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지난해 이적 후 활약은 그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눈부셨다. 51경기 동안 타율 0.330(200타수 66안타) 6홈런 34타점 30득점 3도루, 출루율 0.396 장타율 0.515 OPS(출루율+장타율) 0.911을 기록했다. 공교롭게 당시 분위기도 자연스레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뒤를 잇는 선수로 각인될 만한 장면이 만들어졌다.
심지어 내야에서 외야로 포지션을 옮기고 찰리 반즈(롯데 자이언츠)에게 약한 모습에서마저 이정후를 떠올리는 팬들도 있었다. 그렇게 이주형은 빠르게 키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군 문제마저 현역으로 해결한 덕분에 앞으로 향후 몇 년을 책임질 복덩이로 여겨졌다. 그럴 때마다 이주형은 반복해서 자신은 아직 144경기도 뛰지 않은 유망주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키움 홍원기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선수를 어떻다고 정의하고 확실하게 믿음직한 선수로 성장한 것인지 판단하기에 51경기는 너무 표본의 크기가 작았다.
이주형.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그럼에도 키움은 이주형의 타순을 여전히 상위에 고정했다. 5월 한 달만 4번 타자로 뛰었을 뿐, 6월 4일 잠실 LG전부터는 1번 타자로 복귀해 계속해서 많은 타석을 부여받고 있다. 홍원기 감독은 21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이주형을 1번 타순에 두는 건 한 타석이라도 더 많이 들어서게 하기 위해서다. 올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다양한 투수에 대한 공략법이나 어떠한 루틴이 몸에 밸 수 있게끔 1번에 넣는 거라고 보면 된다. 상황에 따라 바뀔 순 있겠지만, 지금은 그 목적이 가장 크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어린 유망주에게 가장 필요한 경험을 주기 위함이다. 2군 무대에서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는 타자 유망주에게 1군 투수들의 공을 많이 보는 일만큼 도움 되는 일은 없다. 보통의 팀이라면 쉽게 선택하지 못할 방법이지만, 키움에서는 이미 이정후와 김혜성(25)이 걸어온 길이다. 그 과정에서 이정후와 김혜성은 자신만의 플레이 스타일을 확립했고 차츰 키움과 KBO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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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투수를 경험하면서 차츰 슬럼프에서도 탈출하는 모습을 보인다. 7월 들어서는 13경기 타율 0.300(50타수 15안타), OPS 0.817을 기록 중이다. 타구질이 아직 만족스럽지 않지만, 많은 출루를 통해 팀에 기여하는 1번 타자로서 마음가짐도 다시 배우는 중이다.
21일 인천 SSG전에서 내야 안타 2개로 2득점에 성공한 이주형은 "오늘은 운이 많이 따랐다. 어제(20일) 경기가 취소되며 안타가 하나 날아갔는데, 그 보답을 받은 것 같다. 1번 타자인 만큼 내가 살아나가면 득점 확률이 올라간다. 타석에서 항상 집중해 많은 출루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주형.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