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민혈세 1400억 또 빼가나…'해외도피' 선종구 증여세 12일 결론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4.03.1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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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구 하이마트 회장(맨왼쪽). /사진=홍봉진 기자선종구 하이마트 회장(맨왼쪽). /사진=홍봉진 기자


1300억원대 증여세를 두고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과 국세청이 12년 동안 벌여온 법적 공방의 승자가 오는 12일 판가름날 전망이다. 회사에 1700억원대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로 징역 5년형이 확정됐지만 해외로 도피해 잠적한 선 전 회장이 법의 틈새를 악용해 막대한 혈세를 빼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법조계와 과세당국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산하 조세심판원은 오는 12일 조세심판관회의를 열고 국세청이 지난해 4월 선 전 회장 일가에 부과한 증여세 1376억원에 대한 불복심판 청구 심리를 진행한다. 조세심판원은 당초 지난달 첫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려다 이달 12일 한차례 더 심리하기로 했다. 이번 심판 주심은 이달 퇴직을 앞둔 박춘호 조세심판관이 맡았다. 박 심판관은 선 전 회장과 국세청 측에 사실상 12일을 결심으로 예고한 상황이다.



이 사건은 감사원이 선 전 회장에 대한 증여세를 제대로 추징하지 못한 문제로 2021년 국세청과 조세심판원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해 국세청 담당자 2명에 대한 징계까지 요구한 사건과 맞물린 사안이다. 대법원도 2018년 4월 국세청의 당시 과세가 정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문제는 조세심판원이 12일 회의에서 대법원 판결과 감사원 감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조세심판제도의 취지를 악용한 선 전 회장 일가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적잖다는 점이다. 조세심판원 심결에서 납세자가 패소하면 법원에 행정소송을 추가로 제기할 수 있지만 과세당국은 조세심판원의 판단에 불복할 권한이 없다. 조세심판원이 선 전 회장 일가의 손을 들어줄 경우 국세청이 증여세 1376억원을 고스란히 돌려줘야 한다는 얘기다.



환급금은 납부된 증여세에 환급가산금(이자)까지 더해 총 1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과 선 전 회장의 증여세 공방은 하이마트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선 전 회장이 회사에 1700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를 들여다보던 검찰이 편법증여 정황을 포착해 2012년 국세청에 조사를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국세청은 자체조사에서 선 전 회장이 2008년 하이마트를 인수했을 당시 본인 명의가 아닌 두 자녀의 명의로 주식을 취득한 것을 자녀의 명의만 빌린 '명의신탁'에 의한 증여로 보고 2012년 두 자녀에게 각각 544억원, 832억원 등 총 증여세 1376억원을 부과했다.

국세청의 증여세 부과 이후 선 전 회장은 자녀를 대신해 연대납세의무자 자격으로 일단 증여세를 납부한 뒤 조세심판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조세심판원은 2013년 선 전 회장 일가의 증여를 명의신탁이 아니라 실제 현금을 준 '현금증여'로 봐야 한다며 재조사해 증여세를 부과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국세청은 조세심판원 결정에 따라 증여세 명목을 현금증여로 수정, 같은 액수의 증여세를 부과해 이미 납부된 세금으로 증여세를 대납했다.


다만 명의신탁에 의한 증여와 달리 현금증여는 연대납세의무가 없기 때문에 기존에 납부됐던 증여세를 선 전 회장에게 환급하는 절차에 따라 선 전 회장에게 환급가산금 116억원을 지급해야 했다.

선 전 회장은 국세청의 증여세 재부과에 대해 2013년 법원에 불복 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5년만인 2018년 국세청이 처음 증여세를 부과했던 판단대로 선 전 회장 일가의 증여가 명의신탁에 의한 증여라고 확정 판결했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자 국세청은 조세심판원의 '현금증여에 따른 증여세' 재납부액을 다시 돌려줘야 했고 납부금 환급에 따른 환급가산금(108억원)도 지급했다.

대법원 판결 5년만인 지난해 4월 국세청이 선 전 회장 자녀들에게 명의신탁에 따른 증여세 1376억원을 재부과하자 선 전 회장 일가는 조세심판원의 2013년 판단을 근거로 국세청이 명의신탁에 따른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두번째 심판청구를 조세심판원에 제기했다. 오는 12일 나오는 결론이 이 사안이다.

법조계 한 인사는 "조세심판원이 현금증여에 따른 증여세로 부과해야 한다는 2013년 판단을 고집할 경우 대법원 확정 판결을 무시하면서 해외도피한 범죄자에 대한 세금까지 사실상 면제해주는 셈이 된다"며 "이렇게 되면 과세당국의 잘못된 세금 부과에 대해 납세자가 좀더 수월하게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한 조세심판제도가 악용된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이 현재까지 수차례 반복된 증여세 부과와 환급 과정에서 선 전 회장에게 물어준 환급가산금, 사실상의 이자만 350억원이 넘는다. 국세청은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선 전 회장과 자녀 명의로 된 하이마트홀딩스 주식에서 발생한 차익에 대해 증여세 324억원을 추가 부과했을 때도 선 전 회장이 제기한 경정청구가 받아들여져 131억원을 물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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