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문교 앞 '32세 시진핑'…중국서 옛 사진과 친구들 띄우는 이유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3.11.1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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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 주석, 미국시간 14일 오후 현지 도착…
관영매체 일제히 習-아이오와 인연 집중보도

38년 전 금문교 앞의 시진핑. /사진=X(옛 트위터)38년 전 금문교 앞의 시진핑. /사진=X(옛 트위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에 도착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최대 이벤트다. 시 주석 도착을 전후해 중국 언론들은 시 주석과 미국의 인연을 집중 보도하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시 주석이 실질적 성과를 내며 '제 2의 아이오와 친구들'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14일 오후 2시35분(미국 현지시간)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고 15일(중국 현지시간) 보도했다.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과 미중 정상회담 하는 한편 APEC 30차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곡절 끝에 확정된 시 주석의 미국행을 중국 관영매체들도 비중있게 보도하며 의미부여에 나섰다. 전날 중국 관영매체들은 일제히 시 주석의 출국 소식을 전하며 시 주석과 미국의 과거 인연, 샌프란시스코 현지 분위기 등을 다양하게 다뤘다. 이른바 아이오와 친구들과의 오랜 친분도 집중 보도했다. 미중관계 호전을 바라는 기대감이 읽힌다.

(샌프란시스코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시간) 미중 정상회담과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국제 공항에 도착을 하고 있다. 2023.11.15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샌프란시스코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시간) 미중 정상회담과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국제 공항에 도착을 하고 있다. 2023.11.15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국 관계의 미래 발전을 선도할 것"이라며 "미국이 정치적 용기와 지혜를 발휘해 양국이 올바르게 공존하는 방법을 찾기를 바란다"고 보도했다.



관영 CCTV도 시 주석이 38년 전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던 과거를 자세히 보도했다.

시 주석은 32세였던 38년 전 허베이성의 한 현 당서기 신분으로 지역 축산업 대표단과 함께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다. 아이오와주 농촌마을 머스카틴을 둘러보기 위해 출장을 가던 중 샌프란시스코에 들렀다. 미중 관계가 수교 직후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던 시절이다. CCTV는 시 주석이 여느 관광객처럼 금문교(골든게이트브리지) 앞에서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시 주석은 머스카틴에 2주 동안 머물며 미국인들의 집에서 숙식하고 주민들의 생일파티에 참여하는 등 미국 문화를 짧지만 깊게 체험했다. 국가주석에 오르기 직전인 2012년에도 아이오와주를 찾았던 건 이런 깊은 인연이 배경이 됐다. 당시 지인들을 재회한 시 주석이 한 "내게는 당신들이 곧 미국"이라는 말이 새삼 회자된다.


시 주석은 2012년 아이오와 주민들을 중국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이번 APEC 기간 동안에도 과거 인연을 맺은 아이오와 주민들을 샌프란시스코로 불러 만찬할 예정이다.

시 주석의 금문교 사진 공개와 옛 친구들 초청은 미중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측이 전하는 일종의 화해의 제스처로 해석된다. 중국 측은 정상회담이 공식 확정되기 직전까지도 미국의 패권주의와 중국에 대한 다양한 경제적 압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상회담이 성사되려면 미국 측이 이른바 '하나의 중국'문제를 포함해 큰 틀에서 양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미국도 힘겨루기를 이어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시 주석이 도착한 날 열린 APEC 외교장관회의에서 "미국은 (아태) 각국이 경제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고 파트너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지역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갈등관계에 있는 주변국들을 무역 등 경제수단으로 압박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누사두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도착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누사두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도착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5일(현지시간) 열리는 정상회담에서는 양국의 현안인 대만문제와 남중국해 영토문제, 핵심기술 제재 문제 등이 언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만문제를 포함한 '하나의 중국' 문제에 대해서는 양국이 이견을 좁히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국이 언급하고 중국 측 발표문에 포함하는 정도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기후변화 문제, 인공지능(AI) 개발 문제 등에 대해서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정 의견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이 합의한 사항이 발표될 수 있다.

또 양국 간 고위급 군사소통 채널 복원 등의 성과도 기대된다. 또 중국이 미국 보잉사 여객기를 대량 구매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도 전해졌다. 미국의 펜타닐 문제에 중국이 협조 의사를 밝힐 가능성도 있다.

시 주석과 만날 예정인 미국 기업인들도 속속 샌프란시스코에 집결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CEO (최고경영자), 사티아 나델라 MS(마이크로소프트) CEO, 제인 프레이저 시티그룹 CEO, 대런 우즈 엑손 CEO 등이 시 주석과의 만찬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들은 비공식적 자리에서 중국의 우려를 불식하고 그들의 사업의지를 표현할 기회를 맞이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시 주석과 만찬자리를 확보하거나 대기자 명단에 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미중 관계는 갈등 일로지만 14억 중국인들의 거대한 내수시장이 갖는 영향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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