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방송국도 넘나드는 유재석 유니버스

머니투데이 최영균(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5.0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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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초창기 느낌 되살리며 잔잔한 인기

‘틈만 나면’, 방송국도 넘나드는 유재석 유니버스


유재석이 SBS 주중 예능으로 돌아왔다.

배우 유연석과 함께 화요 예능 ‘틈만 나면’을 지난달 23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유재석은 SBS와는 이미 토요 예능 ‘런닝맨’을 2010년부터 함께 하고 있고, 주중 예능은 2019년 ‘미추리 8-1000’을 마친 후 처음이다.

‘틈만 나면’은 처음으로 예능 고정 출연하는 유연석과 함께 일반인을 만나는 예능이다. 틈새 시간이 있는 일반인 신청자들(틈 주인)의 의뢰를 받고 찾아가서 미션 성공시 ‘틈 주인’에게 선물을 선사하는 포맷이다. 단계가 올라가면 선물도 업그레이드되고 윗 단계 도전에 나섰다가 실패하면 앞서 받은 좋은 선물들도 다 날려버리게 되는 게임의 묘미가 있다.



첫 회에는 배우 이광수가 두 MC와 함께 경복궁 교대 의식 공연을 하는 종사관, 피아노 학원 선생님, 사진관 식구 등을 만나 사연을 들었다. 미션은 ‘틈 주인’들의 일상과 관련 있는 게임들이 펼쳐졌다.

경복궁에서는 실제로 종사관들이 평소 하는 구둣솔 세우기, 피아노 학원에서는 동요 파트 나눠 틀리지 않고 부르는 쟁반노래방 방식의 노래 게임, 사진관에서는 휴지 떨어트리지 않게 입으로 불면서 한 프레임 안에 사진이 찍혀야 하는 미션 게임을 벌였다.



조정석이 게스트인 2회에는 경로당 어르신들과 화투 대결을 벌이고, 남산 타워의 전망대 매니저를 만나 전망대 상징 중 하나인 사랑의 자물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미션 게임은 트로트 부르기(경로당)와 제기 차기(남산 타워) 등에 도전했다. 3회에는 아이브의 안유진과 함께 바퀴 달린 티 테이블 굴리기 게임을 한 요가원 등을 방문했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틈만 나면’은 ‘틈 주인’들을 만나는 사이 스타인 MC와 출연자들이 각자 혹은 상대방과 얽힌 스몰 토크를 진행해 호사가 시청자들을 즐겁게 한다. 동네의 오래된 분식이나 노포 닭칼국수집, 우동전문점 등을 찾아 맛집 탐방의 재미도 선사한다.


2.3%(이하 닐슨 코리아)로 시작한 시청률은 2회 3.1%로 급상승해 성공을 기대할 만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틈만 나면’은 왠지 반갑고 친근한 느낌을 준다. 반가움은 또 다른 유재석의 인기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의 초창기 버전을 되살린 듯한 분위기에서 비롯된다.

‘유퀴즈’는 현재 유명인 인터뷰 토크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바뀐 형식이다. 원래는 일반인들을 거리에서 만나 그들과 토크를 나누는 포맷이었는데 거리 두기로 인해 실내 인터뷰 쇼로 변경됐다.

하지만 상당한 수의 시청자들이 과거 훈훈하고 공감되는 친밀한 정서를 만날 수 있던 거리의 ‘유퀴즈’를 그리워했고 그 시절로 복귀를 요구하는 의견도 존재했다. ‘틈만 나면’은 방송사가 다른데도 ‘유퀴즈’에 대한 시청자들의 소망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준비된 프로그램처럼 느껴진다.

유재석의 유니버스에서는 tvN에 대한 시청자들의 바람을 SBS가 해결해주는, 신기한 일이 벌어진 모양새다. 나아가 ‘틈만 나면’의 디테일한 구성 요소들도 유재석 유니버스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어 친근하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일반인 사연 듣고 게임 후 선물을 하는 형식은 역시 ‘유퀴즈’에서 옮겨온 느낌이다. 일반인들을 만나는 예능 포맷 자체는 유재석이 처음은 아니지만 진행이 가장 탁월해 유재석의 상징처럼 된 형식이다. 초기 ‘유퀴즈’ 만이 아니라 ‘놀면 뭐하니’를 비롯해 수많은 유재석 출연 예능에서 자주 등장하는 형식이다.

쟁반노래방식 게임도 신동엽에 이어 KBS ‘해피투게더’에서 쟁반노래방을 진행했던 유재석의 세계 내에 있다. 기타 게임들도 ‘무한도전’ ‘런닝맨’ ‘놀면 뭐하니’ 등에서 종종 만났던, 유재석 진하게 뭍은(?) 게임들이다. 이광수, 조정석, 안유진(아이브)처럼 예능 출연하면 화제가 되는 게스트들을 출연시킨 점도 유재석의 강점인 인맥 예능의 결과처럼 보인다.

유재석이 선한 영향력과 편안한 진행으로 친분이 있는 톱스타들을 ‘유퀴즈’나 유튜브 채널 ‘핑계고’에 대거 등장시킬 수 있는 것처럼 ‘틈만 나면’의 게스트들은 모두 유재석이나 유연석과 작품 동반 출연, 같은 소속사 등 인맥으로 연결돼 있다.

‘틈만 나면’은 유재석 유니버스를 잘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유재석 유니버스는 유재석에게 최근 제기되는 ‘재탕이다’ ‘새로움이 없다’라는 지적을 뒤집은 긍정적 표현일 수도 있다. ‘놀면 뭐하니’의 침체, ‘아파트 404’ 등 신규 프로그램의 부진 등으로 인해 근래 들어 유재석의 행보에 따끔한 조언들도 등장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유재석은 여전히 최고 시청률과 독보적인 출연진을 자랑하는 토크쇼 ‘유퀴즈’의 진행자이고, 뒤늦게 첫발 디딘 유튜브에서 한국 예능 최고의 조회 수를 기록하는 ‘핑계고’를 성공시킨, 가장 핫한 현역 예능인이다.

지적은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유재석은 한국 예능에서, 유니버스라는 관점처럼 행보를 좀 더 거시적으로 지켜보는 시각도 함께 요구되는 그런 존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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