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無아스타팜' 막걸리, 당뇨 환자에겐 오히려 독?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3.10.2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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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 전문가 "당뇨 환자에겐 감미료 넣은 막걸리가 덜 불리"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막걸리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뉴스1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막걸리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뉴스1


지난 7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 '2B군'으로 분류한 뒤 주류업계에선 아스파탐을 넣지 않은 이른바 '無 아스타팜' 막걸리를 프리미엄 제품으로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추세다.

하지만 식이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벌어지기 전부터 혈중 포도당 수치가 높은 당뇨 환자의 경우 無 아스타팜 막걸리가 아스파탐 등 감미료를 넣은 저가형 막걸리보다 오히려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혀 왔다.



식이요법 전문가로 알려진 이재성 한의사는 본인 유튜브 채널 '식탐보감'에서 "개인적으로 감미료를 넣지 않는 자연의 달달한 맛을 내는 막걸리를 좋아하지만, 당뇨 있는 분들은 주의해야 한다" "이런 막걸리의 단맛을 내는 이유는 발효 과정에서 남은 포도당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맛이 강한 (무 아스타팜) 막걸리는 그저 알코올이 아니라 포도당이 들어있는 액체"라며 "무 아스타팜 막걸리를 많이 마시면 특히 당뇨 환자는 혈당이 확 오른다"고 덧붙였다. 또 "멥쌀이 아닌 찹쌀을 쓴 막걸리는 포도당이 더 많기 때문에 혈당을 더 올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 아스파탐 막걸리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고 좀 묽게 느껴지는 막걸리는 아스파탐, 스테비아, 수크랄로스 등 감미료로 단 맛을 낸 제품"이라며 "이런 막걸리는 포도당이 별로 없어서 당이 (많이) 오르지 않아 당뇨 환자들에겐 덜 불리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막걸리를 마시면서 뭐가 더 건강한 술이냐, 이런 걸 생각할 건 아닌 것 같다"며 "인생의 재미를 위해서 가끔씩만 조금씩만 (드시라)"이라고 권고했다.

무 아스타팜 막걸리는 중소 양소장에서 제조한 제품이 많다. 가격은 1병당 4000원~2만원 선으로 2000원 정도인 저가형 막걸리보다 비싸다. 무 아스타팜 막걸리 원재료는 보통 정제수(물), 쌀, 국, 효모로 표기돼 있다. 무 아스파탐 막걸리의 알코올 도수는 9~12도로 6도 내외인 일반 막걸리보다 높다. 인기 제품은 느린마을막걸리(배상면주가), 해창막걸리(해창주조장) 등이 있다.


막걸리는 콜라 등 음료와 달리 영양성분 표시 의무가 없어 칼로리, 당류 등 구체적인 성분이 적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음용 전에 성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정부는 아스타팜의 안전성에 대해선 "적정량을 섭취하면 무해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스파탐 1일 섭취 허용량(ADI)을 40mg/체중kg/1일로 설정했다. 60kg인 성인의 허용량은 2400mg인데 이는 750ml 막걸리(아스파탐 72.7mg 함유) 33병 이상을 섭취해야 하는 양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아스타팜이 분류된 2B군은 인체 발암 가능 물질로 실험 동물이나 사람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며 "2B군에는 일상 식사에서 접할 수 있는 야채절임 등도 포함돼 2B군으로 분류된다고 해서 식품으로 섭취를 금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막걸리를 비롯한 술이나 담배는 1군, 65℃ 이상 뜨거운 음료나 튀김, 적색육 등은 2A군으로 아스파탐보다 발암 유발 가능성이 높지만, 섭취를 제한하거나 금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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