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양갱' 부르는 회장님...시·국악·조각 이어 '남녀노소 골프장' 만든다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4.04.02 13:30
글자크기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 인터뷰(하)

윤영달 크라운해태그룹 회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윤영달 크라운해태그룹 회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밤양갱, 밤양갱 하던데, 어휴 난 잘 못하겠어."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79)은 가수 비비의 '밤양갱'을 불러달라는 요청에 잠깐 흥얼거리더니 이내 손사래를 쳤다. 국내 최고령 과자인 해태제과 '연양갱'과 곡목과 일치한 크라운제과 '밤양갱'은 이 노래의 흥행으로 이른바 '역주행' 중이다. 중장년층 간식에서 MZ세대가 주목하는 '핫템'이 됐다.

지난달 27일 '크라운해태홀'이 위치한 남산국악당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윤 회장은 "시조 공부모임에서 재미있는 것 한번 해보자고 해서 밤양갱 노래를 배우고 있다"며 "하루 이틀 된 과자가 아닌데 밤양갱이 다시 주목을 받는 걸 보니 문화예술의 힘은 대단하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최근 기업과 예술의 가교역할을 하는 한국메세나협회 12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20여년간 국악, 조각, 시 분야에 집중 지원한 기업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의 메세나 활동 이력은 나열하기조차 버겁다. 몇백회를 넘어선 행사들이 수두룩하다. 국악 분야의 경우 매주 영재음악회, 매달 양주풍류학회, 매년 창신제 등을 연다. 수십개의 크고 작은 행사를 정리한 결과가 이정도다. 조각 분야에서도 한강조각프로젝트를 주도하고 K스컬프쳐 조직위원장을 지내는 등 열정이 넘친다. 송추 인근 슬럼화된 모텔들을 사들여 예술가들의 스튜디오로 리모델링해 후원하고 있다.



윤영달 크라운해태그룹 회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윤영달 크라운해태그룹 회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그가 처음 문화예술을 발을 담근 것은 연세대 물리학과에 입학한 1964년 무렵이다. 소설 소나기를 쓴 황순원 작가의 아들 황동규가 포함된 문인들과 어울려 다니다 '문학'이란 이름의 문학잡지를 출간했다. 표지에 실을 작품 사진을 구입하려 용돈을 털 정도로 정성을 들였지만 수익성이 나지 않자 1년여만에 손을 털었다.

문학과의 해후는 40여년이 지나고 나서 이뤄졌다. 서울 종로구 환기 미술관에 갔다가 전시된 '문학'을 발견한 것. '발행인 윤영달'을 확인하고 나서야 자신이 만든 잡지임을 확신하게 됐다. 문인들과 어울리는게 좋아 시작한 출판 경험은 본격적으로 문화예술 지원에 나서고서도 회자되곤 했다. 시인의 날 행사에 초청돼 참석했다가 한 시인이 윤 회장의 출간 이야기를 소개한 덕에 뿌리깊은 문화예술 사랑꾼으로 박수를 받았다.

윤 회장은 문화예술 사랑처럼 하나에 꽂히면 끈질기게 하는 스타일이다. 외환위기 때 부도가 나고 화의 절차를 밟던 시절 동생의 추천으로 탐탁지 않게 시작한 등산이 그런 예다. 몇번 산을 오르다보니 침체된 사내 분위기를 끌어올리는데 등산만한게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임직원들과 내 1000미터 넘는 명산을 두루 섭렵하고 백두산을 거쳐 3952미터의 동북아 최고봉인 대만 옥산까지 올랐다.


윤 회장은 "삼봉이라고 들어봤느냐, 3000미터급 오르려면 하루에 북한산을 세번은 오르내려야 연습이 될 거 같아 '일일 삼봉'을 했다"며 "2004년 해태제과 인수 당시 옥산 등반일정이 있다고 계약까지 미뤘을 정도"라고 웃어보였다.

철인같은 체력은 크라운제과 창업주인 아버지 윤태현 선대회장에게 물려받았다. 윤 선대회장은 5형제 중 가장 키가 컸는데 윤 회장도 동년배에선 찾기 힘들만큼 기골이 장대하다. 183cm인 그는 큰 키 때문에 어릴 적 축구를 배우기도 했다.

윤 회장의 요즘 관심사는 '디스크 골프'다. 원반던지기(프리스비)와 골프를 결합한 스포츠로, 골프공 대신 원반을 던져 목표물에 적은 횟수에 도달하는지를 겨룬다. 최근 유튜브에서 우연히 접하고 매력에 흠뻑 빠졌다. 미국에 있는 코스 설계자에게 설계 초안를 맡기고 문화예술 테마파크로 조성한 송추아트밸리에 9홀짜리 국내 첫 디스크 골프장을 조성 중이다. 반면 기업인들이 좋아하는 운동 1순위인 골프는 회사가 부도가 난 1998년 이후로 손을 끊었다.

그는 "디스크 골프는 산을 훼손하지도 않으면서 자연을 이용해 재미와 스릴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스포츠"라며 "대박이 난 눈썰매장을 비롯해 낮에도 잘 보이는 LED 자동차 극장 등 송추아트밸리를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모시키겠다"고 말했다.

윤영달 크라운해태그룹 회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윤영달 크라운해태그룹 회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