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해진 공공부문 일자리·부채…"임금 개편 없이 정년 연장 불가"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23.09.0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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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정년연장의 딜레마④

편집자주 생산인구 감소와 평균연령 증가로 인한 연금 고갈 등 고령자 고용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노조가 강력하게 정년연장을 요구한다. 기업은 고령자 고용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정년연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긋는다. 양 측의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내놓을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비대해진 공공부문 일자리·부채…"임금 개편 없이 정년 연장 불가"


정년 연장 65세가 현실화되면 국가 재정에 가해지는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공무원 및 공공기관 정원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임금 제도 개편 없이는 정년 연장에 따른 추가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4일 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10년 사이 전체 공무원 수는 23% 늘었다. 공무원 수는 2010년대 초반에는 점증했지만 공공부문 일자리 중심의 정책이 추진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9년 68만1049명에서 2020년에는 74만6267명으로 뛰었다. 2013년 62만명에서 2019년 68만명까지 6년간 공무원 수는 6만명 증가했지만, 2020년 당해에만 같은 숫자를 채용한 셈이다.



공기업·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도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발맞춰 채용을 늘려왔다. 공공기관 정규직 신규 채용 규모는 2017년 2만2659명, 2018년 3만3984명, 2019년 4만1322명으로 증가했다. 공무원·공공기관 임직원 수가 크게 증가한 가운데 정년 연장으로 퇴직 연령도 늦춰지면 정부의 재정 부담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실제로 공공기관은 2020년(3만736명)부터 채용을 줄이고 있다. 2021년 2만7053명, 지난해에는2만5000명을 기록하며 3년 연속 감소했다. 올해 역시 1분기 기준 정원이 43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9000명 가까이 감소하는 등 정원 조정 수순을 밟고 있다.



이는 공공기관의 부채가 불어나는 등 재무 상황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부채는 2021년 582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670조원으로 한 해 만에 87조6000억원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2021년 151.8%에서 지난해 174.3%로 22.5%포인트(p) 올랐다. 지난해 총 13조6000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임금 개편 없는 정년 연장이 불가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올해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4%로, 내년에도 2%대 이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상승폭이 이보다 크면 국가의 재정 건전성도 흔들릴 수 있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30세 입사를 가정했을 때 정년 5년이 늘면 인건비가 단순 수치로만 17% 이상 증가한다"며 "한국은 호봉제라 말년 임금이 초임대비 4배 가량 높은데 인건비가 더 많이 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초임과 말년의 임금차가 두 배 이상인 다른 국가가 없다"며 "결국 공공부문에서 신규 채용을 줄이면 청년실업이 악화되기에 호봉제보다는 성과제를 중심으로 한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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