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 천건 시행 '뇌 감압' 치료…감염률 10% 낮춘 '새 프로토콜' 개발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4.01.1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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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수 천건 시행 '뇌 감압' 치료…감염률 10% 낮춘 '새 프로토콜' 개발


뇌 내 압력 상승 시 뇌척수액을 체외로 빼내 감압하는 '뇌실 외 배액관'(EVD)에 관한 감염률을 획기적으로 낮춘 새로운 감염관리 프로토콜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이를 적용하면 감염률을 10% 이상 낮출 수 있어 환자 안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중환자의학과(신경외과) 하은진 교수·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추윤희 교수 공동 연구팀은 새로운 뇌실 외 배액관 감염관리 프로토콜의 효과를 검증한 연구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뇌실 외 배액관은 신경외과에서 뇌출혈, 수두증, 뇌압 치료 등에 사용하는 중요한 도구다. 두개골에 감싸진 뇌는 피가 고이거나 뇌척수액 증가 등으로 부피가 늘어나면 내부 압력이 증가해 뇌세포 손상, 뇌탈출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일시적으로 배액관을 삽입해 뇌척수액을 빼내면 압력이 낮아져 뇌 손상 위험도 낮아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수천건의 시술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 왼쪽부터)서울대병원 하은진 교수와 서울성모병원 추윤희 교수.(사진 왼쪽부터)서울대병원 하은진 교수와 서울성모병원 추윤희 교수.
하지만, 민감한 뇌를 다루는 만큼 위험한 게 사실이다. 특히 가장 위험한 합병증 중 하나인 '뇌실 외 배액관 관련 감염'은 추정 감염률이 EVD 카테터 사용 일수 1000일당 5~20건으로 적지 않은 수준이디. 특히 감염 후 뇌실염으로 악화하면 치명률이 30%에 이른다. 의식 저하·인지장애·간질 발작·신경학적 장애 등의 후유증을 남기지만 감염을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표준 프로토콜'은 없었다.



이에 공동연구팀과 서울대병원 감염관리팀은 중심정맥관 관련 혈류감염(CLABSI)과 뇌실 외 배액관 감염의 경로(기전)가 동일하다는 점에 착안해, 기존에 존재하는 중심정맥관 관련 혈류감염 관리 번들(카테터 삽입에서 제거를 포함한 모든 행위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기반으로 국내 의료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뇌실 외 배액관 감염관리 프로토콜을 개발했다.

새로운 감염관리 프로토콜은 크게 △EVD 배치 △드레싱 △조작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이 프로토콜에서는 카테터 삽입뿐만 아니라 드레싱, 유지, 제거에 걸친 모든 단계에서의 철저한 손 위생과 매일 삽입 부위 및 관 전체 관찰을 강조한다. 또한 피부 소독에 포비돈요오드 대신 클로르헥시딘을 사용하고 불필요한 샘플링 및 무균 공간의 개방을 최소화하도록 제시했다.

새로 개발된 EVD 관련 감염관리 프로토콜./사진=서울대병원새로 개발된 EVD 관련 감염관리 프로토콜./사진=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새로운 프로토콜의 적용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2016년 11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신경외과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들을 △프로토콜 미적용군(84명) △적용군(99명)으로 나눠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 도입 전 뇌실 외 배액관 감염률이 16.7%(EVD 카테터 사용 일수 1000일당 14.35건)에서 도입 후 4%(EVD 카테터 사용 일수 1000일당 3.21건)로 10%포인트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프로토콜이 도입된 후 환자들은 뇌실 외 배액관을 더 오랜 기간 사용했으며, 주기적인 교체나 지속적인 항생제 사용 없이 약물 주입을 더 자주 진행했음에도 감염률이 크게 줄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하은진 교수는 "새로운 감염관리 프로토콜을 활용해 뇌실 외 배액관과 관련한 감염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며 "신경외과 중환자 전문의, 감염관리팀, 중환자 간호팀의 밀접한 협력 덕분에 프로토콜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실행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 결과를 계기로 의료 분야에서 다양한 감염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체계적·다학제적인 관리 프로토콜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뇌실 외 배액관 관련 감염관리 방법의 효과를 처음으로 입증한 이번 연구는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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