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행씨(사진 오른쪽)와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용수 교수./사진=전남대병원
최근 광주에서 낙뢰를 맞아 쓰러진 20대 교사가 기적적으로 살아나는 과정은 마치 한 편의 '영화'와 같았다. 낙뢰에 맞은 후 40여 분간 심장이 멈춘 김관행(29)씨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응급의학과에서 에크모(ECMO·인공심폐기계)를 다룰 수 있는 전남대병원으로 이송돼 빠른 처치를 받을 수 있었다. 그는 16일간의 중환자실 치료 후 28일 만에 지난 2일 건강하게 퇴원했다.
김씨의 치료를 책임진 이 병원 응급의학과 조용수 교수는 "심정지가 장시간 진행된 탓에 심장과 폐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응급실에서 급하게 에크모(ECMO·인공심폐기계)를 시행했다"며 "솔직히 처음에는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지만 환자가 젊은 데다 우리 병원 응급실로 온 만큼 최선을 다해 살려내고 싶었다"고 떠올렸다.
광주에서 낙뢰를 맞아 쓰러진 20대 교사 김관행씨(사진 오른쪽)과 치료를 맡은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용수 교수가 활짝 웃으며 카메라앞에 섰다./사진=전남대병원
김씨가 신속하게 에크모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시술과 입원, 관리에까지 에크모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른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심장혈관흉부외과나 순환기내과 의료진이 에크모를 사용하고 응급의학과 자체적으로 에크모를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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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수 교수는 "낙뢰 환자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만큼 진료 경험이 쌓이기 어려워 응급의학 분야에서도 치료가 어려운 편에 속한다"며 "환자는 낙뢰 손상뿐 아니라 심정지 후 증후군도 함께 동반돼 치료가 더욱 쉽지 않았다. 최후의 수단으로 에크모 치료를 선택했는데 무엇보다 환자의 살고자 하는 의지와 정신력이 매우 강해 좋은 결과가 나온 거 같다"고 말했다.
서석고에 부임한 지 3년이 된 김 씨는 1학년 담임이자 국어 과목을 맡고 있다. 건강하게 퇴원하기는 했지만 장기간 입원으로 인한 섭식 장애, 근력 감소, 발뒤꿈치 피부 손상 등으로 아직은 걷기 힘들다. 학교 복귀 또한 아직 기약이 없다.
김씨는 "우리 반 학생들은 워낙 잘하는 친구들이라 걱정되지 않는다. 연락도 많이 오는데 건강하게 잘 복귀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번째 삶을 선물 받았다. 더불어 응급중환자실(EICU)에서 힘든 치료 과정을 버틸 수 있게 도와주신 간호사 선생님들, 아들의 회복을 믿고 기다려준 부모님, 동생에게 감사하며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현실에서 하루하루 후회가 남지 않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의료진과 가족 등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김씨는 퇴원 후 지난 4일,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의료진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발전 후원금 1000만원을 기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