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PF 30~40곳 처리방안 제출…총선 이후 '살생부' 나온다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24.02.2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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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태영건설 사옥(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태영건설 사옥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을 개시한 태영건설의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이 59개 사업장 가운데 30~40개의 사업장 처리방안을 제출했다. 사업장별로 사업을 계속 진행할지, 정리할지 여부를 1차 판단한 것으로 향후 실사를 거쳐 오는 4월 최종방안을 확정한다.

이와 별개로 전국 3500곳에 달하는 PF 사업장의 사업성 평가 방안도 내달 나온다. 총선 이후에 정리가 필요한 부실 PF 사업장 리스트가 사실상 확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주 이미 30곳 처리방안 제출.."일부 사업장은 처리방안 못 낼수도"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이날까지 태영건설 59곳 사업장의 향후 사업을 정리할 지, 계속 이어갈지 처리방안을 받았다. 지난주까지 절반(30개)이 넘는 사업장이 처리방안을 제출했으며 이날까지 최종 40곳 안팎의 사업장이 향후 계획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난주 30곳 정도가 처리방안을 냈으며 이날까지 합치면 30~40곳이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며 "마감 시한을 넘기더라도 이번주에 대다수 사업장이 처리방안을 늦게라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업장별로 이슈가 다양하기 때문에 처리방안을 아예 내놓지 못하는 사업장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산은 관계자는 "사업장별로 대주단이 처리방안을 제출한다고 해도 더욱 중요한 것은 이후에 진행되는 실사 결과"며 "실사결과를 바탕으로 4월11일 정상화 계획을 채권자협의회에 안건으로 올려 확정하면 최종적으로 사업장별 운명이 정해진다"고 말했다.

태영건설 PF 사업장 59곳 가운데 18개는 착공을 하기 전 단계인 브릿지론 사업장이다. 브릿지론 단계의 사업장은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경공매로 넘길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후순위로 들어간 채권자는 투자금을 떼일 위험이 있기 때문에 사업장 정리에 소극적일 수 있다. 일부 브릿지론 사업장은 시공사 교체 등의 재구조화를 통한 정상화 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41개 본PF 중에서 주거 25개 사업장은 사업이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높지만 분양률이 낮거나 사업성이 떨어지는 비주거 16개 중 비수도권 사업장 일부는 정리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본 PF 에서 신규자금이 필요한 사업장의 경우 누가 자금을 투입할지 주체를 두고서 내부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태영건설 PF 30~40곳 처리방안 제출…총선 이후 '살생부' 나온다
50개 금융사 투자한 마곡 사업장, "매입가격보다 높은 시세, 사업성 충분"
50개 금융회사가 참여한 서울 마곡 복합시설 '마곡CP4 PFV'은 정상화 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업장은 사업진행을 위해 추가로 3700억원이 필요하다. 대주단이 신규자금 조건으로 연 8.5% 수준의 금리를 요구했다. 추가 자금은 신한은행 등 은행권 위주로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 공적률이 80%를 넘어섰다. 평당 매입가격이 1800만원인데 현재 시세는 이보다 높은 2200~2500만원 수준이기 때문에 사업성은 충분하다는 게 대주단의 판단"이라며 " 추가 자금 투입을 위해 2금융권 몇 곳과도 협의를 진행했으나 요구 금리 수준이 높아 최종적으론 은행 위주의 지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사업장은 국민연금이 선매입 조건으로 3500억원을 투입했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계약을 해지할 가능성도 제기했으나 현재 공사 진행 단계와 사업성 등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2금융권의 한 대주단 관계자는 "공사가 많이 진행이 됐기 때문에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본다"며 "대주단에서 자금을 요청하면 언제라도 신규자금을 투입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지난 23일 산은 등 채권단은 태영건설 본사에 4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 투입을 최종 의결했다. 5월30일까지 연 4.6% 이율도 빌려준다. 담보로 윤석민 TY홀딩스 회장의 TY홀딩스 지분 25.4%와 TY홀딩스 보유 SBS 지분 38.1%를 잡았다. 사실상 채권단이 태영건설에 '마이너스 통장'을 뚫어준 것으로 운영자금이 확보된 만큼 향후 정상화 계획을 세우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전국 3500곳에 달하는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평가 계획을 내달 확정한다. 양호, 보통, 악화우려 등 3단계 사업성 평가에 대한 지표를 세분화한다. 특히 브릿지론 단계의 사업장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만기연장에 따라 정상 혹은 요주의로 분류한 브릿지론 사업장 건전성 분류가 향후 고정 혹은 회수의문 단계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6월말 기준 실적에 반영해야 하는 만큼 총선 이후 부실 PF 사업장이 표면위로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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