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사고도 내부통제 실패 사례…"韓, 자금통제 미비 개선해야"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3.11.09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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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내부회계관리제도 내부통제 영역에서의 중요한 취약점 5가지. /사진제공=삼정KPMG한국과 미국의 내부회계관리제도 내부통제 영역에서의 중요한 취약점 5가지. /사진제공=삼정KPMG


한국에서 내부회계관리제도(ICFR) 내부통제 영역의 가장 중요한 취약점으로 '범위 제한'이 꼽혔다. 이외에도 회계 인력 및 전문성 부족, 당기 감사 과정에서 재무제표 수정, 자금 통제 미비, 고위 경영진의 부적절한 행위 또는 태만이 지적됐다. 한국의 취약점은 미국과 상이했다.

9일 삼정KPMG는 한국과 미국의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분석한 보고서인 '한미 내부회계관리제도 비교와 시사점 Vol. 5'를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IT 통제 미흡이 내부통제 영역의 중요한 취약점으로 지적되는 비중이 1.4%(3건)였지만 미국은 22%(140건)로 높았다.



보고서는 "한국에서 올해 처음으로 IT 통제 미흡이 내부통제의 중요한 취약점으로 지적되기 시작했다"라며 "사업영역 확대 및 거래의 복잡성으로 인해 재무정보 산출에 쓰이는 IT 기술의 중요성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상대적으로 IT 통제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한국에서는 덜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IT 통제가 미흡하면 회사가 산출하는 재무 정보 전반에 신뢰성이 낮아질 수 있어 IT 통제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내부회계관리제도 비적정 사유로 지적된 자금통제 미비는 미국(7건, 1.1%)에 비해 한국(30건, 14.4%)이 높았다.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횡령과 같은 자금통제 미비 사건을 보면 업무 분장 미흡이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보고서는 업무 분장과 실질적 IT 시스템상 접근권한 통제, 물리적·논리적 보안, 상급자 검토 통제 등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부통제 비적정 사유 중 한국과 미국 공통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회계 인력 및 전문성 부족'(한국 20.1%, 미국 22.0%)이었다. 보고서는 "내부회계관리제도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데 있어 회계 인력의 규모와 전문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내부회계관리제도 비적정 의견을 받은 회사 중 외부감사인과 회사(경영진·감사(위원회))의 내부회계관리제도 평가 의견 불일치 비율이 한국은 80%를 상회하지만 미국은 0%로 집계됐다. 미국의 의견 불일치 비율이 낮은 것은 회사의 내부회계관리제도 평가조직이 신뢰성 있는 평가 결과를 도출하고, 외부감사인과 회사가 적시에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한 결과라는 평이다.


삼정KPMG는 2017년 업계 최초로 회계제도 변화에 대한 선제 대응과 내부통제 효과성 제고를 위해 내부회계관리제도 전문조직을 설립했다. 이어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도입 직전인 2018년 사업연도에 대한 분석을 시작으로 매년 '한미 내부회계관리제도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김유경 삼정KPMG ACI 리더는 "경영진과 감사(위원회)가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신뢰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IT 통제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지속해서 자금 횡령의 사회경제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자금통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서류상 업무분장을 넘어 실제 IT 시스템상 업무분장과 접근권한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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