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도, 검사도 없다…텅 비어가는 '空수처'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2024.02.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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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사진=뉴스1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사진=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이후 줄곧 제기된 수사력 부실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지난해 말 수사부서를 확충했지만 지도부 공백 장기화에 이어 검사 연임 실패까지 겹치면서 사건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제개편 없이는 1인 수사부까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최근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종수 검사(사법연수원 40기)의 연임을 의결하고 김송경 검사(40기)는 연임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공수처 출범 직후인 2021년 4월16일 임명된 '공수처 1기' 검사들로 오는 4월 임기 만료를 앞뒀다. 공수처 검사의 임기는 3년으로 세차례 연임할 수 있다.



연임이 불발된 김송경 검사는 수사1부 소속이다. 수사1부는 부장검사인 김선규 공수처장 대행을 포함해 총 3명의 검사로 구성된다. 김 대행은 민간인 시절 수사기록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지난 6일 항소심에서 벌금 2000만원이 선고되자 다음날인 7일 사의를 표했다. 오는 29일 정식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면 사직서 수리까지는 통상 2~3주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송경 검사까지 한달여 뒤 임기만료로 퇴임하면 수사1부에는 공기광 검사(변시 2회)만 남는다.

공수처는 지난해 12월18일 수사 수요 증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며 공소유지 기능을 맡았던 공소부를 폐지하고 수사4부를 신설했다. 수사부서를 추가 신설한 지 불과 두달여만에 수사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수사부를 축소하거나 인원을 조정하는 등 직제개편을 해야 하지만 김선규 대행과 김송경 검사가 떠날 경우 공수처 검사 정원 25명 중 19명만 남게 돼 인력을 재배치할 여유도 많지 않다. 송창진 수사2부장이 대행을 맡더라도 현상유지 이상의 조치를 취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신임 처장이 임명될 때까지 인력 문제는 계속될 전망이다.

새로운 처장 후보를 추리는 추천위원회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점은 더 문제다. 추천위는 지난 6일 국회에서 최종후보 선정을 위한 7차 회의를 열었지만 대통령에게 추천할 최종후보 2명을 결국 추리지 못했다. 7차 회의까지 십여차례 투표를 했는데도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추천위원들은 새로운 후보를 추가해 오는 29일 8차 회의를 열기로 했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새 후보군을 두고 논의하는 첫 자리인 만큼 29일에도 결론이 나오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지도부 공석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공수처가 진행하는 주요 수사도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 이영진 헌법재판관의 골프접대 의혹 수사는 당초 지난달 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이렇다할 수사 결과 발표가 없다. 현직 경무관 뇌물수수 의혹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공소제기 요구나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책임질 지도부가 없어 결론이 미뤄지는 모양새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원 표적감사 의혹 관련 수사도 지난해 말 유병호 사무총장을 소환한 이후 후속수사가 멈춰선 것으로 전해졌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에 대한 수사외압 의혹 관련 수사도 지난달 말 국방부 감찰단, 조사본부 등을 압수수색한 이후 주요 피의자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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