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11배"…지진 피해 적었는데 일본이 긴장한 이유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24.08.10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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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규모 7.1 지진 16명 부상 등 큰 피해 없지만,
기상청 '거대지진 주의' 첫 발표에 대응책 부심…
"100~150년마다 대지진 발생, 조만간 또 온다"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발생 상황을 가정해 NHK가 제작한 CG 동영상. /사진=NHK 화면 캡처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발생 상황을 가정해 NHK가 제작한 CG 동영상. /사진=NHK 화면 캡처


일본 규슈 동쪽 바다에서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일본 열도가 대지진 공포에 휩싸였다. 지진 발생 해역이 100~150년마다 주기적으로 대지진이 발생했던 곳이어서 태평양 연안에서 '동일본 대지진(규모 9.0)'에 맞먹는 거대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일본 기상청이 임시 정보를 발표한 가운데 일본 정부와 지자체, 기업 등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9일 공영방송 NHK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기상청은 전날 규슈 미야자키현 지진 발생 직후 전문가 회의를 거쳐 '난카이 트로프 지진 임시 정보(거대 지진 주의)'를 발표했다. 이는 거대 지진 발생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하라는 의미로, 일본 기상청이 임시 정보 결정을 내린 것은 2019년 관련 시스템 제정 이후 처음이다.



규모 7이 넘는 큰 지진에도 16명 부상, 가옥 2채 붕괴 등 상대적으로 피해가 작았지만 일본 기상청은 앞으로 닥쳐올지도 모를 더 큰 지진 대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30년 내 난카이 대지진 확률 80%"
일본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건 지진 발생 지점이 난카이 해곡 구간이기 때문이다. 난카이 해곡은 태평양 연관과 맞닿은 일본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시코쿠 남부, 규슈 동부 해역까지 이어지는 구간으로 100~150년 간격으로 대지진이 발생했다. /그래픽=윤선정일본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건 지진 발생 지점이 난카이 해곡 구간이기 때문이다. 난카이 해곡은 태평양 연관과 맞닿은 일본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시코쿠 남부, 규슈 동부 해역까지 이어지는 구간으로 100~150년 간격으로 대지진이 발생했다. /그래픽=윤선정
일본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건 지진 발생 지점이 난카이 해곡 구간이기 때문이다. 난카이 해곡은 태평양 연관과 맞닿은 일본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시코쿠 남부, 규슈 동부 해역까지 이어지는 구간으로 100~150년 간격으로 대지진이 발생했다.



이 구간엔 수심 4000m급 깊은 협곡인 '난카이 트로프'가 존재하는데 이곳이 지진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필리핀해 판이 유라시 판 밑으로 파고 들어가는 경계에 거대 단층으로 자리 잡고 있어 이 단층의 조금만 움직여도 지진으로 이어진다. 판의 경계에서 조금씩 변형 중인 단층이 어느 순간 한계에 도달하면 단번에 어긋나면서 거대한 지진을 촉발한다.

일본문부과학성 산하 지진조사위원회는 30년 내에 난카이 트로프에서 규모 9 이상의 대지진이 발생할 확률을 70~80%로 보고 있다. 40년 내 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90%로 예측했다. 난카이 트로프를 따라 일어난 마지막 대지진은 1946년 쇼와 난카이 지진(규모 8.0)이다. 당시 가옥 3만5000채가 붕괴됐고 1443명의 희생자를 낳았다.

대지진 발생 안 했는데 열도가 긴장하는 이유
8일 일본 지진 당시 도로 위 자동차와 신호등이 출렁거리는 모습/사진=X8일 일본 지진 당시 도로 위 자동차와 신호등이 출렁거리는 모습/사진=X
난카이 트로프 지진의 경우 항상 쓰나미를 동반해 피해가 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다가올 난카이 트로프 지진의 경우 후지산까지 분화하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후지산은 1707년 호에이 분화 이후 300년 이상 분화하지 않고 있는데 난카이 트로프 지진이 날 경우 후지산도 같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일본 지진조사위원회는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발생시 최악의 경우 사망자만 32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대 34m에 달하는 쓰나미가 몰려와 소실되는 건물이 240만채, 이재민은 950만명에 달할 것으로 봤다. 추산되는 경제 피해 규모는 220조3000억엔(약 2040조원)으로 일본 국가 예산의 2배가 넘는다. 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피해액의 11배 수준이다.

'주의' 단계에도 정부·기업 등 대책 마련 분주
지난 1월 1일 규모 7.6 강진이 발생한 일본 혼슈의 동해 연안에 있는 이시카와현 와지마시 주민들이 외부로 대피해 있다. 지진으로 건물 밖 도로가 갈라져 있다. /AFPBBNews=뉴스1지난 1월 1일 규모 7.6 강진이 발생한 일본 혼슈의 동해 연안에 있는 이시카와현 와지마시 주민들이 외부로 대피해 있다. 지진으로 건물 밖 도로가 갈라져 있다. /AFPBBNews=뉴스1
이번에 발령된 임시 정보는 피난을 권고하는 '거대 지진 경계'보다 한 단계 낮은 '거대 지진 주의'다. 대상 지역은 도쿄 동북부 이바라키현에서 일본 열도 서남쪽 오키나와까지 29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707개 기초자치단체다. 주의 경보는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1주일 뒤 해제된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총무성은 해당 지자체에 주민의 피난 태세를 준비하라고 통지했다. 지자체들은 피난소 정비에 나섰고 고치현 등 일부는 피난소를 마련하기도 했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사무국인 원자력규제청에 원자력시설에 대한 정보수집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기업들도 대응에 나섰다. 전력회사들은 대책본부를 발족해 시설을 점검하거나 비상연락 체제 등을 확인했다. 혼슈 중서부 열차 운행을 JR도카이는 앞으로 1주일간 일부 구간에서 고속열차인 신칸센 운행 속도를 줄이기로 했다.

방재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공포감을 유발할 수 있는 근거 없는 소셜미디어(SNS) 정보, 식료품이나 방재용품 사재기 등을 자제하라는 조언을 내놨다. 닛케이는 "난카이 대지진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경계는 좋지만 대다수 지자체와 주민들은 어디까지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혼선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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