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도 '법인세 0원'…법인세 5.5조↓ '세수 비상등' 켜졌다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2024.04.3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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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도 '법인세 0원'…법인세 5.5조↓ '세수 비상등' 켜졌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적자 여파가 법인세 세수 악화로 이어졌다. 한때 10조원 이상의 세금을 내기도 했던 삼성전자는 올해 법인세를 내지 않았다. 주요 기업의 적자는 근로소득세에도 영향을 줬다. 성과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올해 세수 전반에 '조기 비상등'이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30일 발표한 '2024년 3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3월까지 누적 국세수입은 전년동기 대비 2조2000억원 감소한 84조9000억원이다. 정부가 올 한해 걷겠다고 한 목표금액 중에서 실제로 걷힌 국세수입의 비율을 의미하는 진도율은 3월까지 23.1%다. 지난해(25.3%)나 최근 5년 평균(25.9%)보다 낮다.



예상보다 세금이 적게 걷힌 배경은 법인세에서 찾을 수 있다. 3월은 12월 결산법인이 법인세를 신고납부하는 달이다. 지난달 법인세 납부세액은 전년대비 5조6000억원(26.9%) 감소한 15조3000억원이다. 3월까지 누적 법인세 납부세액도 전년대비 5조5000억원(22.8%) 감소한 18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법인세가 덜 걷힌 건 주요 기업들의 지난해 사업실적 부진 탓이다. 법인세는 전년도 사업실적을 토대로 납부한다. 코스피와 코스닥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각각 45%, 35.4% 감소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기업 중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곳도 각각 14개, 94개 늘었다. 적자를 기록하면 법인세를 내지 않는다.



이는 정부 예상보다 부진한 지표다. 특히 법인세를 많이 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까지 적자 행렬에 가담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적자만 아니면 최저한세 만큼 법인세를 내지만 적자가 되는 순간 세액은 0원이 된다"며 "그만큼 세수 충격이 크게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인세 변수는 남았다. 기업들은 통상 8월에 법인세의 절반 가량을 선납(중간예납)하고 이듬해 3월에 나머지를 부담한다. 적자가 발생하면 선납한 법인세를 환급한다. 세수에는 그만큼 악영향이다. 반면 올해 8월에도 선납한다는 점에서 올해 기업들의 영업실적에 따라 법인세가 추가로 들어올 수 있다.

지난해 기업들의 영업실적 악화는 소득세 세수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3월까지 근로소득세는 전년보다 1조7000억원 감소한 16조8000억원 걷혔다. 영업실적 악화에 따른 성과급 감소의 영향이 컸다. 다만 3월까지 전체 소득세는 고금리에 따른 이자소득세 증가의 영향으로 전년대비 감소폭이 7000억원으로 줄었다.


법인세와 소득세와 달리 부가가치세는 예상보다 더 걷혔다. 3월까지 부가가치세 수입은 전년대비 3조7000억원 늘어난 20조2000억원이다. 소비와 직결되는 부가세는 1분기 정도의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지난해 4분기 소비가 상대적으로 좋았다는 의미다. 3월까지 증권거래세도 상장주식 거래대금 증가 등의 영향으로 2000억원 늘었다.

법인세 등의 영향으로 올해도 '세수 펑크' 우려는 제기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법인세는 지난해 실적의 영향을 받아 상황이 안 좋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며 "지금 단계에선 향후 경기나 자산시장, 주요 세목 등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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