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더는 못 버텨" 개미들은 털었는데…반대로 가는 외인·기관

머니투데이 김진석 기자 2024.08.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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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2차전지 관련주의 주가가 계속해서 하락하자 개인 투자자들이 끝내 등을 돌렸다. 업황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에 전기차 화재 사고 등의 겹악재로 투자심리가 악화하면서 대량의 매물을 출회 중이다. 반대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는 2차전지 업종에 대한 저가 매집에 나섰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완화와 미국 대통령 선거에 따른 수혜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코스닥 시장에서 에코프로비엠 (157,300원 ▲3,600 +2.34%)은 전날보다 800원(0.46%) 내린 17만1600원에 거래를 마무리했다. 올해 들어서는 40% 하락한 주가다. 52주 최고가와 비교해 52% 떨어졌다. 그룹주 에코프로 (77,100원 ▲2,500 +3.35%)도 1년 내 최고가와 비교해 67% 내린 주가를 나타낸다. 지난 5일 8만400원까지 내리며 1년 내 최저가를 경신했다. 코스닥 시총 3위 자리를 HLB (88,200원 ▲1,300 +1.50%)에 내줬다.



다른 2차전지주들의 주가도 큰 폭의 하락을 겪었다. 국내 2차전지 대장주 LG에너지솔루션 (414,000원 ▲15,000 +3.76%)은 올해에만 22.8% 내렸다. 이 기간 삼성SDI (364,000원 ▼2,000 -0.55%)(-34%), POSCO홀딩스 (358,500원 ▲16,500 +4.82%)(-35%), 포스코퓨처엠 (234,000원 ▲14,500 +6.61%)(-44%), 엘앤에프 (91,100원 ▲1,700 +1.90%)(-56%), 코스모신소재 (109,500원 ▲8,200 +8.09%)(-27%) 등도 낙폭이 깊다.

업황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가 하방 압력을 가했다. 에코프로비엠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각각 57.5%, 96.6% 줄어든 8095억원, 39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에코프로의 매출은 8641억원으로 57.2% 감소했고, 적자 전환했다. 에코프로머티 (99,300원 ▲6,000 +6.43%)에코프로에이치엔 (39,000원 ▲1,150 +3.04%) 역시 수익성이 악화했다.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의 직격탄을 맞은 결과다.



국내 배터리 3사(삼성SDI·LG에너지솔루션·SK온)의 수익성도 쪼그라들었다. 삼성SDI의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감소한 2080억원으로 나타났다. LG에너지솔루션도 57.6% 급감한 1953억원을 기록했다. SK온의 경우 영업손실 4601억원을 내며 11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지속했다. 대형사는 물론 중소형사의 실적도 비슷한 흐름이다.

전기차 화재 사고 등 여러 악재가 맞물리며 부담이 더해졌다. 이달 초 인천 청라 아파트에서 벤츠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다. 이어 16일에는 경기 용인에서 주차 중이던 테슬라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아울러, 최근 SK온과 에코프로비엠이 미국 완성차 기업 포드와 합작해 짓는 캐나다 양극재 공장 건설이 중단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진 상황이다.

에코프로비엠 주가 추이/그래픽=김지영 기자에코프로비엠 주가 추이/그래픽=김지영 기자
지난해 2차전지주 급등 랠리를 주도한 바 있는 개인 투자자들마저 빠르게 등을 돌리고 있다. 이달(8월 1일~8월19일) 동안 개인 순매도 상위 7위 종목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순매도 금액은 818억원에 달한다. 포스코퓨처엠(622억원), POSCO홀딩스(572억원), 에코프로비엠(489억원), 에코프로(232억원) 등도 순매도 명단에 올랐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2차전지 관련주를 주워 담고 있는 모습이다. 외국인은 이달 동안 POSCO홀딩스 주식을 72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엘앤에프도 각각 347억원, 311억원씩 사들였다. 기관 역시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468억원 담았다. LG에너지솔루션(468억원), 포스코퓨처엠(434억원), 에코프로(132억원) 등도 나란히 기관 순매수 명단에 올랐다.

그간 하락에 따른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가 완화되면서 2차전지 업종의 주가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또 다가올 미국 대통령 선거 관련 민주당 대선 후보 해리스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기대 요인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을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2차전지 업종의 낙폭이 과도하다면서도, 불확실성 또한 여전하다고 평가한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8월은 2분기 기업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면서 업체별로 실적 노이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시기"라면서도 "한국 2차전지의 주요 전방인 전기차 시장이 5월부터 역성장을 보임에 따라 유럽, 미국에서의 수요 회복 여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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