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중 '펑' 벽체 구멍…보잉 또 위기, 美 '737 맥스-9' 운항 중단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4.01.0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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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항공의 여객기 5일 비행 중 벽체 떨어져,
당국 운항 재개 전 점검 요구 '세계 171대' 영향…
블룸버그 "중국 당국도 대응책 마련 긴급회의 소집"

5일(현지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뒤 비상착륙한 알래스카 항공 1282편 보잉 '737 맥스-9' 여객기 내부 모습 /사진=엑스(옛 트위터)5일(현지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뒤 비상착륙한 알래스카 항공 1282편 보잉 '737 맥스-9' 여객기 내부 모습 /사진=엑스(옛 트위터)


잇따른 추락 등 안전사고에 흔들렸던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이 또 위기에 직면했다. 비행 중 기체 일부가 떨어져 나가며 구멍이 생기는 사고가 생겼기 때문이다. 미 항공 당국은 해당 기종 운항을 일시 중단시켰으며, 시장에서는 이번 일이 최근 중국의 보이콧 해제로 높아진 회사 실적 개선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이날 보잉 '737 맥스-9' 기종에 대한 긴급 점검과 임시 운항 중단을 명령했다. 이는 전날 미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이륙한 뒤 발생한 알래스카 항공의 사고 때문이다.



점검 시간은 항공기당 4~8시간가량 걸릴 예정으로 전 세계에서 171대가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을 예정이다.

미국에서 보잉 '737 맥스-9' 항공기를 보유한 항공사는 유나이티드 항공(79대)과 알래스카 항공(65대) 두 곳이다. 하지만 이들이 미국 내 항공 수요를 주로 책임지고 있어 FAA의 이번 조치는 미국을 오가는 여행객들의 항공 일정에도 차질을 줄 전망이다. 항공 데이터업체 시리움에 따르면 알래스카 항공은 이달에만 보잉 '737 맥스-9' 기종으로 5000회 이상의 항공편을 운항할 예정이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FAA 발표 후 약 60편의 항공편을 취소했고, 보유한 문제의 기종 중 33대가 당국의 안전 검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5일 알래스카 항공 1282편 보잉 '737 맥스-9' 여객기는 포틀랜드 국제공항에서 이륙 직후 회항해 비상 착륙했다. 해당 여객기의 측면 창문과 벽체 일부가 비행 도중 폭발음과 함께 뜯겨 나가면서 기체에 큰 구멍이 생겼기 때문이다. 여객기에는 승객 171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77명이 탑승한 상태였고,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블룸버그는 이 기종이 비상구를 추가 설치할 수 있는 모듈식으로 제작됐으며, 알래스카 1282편은 사고가 난 공간을 영구적으로 막아 벽체로 사용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제조 과정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로이터=뉴스1/로이터=뉴스1
소셜미디어(SNS)에는 기내에 큰 구멍이 생기고 단열재가 노출된 모습, 천장에서 산소마스크가 떨어져 있는 모습 등이 담긴 사진이 공개돼 비상 착륙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연상케 했다. 사고기에 탑승했던 건축가 니콜라스 호흐(33)는 "폭발음이 울리며 비행기가 흔들렸고, 순간적으로 기내의 압력이 낮아졌다. 기내 조명이 깜박이고 천장에서 산소마스크가 떨어졌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사태가 보잉의 매출, 특히 중국 사업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시사했다. 통신은 "보잉은 최근 몇 년 동안 제조 결함과 값비싼 수리 비용을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이자 가장 큰 수익원인 '737 맥스' 운항 중단이 회사 운영의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항공 규제 당국이 자국 내 보잉 맥스 기종에 대한 착륙 가능성을 포함해 이번 사고에 대한 대응책을 검토하고자 긴급회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보잉은 지난 2018년(인도네시아 항공)과 2019년(에티오피아 항공)에 공급한 737 맥스-8 항공기가 잇따라 추락하며 346명이 사망하는 참사를 빚어 명성에 큰 타격을 입은 적이 있다. 이후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해당 기종의 자국 내 운항을 금지했다. 이후 미국과 갈등이 고조되면서 중국 항공사들은 보잉의 737 맥스 기종을 신규 주문에서 배제해왔으나,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년 만에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중국의 '보잉 보이콧'도 해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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