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겨우 징역 12년?" 국민 '부글'…피해자는 결국 집 떠났다[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2023.12.1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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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아동 성폭행 혐의로 징역 12년을 복역 후 출소한 조두순(68)이 2020년 12월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준법지원센터에서 행정절차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아동 성폭행 혐의로 징역 12년을 복역 후 출소한 조두순(68)이 2020년 12월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준법지원센터에서 행정절차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 교회 다니니?"

2008년 12월11일 오전. 조두순(당시 56세)이 등교 중이던 A양(당시 만 8세)에게 물었다. A양이 "아니요"라고 답하자 조두순은 "이 교회에 다녀야 한다"며 A양의 입을 틀어막고 안은 뒤 교회 건물 안 화장실로 들어갔다. 조두순은 A양을 기절시켜 성폭행을 저지른 뒤 그대로 화장실을 빠져나왔다. 피해자는 정신을 잃은 채 화장실에 방치돼 있었다.

겨우 '징역 12년'…"술 취해서" 심신미약 인정
사건은 당일 오전 8시30분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서 벌어졌다. 조두순은 등굣길에 오른 A양을 납치, 한 교회 건물 화장실에서 성폭행했다. 조두순이 자리를 떠난 뒤 A양의 "살려달라"는 외침을 들은 시민이 A양을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조두순의 끔찍한 범행으로 A양은 성기와 항문 기능의 80%를 상실해 인공 항문을 만들어야 하는 영구 장애를 입었다. 당시 조두순은 이미 성폭행과 상해치사 등 중범죄 전력이 있는 전과 17범이었다. 이후 같은 달 13일 A양의 지목과 사건 현장에서 나온 지문, 조두순의 옷과 운동화에 묻어있던 피해자의 혈흔 등이 증거로 확보되면서 조두순 체포됐다.

법의 심판은 가벼웠다. 검찰은 조두순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징역 12년에 전자발찌 부착 7년, 신상정보 열람 5년을 선고했다. 범행 당시 조두순이 술에 취한 상태였다는 점을 감안해 형량을 낮춘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고 조두순은 형이 무겁다며 상고했다. 대법원은 2009년 9월24일, 조두순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형을 확정했다. 지나치게 가벼운 판결에 당시 청와대 게시판에도 '조두순을 중형에 처하라'는 내용의 글이 연달아 올라오는 등 대국민 서명운동이 확산됐다.

조두순 출소에 피해자는 이사…"사형하라" 국민 분노
 아동 성폭행 혐의로 징역 12년을 복역 후 출소한 조두순(68)이 2020년 12월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내 거주지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 아동 성폭행 혐의로 징역 12년을 복역 후 출소한 조두순(68)이 2020년 12월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내 거주지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
12년이 흐른 2020년 11월. 조두순의 출소를 약 한 달 앞두고 피해자 가족은 안산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이들 가족은 "피해자가 도망가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며 사건 이후에도 안산에 머물렀지만, 가해자의 출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에 피해자가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자 이사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죄자가 당당히 집으로 돌아오고 피해자가 집을 떠나게 된 것이다.

이후 12월12일. 조두순은 복역을 마치고 출소해 자신의 주거지가 있는 안산으로 돌아왔다. 당일 새벽, 그의 출소를 약 1시간 남겨둔 시각 시민들이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 진입로에 모여들어 "조두순을 사형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열었다. 오전 9시쯤 조두순이 탄 차량이 안산 근처에 모습을 드러내자 그의 주거지 앞에 모여있던 유튜버, 주민 등 100여명이 차량 앞을 가로막았다.


범죄자의 사회 복귀에 여론은 들끓었다. 사건 당시 검찰이 조두순에게 적용한 법이 잘못됐다는 비판도 재차 일었다. 당시 검찰은 조두순을 기소하면서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를 가중처벌 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특별법)을 적용하지 않고, 일반 형법상 '강간상해·치상'죄를 적용한 바 있다.

형법상 강간상해·치상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성폭력처벌법에 따르면 13세 미만 아동강간죄는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더 강하게 처벌할 수 있다. 사건 발생 이듬해인 2009년 국정감사에서도 검찰은 기소 과정에서의 착오와 항소 포기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기도 했다.



사건 이후 아동 성범죄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높아졌다. 2010년 형법 개정으로 유기징역형 상한은 15년에서 30년으로 상향됐고, 성범죄 처벌 수위를 높인 특례법이 만들어졌다. 사건 당시 조두순이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는 점이 인정돼 감형된 것에 대해서도 음주 성범죄에는 주취 감경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여전히 아동 성범죄를 원천적으로 막기에는 법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두순 출소 당시에도 국회에선 '조두순 방지법'을 쏟아냈지만 현실적이지 못하거나 헌법상 기본권 침해 등을 이유로 폐기됐다. 최근 법무부는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 후 국가 지정시설에 거주하도록 하는 '한국형 제시카 법'을 입법 추진 중이지만 논의는 더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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