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후 처음 연설한 MB..."동반성장 정신, 후퇴하지 않았을 것"

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2023.09.12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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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리더스포럼 기조연설...사면 후 첫 연설
3년 수감 생활 두고 "오지 여행다녀와...긴 여행 마치고 중소기업인 뵙는다"
대통령 재임 시절 중소기업계와 맺은 인연...동반위 출범으로 깊어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떠올리며 "극복 못할 위기 없어...힘 모으시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제주도를 방문해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기조연설을 했다. 사면 후 네번째 공식일정이고 연설은 처음이다. /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제주도를 방문해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기조연설을 했다. 사면 후 네번째 공식일정이고 연설은 처음이다. /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지난해 말 사면·복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제주도를 방문해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기조연설을 맡았다. 사면 후 네 번째 공식 일정이고 연설은 처음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50분쯤 제주 롯데호텔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개막식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던 때를 떠올리면서 "극복하지 못할 위기는 없다"며 "올해, 내년 2년 어려울 것이라 보는데 (중소기업들이) 똘똘 뭉치고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라"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재임할 때 중소기업인들과 맺은 인연을 길게 얘기했다. 중소기업인 30여명을 청와대 녹지관에 초청하고, 대기업 총수들에게 '납품 중소기업 대표와 직접 만나보라' 권한 얘기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동반성장'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며 "지금도 (동반성장이) 후퇴는 안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조금씩, 한걸음씩 성장하고 지금 정부도 (동반성장) 이 점을 유심히 생각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연설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3년 수감 생활을 두고 "수년 동안 오지를 여행했다"고 표현했다. 그는 "작년 연말 긴 여행에서 돌아와 중소기업인들을 뵙는다"며 "여러분 옆에 걸으며 벗이 되겠다"고 말했다.

연설 길이는 20분 남짓 됐다. 올해 81세인 이 전 대통령은 자리에 앉기 전 10분 넘게 행사장에 차려진 원형 테이블들을 돌며 중소기업 대표들과 인사하고 악수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업종별·지역별 중소기업 대표 400여명이 참석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제주도를 방문해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기조연설을 했다. 사면 후 네번째 공식일정이고 연설은 처음이다. 사진 왼쪽에서 7번째부터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이명박 전 대통령,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제주도를 방문해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기조연설을 했다. 사면 후 네번째 공식일정이고 연설은 처음이다. 사진 왼쪽에서 7번째부터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이명박 전 대통령,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리더스포럼 행사는 경제5단체에 속한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가 주관한다. 기업인 출신인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시절 중기중앙회와 인연을 맺었는데, 2008년 1월 당선인 신분일 때부터 중기중앙회를 찾아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으로 중기중앙회가 주관한 송년 행사를 찾아 기업인들을 격려했다. 중소기업인들만의 행사였던 '중소기업인 대회'를 청와대 초청 행사로 격상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을 강조했고 2010년 12월 동반성장위원회를 출범시켰는데 중소기업계는 이것이 올해 시행되는 납품대금연동제의 마중물이 됐다고 평가한다.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시기에도 중기중앙회장(23·24대)은 김기문 현임 중기중앙회장(26·27대)이 맡고 있었다. 이 전 대통령과 김 회장은 동반성장위를 출범시키기 위해 긴밀히 협력했고, 지금은 사적으로 만날 정도로 서로 친한 사이라고 전해졌다.

김기문 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이 전 대통령이 "재임할 때 중소기업을 많이 만나 정책적인 지원을 많이 해줬다"며 "중소기업인도 추억이 많고, 가장 만나고 싶었던 대통령"이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로 지난해 12월에 사면받은 후 네 번째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 3월에는 국립대전현충원 묘역에 참배했고, 4월에는 연극 관람, 5월에 청계천 산책을 했다. 방명록을 작성하고 취재진을 만났지만, 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더스포럼은 이날부터 오는 15일까지 제주도에서 열린다. 이 전 대통령 기조연설 전에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미래 중소벤처기업 정책'을 주제로 강연했고, 중소기업과 거래가 잦은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 등이 개막식에 참가했다. 김기문 회장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납품 대금 연동제 시행, 기업승계 제도 개선 등 중소기업 현안이 하나둘 해결된다"며 "앞으로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이 하나라도 더 만들어지게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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