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셋· 손주 넷 잃은 하마스 지도자 "내 아들 피라고 더 귀하진 않다"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24.04.1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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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알 피트르 연휴 첫날 가족을 방문 도중 공습받아
하니예 "협상 답 보내기 전 아들들 표적 삼아, 순교자"
현지 언론, 손주 4명도 사망 보도… 정전협상 어디로?

지난 3일 레바논에서 알 쿠드스(예루살렘)의 날을 앞두고 열린 행사에서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가 미리 녹음된 메시지를 스크린에 띄워놓고 연설하고 있다. 하니예는 10일 /로이터=뉴스1지난 3일 레바논에서 알 쿠드스(예루살렘)의 날을 앞두고 열린 행사에서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가 미리 녹음된 메시지를 스크린에 띄워놓고 연설하고 있다. 하니예는 10일 /로이터=뉴스1


이스라엘의 차량 공격으로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세 아들과 네 손주가 사망했다. 하니예는 "내 아들들의 피가 (다른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피보다) 더 귀하진 않다"며 이스라엘과의 휴전 협상에서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 지도자 하니예, 세 아들 사망에 "순교자"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군은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하니예의 세 아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하마스 계열의 언론은 하니예의 손주 4명(여아 3명, 남아1명)도 숨졌다고 보도했으나, 이스라엘 군은 "현재로선 그에 대한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군은 하니예의 세 아들이 아미르(Amir), 모함마드(Mohammad), 하젬 하니예(Hazem Haniyeh)라고 밝히며 세 아들 모두 하마스의 군사작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군은 간단한 성명을 통해 이들이 하마스 무장대원으로 이날 공습은 가자지구 중심부에서 일어났다고 밝혔다.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로이터=뉴스1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로이터=뉴스1
하마스 소식통에 따르면 하니예의 세 아들들은 '이드 알 피트르'(이슬람 금식기간인 라마단이 끝나는 날을 기념하는 축제) 연휴 첫날 가자지구 알샤티 난민 캠프에서 가족을 방문하던 중 차량이 폭격을 맞았다. 하니예는 하마스의 공식 텔레그램 계정에서 성명을 통해 자신이 망명해 하마스 정치국을 이끄는 동안 아들들은 가자지구 남아 있었다며 '순교자'라고 불렀다.



2017년 하마스 최고위직에 임명된 하니예는 이스라엘이 봉쇄한 가자지구의 여행 제한을 피해 튀르키예와 카타르를 오가며 최근 휴전 협상에서 참여하고 하마스의 주요 동맹국인 이란과 연락을 취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하마스를 비판하는 이들은 가자지구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와중에 카타르에 거주하는 하마스가 해외를 오가며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아들들 표적 삼아 협상? 이스라엘의 망상"
그러나 하니예는 이날 아들을 잃은 개인적 슬픔을 모든 가자지구 사람들이 겪고있는 '보편적' 고통에 비유했다. 그는 성명에서 "우리 국민 모두와 가자지구 주민들의 가족들은 자녀들의 피로 무거운 대가를 치렀고 나도 그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전쟁이 시작된 후 목숨을 잃은 약 3만2000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피보다 "내 아들들의 피는 더 귀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당시 납치된 인질들의 포스터가 붙어있는 길을 한 행인이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뉴스1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당시 납치된 인질들의 포스터가 붙어있는 길을 한 행인이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뉴스1
그러면서 하니예는 이번 학살이 가자지구 휴전과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에서 하마스의 입장을 바꾸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성명에서 "적들이 살상, 파괴, 절멸을 통해 추출하지 못한 것을 협상에서 가져가진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는 전날 휴전 제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이스라엘이 "비타협적"이며 팔레스타인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우리의 요구는 명확하고 구체적이며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의 절정에서 응답을 보내기 전에 내 아들들을 표적으로 삼는 것이 하마스의 입장을 바꾸게 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적들은 망상에 빠진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도부 전체를 테러리스트로 간주하며 하니예와 다른 지도자들이 "테러 조직의 끈을 계속 잡아당기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하니예가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계획을 사전에 어느 정도까지 알고있었는지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가자지구 하마스 군사위원회가 작성한 이 공격 계획은 극비 사항이었기 때문에 해외의 일부 하마스 관계자들도 그 시기와 규모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통신은 전했다.

한편 알자지라 통신에 따르면 하니예 아들들의 사망에 레제프 타이이프 튀르키예 대통령과 칼리드 빈 칼리파 빈 압둘아지즈 알 타니 카타르 총리가 조의 전화를 했다. 하마스를 가혹하게 비판해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도 전화로 조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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