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전자 찍어도 "장투" 버티다…"82층 구조대 왔다" 개미 대탈출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24.03.31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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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마켓]'8만 전자' 굳히기 들어간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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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 삼성전자의 종가가 표시돼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 호재 속에 8거래일 연속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이날 8만8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8만원 돌파는 2021년 12월28일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사진=뉴스1.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 삼성전자의 종가가 표시돼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 호재 속에 8거래일 연속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이날 8만8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8만원 돌파는 2021년 12월28일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사진=뉴스1.


개인투자자들에게 삼성전자 (68,900원 ▼100 -0.14%)는 애증의 주식이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기간 중 너도나도 삼성전자에 투자하면서 국민주로서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 개인 순매수 규모는 2020년 9조5952억원, 2021년 31조2239억원, 2022년 16조703억원으로 3년간 57조원에 육박했다. 삼성전자는 '동학개미운동'의 최대 수혜주였다.

삼성전자 주가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2021년 1월11일 9만6800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걸었다. 5만~6만원대 박스권 장세가 2022년 4월부터 1년간 지속됐다. 손실 구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개인 상당수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장투'(장기 투자)를 했다. "몇 층이세요?"(삼성전자 매수가를 층으로 표현. 8만원대면 8층)라는 자조 섞인 유행어까지 생겼다.



지지부진했던 삼성전자가 달라졌다. 이달 중순부터 상승세를 보이더니 지난 28일에는 종가 기준 8만800원을 찍었다. 2021년 12월28일(8만300원) 이후 2년 3개월 만에 '8만 전자'에 복귀했다. 삼성전자는 29일에도 2% 상승하며 8만2400원을 기록했다. 장 중 8만2500원까지 오르면서 전날에 이어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1분기 실적개선 전망… "메모리 가격상승, 갤럭시S24 효과"
삼성전자 주가 추이. /그래픽=조수아 기자.삼성전자 주가 추이. /그래픽=조수아 기자.


삼성전자의 상승 동력은 실적 개선과 고대역폭 메모리(HBM) 기대감이다. 증권가는 반도체(DS)와 스마트폰(DX) 사업부문의 실적 개선을 근거로 삼성전자 1분기 실적 전망치 상향에 나섰다. 올해 반도체 업황 개선 효과가 1분기부터 나타나고, 1월31일 출시한 '갤럭시S24'의 실적 기여가 이뤄질 것이란 판단이다. 1개월 전 매출 71조5093원, 영업이익 4조6812억원에 형성됐던 실적 컨센서스는 72조3242억원, 5297억원으로 상향됐다.

당초 증권가는 반도체 실적 개선이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봤다. 하지만 올 들어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 가격이 급등하자 실적 개선 시점을 앞당겼다. 한화투자증권은 1분기 D램과 낸드의 혼합 평균 판매단가(Blended ASP)가 16%, 23%씩 증가했다고 추산했다. KB증권이 전망한 올해 메모리 가격 상승률은 D램 39%, 낸드 49%다.

김록호·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흑자 전환에 힘입어 (1분기) 반도체 부문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며 "갤럭시S24의 초도 판매량 호조로 기존 전망치 대비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목표주가 상향 내역. /그래픽=윤선정 기자.삼성전자 목표주가 상향 내역. /그래픽=윤선정 기자.
엔비디아발 HBM 기대감 커진다
엔비디아가 띄운 HBM 납품 기대감 역시 삼성전자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삼성전자 HBM 발언이 나온 20일 삼성전자 주가는 5.6% 폭등했다. 황 CEO는 삼성전자 HBM에 대한 '퀄(Qualifying) 테스트' 중인 사실을 공개했다. 퀄 테스트는 고객사가 공급사의 제품이 납품 가능한 품질인지 최종적으로 검토하는 계약 전 마지막 단계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차세대 메모리다. HBM 평균 가격이 D램의 5배에 달해 메모리 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힌다.



젠슨 황 엔비디아(NVIDIA) CEO가 지난 18일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개막한 엔비디아 개발자 콘퍼런스 '엔비디아 GTC'에 참석해 기조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젠슨 황 엔비디아(NVIDIA) CEO가 지난 18일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개막한 엔비디아 개발자 콘퍼런스 '엔비디아 GTC'에 참석해 기조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엔비디아는 2분기 중 출시하는 AI 가속기 'H200'에 5세대 HBM(HBM3E)을 탑재한다. 그동안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을 독점 납품하면서 삼성전자는 HBM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가 H200용 HBM3E 납품에 돌입할 경우 글로벌 메모리 3사 간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진다. 이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H200용 HBM3E 양산을 시작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12단 HBM3E 제품에 대한 퀄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1분기 중 결과가 확인될 것"이라며 "테스트 결과가 2024년 실적 및 주가의 가장 큰 변곡점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통과 시 유의미한 반등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사와의 HBM 로드맵 격차 축소가 관건이다. 여전히 후발주자 위치이나 경쟁사와 기술 격차가 축소된 점은 긍정적"이라며 "하반기 중 HBM3E 시장 진입에 성공한다면 경쟁사와 격차는 빠르게 축소될 것"이라고 했다.



외국인 '사자' 행진 중, 개인은 '대탈출'
투자자별 삼성전자 순매수 추이. /그래픽=조수아 기자.투자자별 삼성전자 순매수 추이. /그래픽=조수아 기자.
삼성전자의 주가 반등은 '사자' 행진 중인 외국인이 견인했다. 올 들어(1월2일~3월28일) 외국인은 4조8612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현대차(2조1333억원)의 2배가 넘는 압도적 순매수 1위다. 외국인은 지난해에도 삼성전자 주식을 16조733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개인은 '대탈출' 중이다. 올해 순매도 규모가 2조4376억원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통계와 정반대로 순매도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반등을 시작한 이달 18일부터 28일까지 팔아치운 금액만 4조4329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조2772억원, 1조2314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의 삼성전자와 이별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6조1923억원에 달하는 순매도가 이뤄졌는데, 2020년부터 이어졌던 순매수 행진이 3년 만에 끝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주주는 521만6409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561만4490명보다 40만명(7%) 가까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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