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마친 후 작성한 방명록. /사진=뉴시스
더 이상 법관 개인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작금의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속뜻이 읽힌다. 법관이 주말도 없이 출근해 밤새워 기록을 검토하고 법리를 고민하던 그때 그 시절로는 이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번 흘러간 강물이 되돌아가진 않는다. 역사가 그렇다. 저녁이 있는 삶이 이미 '원픽'인 시대의 법관에게 사법연수원에서 헌신과 희생을 주입하던 시절의 법관상을 얘기해봐야 '여름 화로', '겨울 부채'다. 법관에게만 '이걸요? 제가요? 왜요?'를 하면 안 된다고 얘기해 봐야 꼰대질밖에 안 된다. 몸을 갈아넣어 일하지 않는다고 해서 제대로 헌신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냐는 반발에 부닥칠 가능성이 더 높다.
법관통합재판지원시스템에 따르면 법원의 민사합의사건이 쌓이기 시작한 게 벌써 5~6년 전, 2018년부터다. 어쩌면 앞으로도 5년, 혹은 10년 더 버틸 수 있을진 모른다. 하지만 축적된 미제는 결코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법원은 최후의 보루'라는 거창한 말보다 보통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재판이 공정하고 빠르게 진행되고 하루라도 빨리 납득할만한 판결을 받아 법정 밖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금 현실은 어느 드라마 대사처럼 대다수 보통사람은 그래도 안전할 거란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지기 직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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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이날 주재한 대법관회의에서 재판 지연 해소 방안으로 법원장이 재판업무를 담당하고 평판사 1년, 부장판사 2년으로 규정된 법관의 사무분담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했다.
언제까지고 문제의 원인을 법관 개개인 탓으로 돌릴 수도, 그렇게 자위하며 문제를 방치할 수도 없다. 조 대법원장이 먼저 사태를 제대로 봐야 한다. 사법에 권한을 준 이가 국민이라는 것을 잊을 때 법원은 다시 외부 개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