구입하기 위해 줄 서 있다./사진제공=뉴스1지난해 추석 연휴와 개천절 사이 임시공휴일인 10월2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승차권을 구입하기 위해 줄 서 있다./사진제공=뉴스1


정부가 건군 76주년을 맞는 오는 10월1일 국군의 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건의하고 정부가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표면적인 이유는 군 사기진작이지만 기저에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내수를 부양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하지만 정부가 기대하는 만큼 소비 진작 효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인사혁신처 등 관계부처는 10월1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전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국민의힘이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당정협의를 통해 임시공휴일 지정 검토 메시지가 나온 만큼 조만간 확정돼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임시공휴일 지정은 정부의 내수 부양 카드이기도 하다. 하반기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자 쉬는 날을 늘려 소비 진작에 나서겠단 취지다.
실제 최근 내수 상황은 고금리·고물가 장기화 영향으로 그야말로 비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 최근 9개 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5%로 낮추며 핵심 이유로 '내수 부진'을 꼽기도 했다. 정부가 임시공휴일 지정 등을 통해 내수를 진작하려는 배경이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임시공휴일 당일 하루 경제 전체에 미치는 생산 유발액이 4조2000억원, 부가가치 유발액이 1조6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 역시 임시공휴일 지정에 따른 내수 진작 효과를 경험한 바 있다. 정부는 2016년 5월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같은해 5월5~8일을 연휴로 만들었다. 기재부에 따르면 해당 연휴기간 백화점과 면세점, 대형마트 매출이 1년 전 연휴 대비 각각 16%, 19.2%, 4.8% 증가했다. 이 기간 고속도로 통행량도 전년 동기 대비 8.6% 늘었고 고속버스와 철도, 국내선 항공기 탑승객수도 각각 1년 전 연휴보다 18.1%, 8.5%, 5%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국군의날 임시공휴일 지정 효과가 정부 기대에 못미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고금리 장기화 영향 등으로 가계 구매력이 떨어진 탓에 임시공휴일의 경제효과가 미미할 수 있단 지적이다. 더구나 국군의날인 10월1일은 화요일이다. 연휴가 아닌 하루만 쉬는 까닭에 소비 진작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직장인들이 9월30일 월요일이나 10월2일 수요일 휴가를 내 연휴를 보낼 순 있지만 이럴 경우 해외여행만 늘어나는 역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에도 10월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추석 연휴 시작일인 9월28일부터 개천절인 10월3일까지 '6일 연휴'를 만들었지만 소비 진작 효과는 크지 않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8%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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