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일주일여 앞둔 2일 세종시 나성동에서 유권자들이 한 정당의 지원유세를 보고 있다. 2024.04.02. [email protected] /사진=강종민
# 서울 한 경찰서 경비과 소속 B 경감은 최근 유력 정치인이 선거 유세를 나온 현장에 배치됐다. 하지만 환영받지 못했다. B 경감은 경호를 위해 정치인과 주민 사이를 가로막자니 과잉보호라는 지적을 받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먼 거리에서 경호하기엔 위험 요소가 있어 난감했다.
정치인도 유권자도 반기지 않는 경찰…"울며 겨자 먹기"올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등 정치인에 대한 강력 범죄 사건이 발생하면서 경찰은 '주요인사 신변보호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주요 정당 대표를 비롯해 정당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정치인에 대한 신변 보호에 나서고 있다.
최근 유세 현장에 투입된 서울 한 경찰서 소속 C 경사는 "유명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요청이 있으면 신변 보호 지원을 나가고 있다"며 "정작 현장에 나가면 정치인 가까이 경찰이 못 오게 해 경호에 어려움이 있고 작정하고 달려드는 범인을 막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경찰이 잘 해도 욕먹는 일이라 지원 근무를 나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B 경감도 "앞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경각심이 높아져 현장에 더 많은 경력이 배치되고 있다"며 "막상 현장에서는 정치인이나 지역 주민들이 경찰을 달가워하는 분위기는 아니라 사복으로 갈아입고 경찰 티가 나지 않게 움직이고 있다. 본연 업무 외 근무가 추가되니 부담도 당연히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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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김태성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광주 송정역에 도착해 경찰 호위를 받으며 역을 나서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다. 2024.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광주=뉴스1) 김태성 기자
서울 한 경찰서 형사과 소속 D 경감은 "경비과는 당연히 나가고 경비과 인원으로 부족하니 각 과에서도 경력이 동원된다"며 "필수 인력은 남겨놓지만 요즘엔 하루가 멀다고 현장에 나가야 해 피로도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경기 파출소 소속 A 경사는 "파출소에 순찰차가 몇 대 없는데 이걸 몰고 종일 유세 현장에 나가 있으니 원래 관할하는 구역에 신고가 들어오면 순찰차가 부족해 제때 나갈 수 없게 된다"며 "신고가 밀리면 결국 다른 지구대, 파출소에서 순찰차를 지원해 돌려막는 꼴이 된다"고 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일부 정치인을 상대로 한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서 유세 현장에 경찰이 동원되는 추세"라며 "그렇게 빠진 경력이 제대로 보충되지 않으면 민생 치안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경찰이 개인 후보자의 사설 경비처럼 활용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정당 차원에서 민간 경비를 고용하고 여기에 경찰이 협력하는 식으로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