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이종장기 이식, '희망'이 살아 숨쉰다

머니투데이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2023.10.25 02:03
글자크기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2016년 가을 황우석 교수의 제안으로 이종장기 이식을 위한 무균돼지 개발을 위해 만났다. 당시 황 교수팀은 돼지복제 분야에서 세계 톱이었다. 당시 현실적인 문제로 그 프로젝트는 진행되지 못했다. 지난 9월 돼지의 심장을 이식받은 사람에 대한 언론보도가 있었다. 인간 수명이 늘어나고 경제적 여건이 좋아지면서 장기이식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2021년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선 4만5000여명이 장기이식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장기공급에 비해 장기이식 수요자 증가세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장기이식을 기다리면서 하루하루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내는 사람의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 문제는 심각한 보건의료 문제라 생각된다.

국내에서도 이종장기 이식분야의 발전이 있었는데 국내 최고병원 교수 직함을 포기하고 이종장기 분야 바이오벤처를 창업한 분도 있고 국책연구비 수혜로 이종장기 이식을 위한 의료용 돼지를 연구·개발하는 교수도 있다.



이종장기 이식을 위한 의료용 동물로 돼지를 사용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미니피그란 돼지는 크기가 인간 성인의 몸무게와 비슷해 심장이나 신장의 크기가 인체에 이식하기에 적당하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제주 토종돼지를 의료용 돼지로 개발한 이유도 크기 때문이다. 이 외에 돼지가 가지는 장점은 한 번에 출산하는 산자의 수가 많기 때문에 장기공급이 원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모체에서 1마리만 태어난다면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미국 메릴랜드대학 연구팀도 유전자를 편집한 돼지를 사용했다. 이종장기 이식에 사용하려는 동물의 성장기간이 20년이라면 동물이 출산한 후 20년 지나야 장기이식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성장기간이 10년이라고 해도 유전자를 편집해 형질전환이 된 동물을 키우고 번식해서 대량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최소 50년에서 100년이 걸릴 것이다.

이런 경우라면 아무리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해도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의학적 혜택을 입기는 시간적 제한이 있다. 따라서 태어나서 성장하고 번식하기까지 기간이 짧은 동물일수록 유리한 면이 있다. 침팬지, 오랑우탄 등 영장류를 이종장기 이식에 사용하기 어려운 이유는 성장기간이 길고 생산되는 개체 수가 적고 결정적으로 현생인류와 생물학적으로 매우 가깝기 때문에 동물보호단체의 반대도 심해 돼지와 비교해 단점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장기이식에 사용하기 적당한 동물이 있다고 해도 이종장기 이식이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는 면역거부 때문이다. 면역반응이란 자기 자신이 아닌 그 어떤 생명체나 생명체 유래 물질을 공격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종장기의 경우 인간의 면역반응이 가장 격렬하게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메릴랜드대에서는 돼지 유전자 10개를 편집해 거부반응을 줄이고자 노력했는데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돼지의 4개 유전자는 잘라내 기능을 없앴고 6개 유전자는 삽입했다. 10개 유전자 중 초급성 면역거부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알파갈이란 유전자를 비활성화했고 그 외 돼지의 성장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비활성화해 이식된 인체 내에서 심장이 커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했다. 면역반응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인간의 유전자와 치환하는 경우 면역거부반응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앞으로 이종이식은 계속 발전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분야의 발전으로 이식받는 환자에게 특화된 장기이식용 인간화 돼지가 개발될 것이고 이종장기 이식 성공률은 높아질 것이다. 이 외에 이식장기로부터 감염성 질환을 방지해야 한다.

장기이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나 보호자를 위해 이런 기술적 난관들도 빨리 해결됐으면 하고 더불어 법률 및 제도정비나 국가적 관심과 지원도 기대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