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대중문화 평론가)
더구나 K가 붙는 대상은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제품이나 서비스다. 이는 드라마나 영화, 게임, 노래가 모두 마찬가지다. 음식이나 옷은 물론 스포츠에도 K가 붙고 있다. 민간기업이나 점포의 판매제품에 한국을 뜻하는 K를 모두 붙이려 하니 무분별한 K의 남용이 지적될 수 있었다. 과연 그들이 Korea를 전제하고 만들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K가 붙는 현상은 국가주의나 전체주의와 다르다. 더구나 문화적 다양성, 특히 한국의 특수성을 생각해야 한다. 일률적으로 외부의 시선으로만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K 이니셜을 강조하는 것은 세계인들에게도 바람직하다. 한국의 독특한 정체성을 지향하고 이를 상품화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상품과 서비스가 세계에 걸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이러한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상대국가를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자국우월주의 같은 태도와는 달라야 한다. 또한 문화침투나 점령이라는 단어가 횡행하는 담론의 생산은 주의해야 한다. 그 반작용으로 혐한 사례도 있었다. 물론 K콘텐츠는 이런 단계를 벗어나고 있다.
또한 갈수록 개인화하는 한국 사회에서 K의 자발적 강조는 공동체적 가치를 생각하고 구성원을 결집해내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점은 서구가 직면한 고민을 넘어설 수 있는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갈수록 현대사회는 개별적 욕망의 분출에 분산되는 구심력 때문에 갈등과 분열을 일으킨다. 집합적 연대의 가치는 우리가 위기상황에 봉착했을 때 동력이 될 수 있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있는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하면 자칫 연대와 공동체의 정체성을 잃는다면 사분오열할 수 있다. 특히 문화의 힘은 이런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물론 K 이니셜만 강조하고 실제적인 내용물에서 질적인 도약의 고민과 노력, 성취가 없다면 속 빈 강정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K 이니셜에 맞는 차별성과 경쟁력을 갖기 위해 부단히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는 언제든 있다. 누가 뭐래도 문화적 다양성 측면과 경제적인 면에서 K 이니셜은 세계 속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