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 최고조…각국, 자국민에 "당장 그곳을 떠나라"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4.08.0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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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대립하는 하마스와 헤즈볼라 고위급 인사들의 잇따른 사망으로 중동이 확전 공포에 휩싸이면서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자국민에게 당장 레바논, 이스라엘, 이란 등 위험 지역에서 떠날 것을 권고했다. 이란은 국제사회의 보복 자제 요청을 물리치며 거듭 단호한 대응을 천명하고 이스라엘은 침략 행위에 대해선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중동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스라엘 공격으로 사망한 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사진)와 헤즈볼라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를 애도하고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시위가 2일(현지시간) 레바논 항구도시 시돈에서 열렸다./AFPBBNews=뉴스1이스라엘 공격으로 사망한 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사진)와 헤즈볼라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를 애도하고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시위가 2일(현지시간) 레바논 항구도시 시돈에서 열렸다./AFPBBNews=뉴스1


4일(현지시간) CNN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주말 미국과 영국은 일제히 레바논에 체류 중인 자국민에게 당장 떠나라고 권고했다. 베이루트 주재 미국 대사관은 대피를 위해 "가능한 모든 항공권을 예약하라"고 촉구했고, 영국은 대사관 직원들의 가족들을 현지에서 철수시켰다. 프랑스는 레바논과 이란 주재 국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스웨덴은 자국민에 레바논에서 탈출을 권고하는 동시에 베이루트 주재 대사관을 잠정 폐쇄했다. 요르단과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자국민에 레바논 출국을 촉구했고, 튀르키예는 레바논 여행 경보를 상향하는 한편 불가피한 사유가 아니면 레바논을 떠나라고 권고했다. 폴란드는 이란, 이스라엘, 레바논 여행 자제를 촉구했다.



이미 세계 주요 항공사들은 이스라엘에 이어 레바논 운항을 속속 중단하고 있어 정세가 더 악화하면 이곳을 떠날 비행편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루프트한자 등 수많은 외국 항공사들은 이미 이스라엘을 오가는 항공편을 운항을 중단했고, 에어프랑스-KLM, 쿠웨이트항공, 루프트한자, 에미레이트항공, 카타르항공 등은 베이루트행 운항을 축소하거나 중단했다.

4일(현지시간)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오른쪽)이 이란 수도 테헤란을 방문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신임 대통령(왼쪽)을 만났다./AFPBBNews=뉴스14일(현지시간)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오른쪽)이 이란 수도 테헤란을 방문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신임 대통령(왼쪽)을 만났다./AFPBBNews=뉴스1
이란은 지난달 31일 자국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되자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고 "피의 보복"을 공언한 상태다. 불과 몇 시간 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헤즈볼라의 최고위 군사 지휘관인 푸아드 슈크르가 이스라엘 공습에 사망한 터라 확전 공포는 어느 때보다 크다. 특히 레바논은 헤즈볼라 거점으로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중동 확전 불똥이 튈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꼽힌다. 안 그래도 지난 10월 가자전쟁 시작 후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은 접경지에서 쉼 없이 교전을 이어왔다.



국제사회가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해 나섰지만 테헤란에서 귀빈이 암살되는 굴욕을 겪은 이란은 이번엔 타협할 수 없단 입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아랍 외교관들에게 이번 보복 공격이 전쟁을 촉발해도 상관없단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4월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하자 그에 대한 보복 공습을 가하면서도 확전으로 가지 않도록 충분히 예고하고 수위를 조절했던 것과 다른 행보다.

미국 동맹 요르단의 아이만 사파디 외무장관은 4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을 만나 자제를 촉구했으나 이란의 보복 의지만 재확인했다. 이란 매체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사파디 장관과 회담에서 "하니예 암살은 대응 없이 지나갈 수 없는 이스라엘의 중대 실수"라며 보복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고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내각 회의에 앞서 "방어든 공격에서든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는 어떤 식으로건 우리를 향한 침략 행위에 대해선 반드시 대응하고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측은 이란의 보복이 임박했으며 이란과 헤즈볼라 예멘 후티반군이 동시다발 공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 주민들은 식량과 생필품 등을 비축하며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 또 예루살렘 지방 정부는 주민들에게 "방공호를 청소하고 준비하라"면서 90초 안에 대피소에 도착할 수 있도록 대비하라고 조언했다고 CNN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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