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억이면 月100만원' 꼬박꼬박 그림 수익…청담동 갤러리 돌변

머니투데이 정세진 기자, 민수정 기자 2023.11.2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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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ㄱ갤러리 사무실 1층 사무실. 현재는 운영하지 않는다. /사진=정세진 기자 지난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ㄱ갤러리 사무실 1층 사무실. 현재는 운영하지 않는다. /사진=정세진 기자


미술품에 투자하는 이른바 '아트테크'를 통해 원금의 1%를 매월 지급한다던 서울 강남의 한 갤러리가 약속한 수익금을 지급하지 않아 투자자들로부터 고소당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남구 청담동 'ㄱ갤러리' 대표 A씨와 직원 등 2명에 대해 사기 혐의로 고소장을 10여건 접수받아 고소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현재까지 강남서에 확인된 피해 금액은 약 10억원이다. 투자자들은 전국에 500여명에 달하고 이들이 각 지역 경찰에서 추가 고소장을 접수하고 있어 피해금액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고소인들은 A씨가 투자금의 1%를 저작권료 명목으로 매월 지급했는데 지난달 중순부터 지급을 멈추고 약속한 지급기일을 여러 차례 미루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투자자 일부는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ㄱ갤러리는 2021년 초부터 투자자들에게 1인당 적게는 300만원부터 많게는 1억원 이상을 투자받았다. 미술품 소유자와 투자자의 1대 1 매칭을 통해 투자자가 미술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주선하고 투자자가 매입한 미술품을 위탁받아 관리하면서 수익을 창출한다고 홍보해 왔다.

고소인들에 따르면 이 갤러리는 유튜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블로그 등을 통해 원금 손실이 없다고 홍보했다. 투자자들은 1억원을 투자할 경우 매달 100만원의 저작권료를 받고 계약이 종료되면 자기 소유 미술품을 돌려받거나 ㄱ갤러리에 되팔 수 있다고 안내받았다. 이에 짧은 기간 안에 약 500여명이 몰렸고, 1억원 이상 투자한 투자자들도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1년 이상 저작권료를 제때 지급해 온 갤러리가 저작권료 지급을 중단한 것이다. 갤러리는 지난달 31일 "지난 8월쯤부터 저작권료 지급계좌와 연결된 데이터베이스 오류가 지속적으로 발생돼 저작권료 지급이 하루 이틀 지연되는 상황이 몇달에 걸쳐 다수 발생했다"고 공지했다.


ㄱ갤러리는 홈페이지 공지문을 통해 저작권료 지급이 늦어지고 있다며 최대한 빠르게 조치하겠다고 안내했다. /사진=ㄱ갤러리 홈페이지ㄱ갤러리는 홈페이지 공지문을 통해 저작권료 지급이 늦어지고 있다며 최대한 빠르게 조치하겠다고 안내했다. /사진=ㄱ갤러리 홈페이지
그러면서 "추후 오류 재발과 저작권료 지연에 따른 손실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신규 데이터베이스 서버 설치 및 데이터 내용 복구를 결정했다"고 했다. 이어 "14년 동안 사용한 구식서버 때문에 복구작업 진행이 지연되고 신규서버와 데이터 호환 등의 어려움으로 시스템복구까지 다소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금일(지난달31일)부터 순차적으로 이번 주 내 모두 입금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갤러리는 해당 입장문에 운영자인 대표 A씨 휴대폰 번호까지 공개하며 약속의 신빙성을 더했다. 이 밖에 일부 일부 투자자들과 만나 지급을 약속했고 투자자들의 전화 연락에도 순차적으로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 9일에는 머니투데이 기자와 만나 "서버 문제로 지급을 못하는 상황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운영이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투자자 우려와 달리 재산이 없는 것도 아니고 저작권료는 모두 지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화랑을 통해 고객과 작가를 1대 1로 매칭해 작품을 산다"며 "작품 소유권이 있으니 투자자가 원하면 되팔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A씨는 "13일부터는 저작권료를 지급할 것이고 20일부터는 투자자 소유 미술품 중 갤러리가 재매입하길 원하는 미술품에 대해선 재매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7일 현재까지도 저작권료 지급과 재매입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



ㄱ갤러리는 지난 26일 재차 카페에 입장문을 올리고 "지연된 저작권료 미지급 명단을 모두 파악한 후 금주 전체 지급할 예정이었으나 일부 지급 후 전체 지급은 지연되고 있다"며 "해결 일정이 지연돼 굉장히 죄송하다"고 안내했다. 이어 "고객응대를 위한 갤러리 운영은 우선 이달 30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며 "최대한 빠르게 복구해 이번 문제를 해결할 예정"이라고 했다.

ㄱ갤러리와 계약한 작가들도 투자자들과 다른 설명을 하고 있다. 갤러리와 계약한 B씨는 "갤러리에서는 저작권료 명목으로 그림 가격의 1%를 1년에 한 번 지급했다"며 "갤러리 전속 작가 7~8명이 모두 이런 식으로 계약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림을 팔았다면 그림 가격을 줘야 하는데 그런 적은 없다"며 "그림은 내 소유니까 저작권료만 받고 50여점 이상의 그림을 ㄱ갤러리에 위탁해서 보관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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