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 외국인도 떠나는데…밸류업 반등키 쥔 연기금 뭐 담았나 봤더니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2024.05.0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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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서 조명현 기업 밸류업 자문단 위원장을 비롯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2024.5.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서 조명현 기업 밸류업 자문단 위원장을 비롯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2024.5.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주식 시장에서 밸류업 열기가 다소 수그러들었다. 세제 지원 등의 당근을 기대했던 2차 세미나에서 해당 내용이 구체화되지 않으면서 실망감이 반영됐다.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을 시작하면서 주식시장을 이끌어 온 외국인 순매수 강도도 약해지고 있다. 정책 방향을 뒷받침할 연기금 등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밸류업 이슈가 나타난 2월 중순 이후 연기금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약 1조원을 순매수했다. 연기금은 연금, 기금, 공제회와 함께 국가, 지자체 등을 포함한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 행정공제회, 우정사업본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기관 전체가 3조9000억원을 순매도했고 외국인은 11조1000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2월 1100억원, 3월 2500억원 순매수에 이어 4월 7000억원 순매수 등 매수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반면 외국인은 월별 순매수 강도가 8조2000억원, 5조 1000억원, 2조 4000억원 등으로 약해지고 있다.

연기금의 순매수 상위 종목 순위는 삼성전자, POSCO홀딩스, 셀트리온, LG생활건강 등 실적개선주들이 차지하고 있지만 삼성생명 1000억원, 신한지주 890억원, 현대차 640억원, 한국전력 640억원, 삼성증권 540억원 등 금융, 자동차 등 밸류업 종목으로 꼽히는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들도 다수 포진돼있다.



특히 연기금들이 밸류업 정책 기조에 따라 가치주 위탁운용사를 잇따라 선정하는 등 힘을 주고 있다. 국민연금이 3월 가치형 위탁운용사 3개를 선정한데 이어 군인공제회도 밸류업 주식형펀드 위탁운용사를 선정한 바 있다. 연기금들의 이같은 방향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성과도 양호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가치주 펀드(103개) 3개월 평균 수익률은 6.71%로 코스피(5.7%) 대비 양호했다. 펀드별로는 한국투자테크펀드가 16.33%로 가장 높았고 신한중소형주알파가 16.14%, 한국밸류10년투자어린이펀드가 16.1%, 신한퇴직연금가치펀드 14.9%로 뒤를 이었다.

밸류업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업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될 경우 연기금의 밸류업 종목 투자는 더 활발해질 것이란 예상이다. 밸류업 방향에 맞춰 스튜어드십 코드를 개정한만큼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은 투자 종목 선정에 반영할 수 밖에 없어서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이행하는 기관투자자라면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인지를 투자판단에 활용할 수 있다"며 "기관투자자, 정책자금이 얼마나 밸류업에 마중물 역할을 할지에 달렸다"고 했다.


이에 따라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역할은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공적연금(GPIF)이 투자대상 기업의 기업가치를 유지, 향상시키고 경영상황을 지속적으로 감시함과 더불어 대화와 경영관여를 통해 기업 거버넌스 개선 책임을 부담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고 적극적으로 공시함으로 자본시장의 변화를 도모했다"며 "한국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도 행정부, 유관기관,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 협력 하에 근본적인 기업 거버넌스 개선에 달려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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