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중국의 식품위생 'I am 신뢰에요'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3.10.3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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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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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중국의 식품위생 'I am 신뢰에요'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서 밈처럼 급속도로 유행하고 있는 말이 'I am 신뢰에요'(실제 표기법은 '예요')다. 펜싱 국가대표 출신 남현희씨와 결혼 발표를 했던 전청조씨가 같은 아파트 이웃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교포행세를 하며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적은 문장이다. 영어 사용자가 사용했다고 보기 믿기 힘든 대화 수준이다보니 이 문장을 희화화하거나 반어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I am 신뢰'를 주장하는 또 한 곳(?)이 있다. 이보다 며칠 전 '소변맥주' 파동이 발생한 중국이다. 최근 소변맥주 파동에 대해 중국 내에서는 칭따오(TSINGTAO, 판매사 국내표기 기준)맥주를 흠집내기 위한 '기획소변'으로 몰아가는 기류가 감지된다. "공장 내 화장실이 많은데 담을 넘어 소변을 본 것이 이상하다"거나 "3공장이 아니라 다른 물류기지다"라는 주장 등이다. '소변을 본 남성이나 영상을 찍은 이들을 체포해 조사해보니 칭따오맥주 직원이 아니더라'는 당국 발표가 나오자 이런 목소리는 더 커졌다. 알려지다시피 소변맥주 파동은 중국 칭따오맥주 3공장에서 직원으로 보이는 자가 원료에 소변을 보는 듯한 장면이 영상으로 공개된 사건이다.



이런 기류는 중국 칭따오맥주 주가에서도 나타난다. 시총 1조2000억원이 사라졌다는 보도가 나온지 며칠만에 상하이증권거래소의 칭따오 주가는 바닥을 찍고 26일 기준 사건 이전으로 반등했다. 중국 대표맥주 중 하나인 칭따오에 대한 중국인의 신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 증권가는 이번 영상이 칭따오 주가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한국인이 생각하는 중국의 식품위생관리 신뢰수준은 밑바닥이다. 2년전 발생한 알몸김치 사건이 대표적이다. 알몸김치 사건은 2021년 3월 중국의 김치제조 공정 과정에서 한 남성이 알몸으로 절임배추에 몸을 담그고 작업을 하는 영상이 공개된 일이다. 이 사건으로 중국산 김치의 위생문제가 부각됐고 '해당 김치가 한국에 수출하는 김치가 아니'라는 중국 측 주장에도 대다수 우리 국민들은 중국산 김치를 기피했다. 원산지 표기를 해야하는 식당 대부분은 김치를 밑반찬에서 뺐다.



수입김치의 99.9%를 중국에서 들여오는 한국은 불매운동을 통해 김치 무역수지를 흑자로 전환시켰다. 김치 종주국인 우리나라는 평상시 김치 수출보다 수입이 많다. 하지만 알몸김치 파동이 있었던 2021년은 이례적으로 김치 수입액이 급감하면서 수출액이 더 많은 해로 기록됐다. 그동안 한국에 주력으로 김치를 수출해 온 중국 김치 제조사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소변맥주' 파동이 찻잔속 태풍이 될 것이란 전망이 중국 내부에서 나오는 것과 달리 국내 수입사는 난처하다. '해당 공장에서 제조된 맥주는 국내 수입 제품이 아니'라는 항변에도 이미 신뢰도에 깊은 상처가 났다. 전주 대비 판매량은 30% 감소했고 먼저 구입한 소비자들은 맥주를 내다버렸다. 6년간 1000억원 이상 매출을 유지해온 수입사는 올해 1000억원을 장담하기 어렵다. 'I am 신뢰'를 외치고 있지만 공허한 반응 뿐이다. 1년여가 지나서야 중국산 김치가 다시 식당 밑반찬으로 올라온 것처럼 오랜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할 지 모른다.

지영호 기자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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