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엔 세계 일류대학 없다"…경쟁은 치열한데 왜?

머니투데이 박건희 기자 2024.02.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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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UNIST 총장 "세계 일류 연구중심대학 육성해야"

23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용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이 최근 발간한 '세계일류대학 만들기 연구중심대학 2.0'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박건희 기자23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용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이 최근 발간한 '세계일류대학 만들기 연구중심대학 2.0'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박건희 기자


"우리나라엔 세계 일류대학이 없습니다. 대학 연구 환경이 유리 천장에 막혀있기 때문입니다. 연구개발비를 늘려 '연구 몰입 환경'을 만드는 게 유리천장을 뚫을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용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은 23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일류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해야하는 시기"라며 "중국 난양공대, 홍콩과기대가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KAIST(한국과학기술원), 포스텍을 추월한지 오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감한 정책 결정과 대학의 연구몰입환경에 대한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최근 발간한 '세계일류대학 만들기 연구중심대학 2.0'에서 미국, 유럽, 중국 등 대학의 연구환경과 국내 대학 연구환경을 비교·분석했다. 이 총장은 "우리나라엔 세계일류대학이 없다"고 말했다. "노벨상, 필즈상, 튜링상 등 이공계 3대 상 수상자가 없을 뿐만 아니라 QS, THE 등 세계대학순위에서도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분석에 따르면 국내 전체 R&D(연구·개발)비는 100조 규모로 전 세계 5위 규모지만 대학에 지원하는 R&D 비용은 9.1%다. 이같은 수치에는 올해 삭감된 R&D 예산 규모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같은 예산 규모가 "터무니없이 적다"는 게 이 총장의 시각이다. 그러면서 "예산을 최소 2조 원 늘려야 일류대학으로 나아갈 연구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연구간접비 제도를 개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연구비는 대학교수 등 연구자에게 연구 목적으로 직접 지급하는 직접비와 인력지원비, 연구지원비 등 연구를 지원하는 목적의 간접비로 나뉜다. 그는 "지원기관이 임의로 비율을 조정하는 연구 간접비 비율을 정률제로 바꿔야한다"며 "정률제가 시행되지 않아 대학의 실제 간접비 수입 비율이 낮다"고 말했다. 이어 "총연구비의 18~23% 규모로 책정된 현행 간접비 비율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형 연구과제에 적용되는 '간접비 반환제 제도'를 재고해야한다고 말했다. 간접비 반환 제도는 징수된 간접비의 절반을 다시 연구책임자에게 돌려주는 제도다. 연구자를 보호하고 연구직접비를 확보한다는 목적이 있다. 이 총장은 "간접비 관리를 맡을 행정연구원을 채용하고 나면 대학본부 입장에선 적자가 발생하는 격"이라며 "과감한 제도적 실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대학의 연구 지원 인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연구자가 직접 연구 과제부터 장비 관리까지 맡는 건 개발도상국 시스템"이라며 "연구자의 연구 몰입을 방해한다"고 비판했다.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은 교수 1명 당 11명의 지원 인력이 있는 반면 KAIST 등은 교수 1명 당 3명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이 총장은 "대학이 체계적인 연구몰입환경을 갖추려면 연구지원 전문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연구장비 운용과 관리를 일원화해 전담하는 선진국형 연구지원시스템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총장의 임기는 지난해 11월 18일 만료됐다. 후임을 선임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총장은 연임 의지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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