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 맞은 편 야릇한 '홍콩여인'에...딜로이트·KPMG도 당했다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4.03.2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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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인사이트]

전화기 맞은 편 야릇한 '홍콩여인'에...딜로이트·KPMG도 당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사들로부터 상을 받을 만큼 역량이 출중하다며 자산관리 역량을 선전한 업체(이하 A업체)가 허위 수상 이력을 내세워 코인 리딩방으로 투자자를 유도하는 '미끼 회사'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A업체는 홈페이지 수상내역란(사진)에서 KPMG와 딜로이트로부터 각각 '아시아 최고의금융 기술 서비스 제공업체', '내일의 특별상'을 받았다며 "1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수익 팀의 투자 능력과 전문 경영진의 이론적 지식과 실전 경험을 토대로, 여러 경기 주기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홍보해 왔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세가 요동치는 와중에 지혜로운 투자를 돕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하지만 머니투데이가 KPMG·딜로이트 측에 각각 사실 관계 확인을 요청한 결과 A업체에 상을 준 적이 없다는 답변을 22일 받았다. KPMG 인터내셔널의 한국 멤버펌(Member Firm)인 삼정KPMG는 본지에 "국내에선 이런 상을 준 적이 없고 글로벌에도 확인을 했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연락해서 조치를 요청하려고 해도 연락이 안 된다"고 말했다. 딜로이트의 구성펌(Participating Firm)인 딜로이트안진은 "글로벌을 포함해 저희 조직에서 시상 내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대형 회계·컨설팅업체들은 자사의 명의가 도용됐다고 항의할 당사자가 어딨는지조차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A업체가 홈페이지에 유선 연락처, 주소는 물론 이메일 주소 등 연락망을 일절 기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A업체가 한자를 음독(소리 내 읽기)하는 방식이 어색하다는 점을 근거로 외국 국적자가 중심이 된 업체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A업체는 업체명 일부에 영어로 'Gold(금)'라는 글자를 쓰면서 한글로는 '김'이라고 병기했다. '金(쇠 금·성씨 김)'을 김으로 읽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금속인 금이 아니라, '김해 김씨 등' 성씨를 가리킬 때 한정적으로 쓰이는 음독법이다.



A업체 홈페이지의 '창립자, 금메달 강사'와 이름·프로필 사진이 동일한 인물은 SNS(소셜미디어)에서 리딩방을 열고 "ASLF라는 이 새로운 코인은 올해 마지막으로 출시되는 새로운 코인입니다. 그래서 이 코인이 상장되면 분명 폭등할 것입니다" 등 메시지로 낯선 이름의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거래를 해보라고 권유해 왔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홍콩 H지수 ELS 검사결과 및 분쟁조정기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3.11. photocdj@newsis.com /사진=최동준[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홍콩 H지수 ELS 검사결과 및 분쟁조정기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3.11. [email protected] /사진=최동준
하지만 이 거래소(이하 A거래소)에서 거래를 할 경우 현금 인출이 되지 않는다거나 '창립자, 금메달 강사' 측의 시세 예측이 사실과 달라 수 억원대 피해를 봤다는 투자자들이 나온다. 일부 피해자들은 A거래소에서 매매했다가 치명적인 손실을 입으면서 삶에 대해 극히 비관적인 심경까지 기자에게 토로해 왔다.

A업체 '창립자, 금메달 강사'의 리딩방 회원을 하다 큰 손실을 입었다는 자영업자는 "리딩방 운영자들의 핸드폰 연락처는 전혀 공개되지 않고 가끔씩 본인들이 홍콩에 있다는 등 말을 하며 보이스 메시지를 보내오는 것이 목소리를 들어본 전부"라며 "리딩방 선생님(창립자, 금메달 강사)의 여성 비서가 리딩방 회원에게 보낸 보이스 메시지를 돌려 들어보니 말투가 (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어쩐지 (억양 차원에서) 중국 사람 같았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이 코인 리딩방 관련 피해 주의를 당부하는 차원의 소비자 경보를 발령한 20일 이후로도 이 리딩방은 버젓이 운영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상자산 관련 사기·리딩방 활동 등에 대해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및 투자사기 신고센터 등을 통해 경찰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사 대상이 해외 국적인 경우 사법 관할권 충돌 가능성 등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어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외교적 역량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창립자, 금메달 강사'는 이날 본지로부터 SNS에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받은 직후 프로필 사진을 내리고 어떤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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