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업들이 너무 싸네"…버핏이 말하는 마켓 타이밍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2023.07.15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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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워너비를 위한 워런 버핏 이야기⑬

편집자주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이번에는 버핏 워너비를 위해, 버핏의 투자와 삶의 지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로이터=뉴스1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로이터=뉴스1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93)은 고령이지만, 워낙 활발하게 투자하다 보니 버핏에 관한 뉴스가 끊이지 않습니다.

지난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이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금지해달라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자 블리자드 주식이 10% 뛰었습니다.



지난 1분기말 기준 버크셔 해서웨이는 약 42억달러 규모의 블리자드 주식을 보유 중이었는데, 그대로 갖고만 있어도 수익이 10억 달러가 넘습니다. 게임회사라니 버핏과는 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할 정도로 경쟁력 있는 회사라면 버핏이 눈독 들일 만할 것 같네요.

1942년부터 주식에 투자했으며 게임회사에도 서슴없이 투자할 정도로 거리낌이 없는 버핏이 주식을 살 때 분석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2013년 연례 주주서한에서 버핏은 주식을 살 때 분석하는 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초보 투자자에게 추천한 투자 방법도 있는데요, 상당히 인상적인 비유도 들었습니다.

버핏이 주식을 살 때 분석하는 것들
버핏은 멍거와 자신이 기업의 지분 일부, 즉 주식을 사들일 때 분석하는 방법은 기업을 통째로 살 때 분석하는 방법과 매우 비슷하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먼저 5년 이상 이익을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지 판단합니다. 이익 범위를 추정할 수 있고 그 이익을 버핏이 추정하는 범위의 하한선으로 가정하더라도 주가가 합리적인 수준이라면 주식을 산다고 버핏은 이야기합니다.

다만 버핏은 미래 이익을 추정할 수 없다면 포기하고 다음 후보로 넘어간다고 말하는데요, 그래도 거시경제나 정치 환경 때문에 매력적인 매수 기회를 포기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강조합니다. 또 버핏은 '능력 범위(circle of competence)'는 반드시 인식해야 하며 그 안에 머물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렇게 했음에도 버핏은 주식 투자와 사업에서 실수를 피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장기 상승장에 현혹돼 주가 상승을 바라고 주식을 샀다가 큰 손실을 보는 것만큼 심각한 타격은 입지 않는다고 합니다.

버핏은 비전문가를 위한 제안도 내놓았습니다. 즉, 앞서 말한 방법도 필요 없고 좋은 실적이 나올 만한 대표 기업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기업들은 훌륭한 실적을 기록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인데요, 버핏은 20세기에 다우존스 지수가 66에서 1만1497로 상승했으며 덤으로 배당까지 지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버핏은 '비전문가', 즉 일반 투자자의 목표는 대박 종목 고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대신 저비용의 S&P500 인덱스펀드를 비전문가가 투자할 종목으로 추천했습니다. 버핏은 투자하는 시점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는데요. 버핏은 거시 경제 전망을 귀담아 듣지 말라고 기회있을 때 마다 강조하지만, 매매 시점 선택(market timing)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습니다.

버핏의 탁월한 마켓 타이밍
2022년 5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한 주주가 버핏의 매매 시점 선택에 관해, 질문을 던진 적이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당신은 '매매 시점 선택'이 탁월했습니다. 1969년과 1970년에 시장에서 빠져나와 주가가 정말 낮았던 1972년과 1974년에 다시 들어갔으며 1987년, 1999~2000년에도 그렇게 했습니다. 지금은 주가가 하락 중인데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매매 시점을 선택하시나요?"



버핏의 대답은 아래와 같습니다.

"당신에게 일자리를 제안하고 싶군요. (웃음소리) 흥미롭게도, 월요일 시장이 열릴 때 우리는 향후 주가 흐름이 어떻게 될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예측해 본 적도 전혀 없고요. 찰리나 나나 함께 일해온 기간 내내 시장 예측을 근거로 매매를 하자고 말해 본 적도 없고,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우리는 향후 경제가 어떻게 될지도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모두가 시장을 비관하던 2008년 나의 낙관론이 적중했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나를 인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리석게도 매우 불리한 시점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했습니다. 정정합니다. '우리'가 아니라 '나'입니다."

버핏이 2008년 10월 16일 기고한 뉴욕타임즈 칼럼/사진=NYT 홈페이지 캡쳐버핏이 2008년 10월 16일 기고한 뉴욕타임즈 칼럼/사진=NYT 홈페이지 캡쳐
버핏은 2008년 9~10월 껌 제조업체 리글리와 골드만삭스에 약 150억달러를 투자했는데, 그때는 몰랐지만 나중에 보니 정말 불리한 시기였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이어서 2008년 10월 16일 뉴욕타임스에 "미국을 사라. 나는 사고 있다(Buy American. I am)"라는 글을 기고했지만, 마켓 타이밍 감각이 있었다면 5~6개월 기다렸다가 시장이 바닥을 찍은 2009년 3월에 기고하고 CNBC에도 출연했을 거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합니다.

다우존스 지수는 버핏이 뉴욕타임즈에 글을 발표한 2008년 10월 1만포인트를 깨뜨리고 9000선으로 주저앉았고 2009년 3월 6000선까지 하락한 후에야 바닥을 치고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아무리 버핏이지만 단기바닥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물론 중장기적으로 보면 바닥을 거의 정확하게 포착했습니다.

버핏은 거시경제 흐름을 살피는 탑다운(Top-down) 방식이 아니라 좋은 기업들이 너무 싸졌다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을 통해서 바닥을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수익성 좋은 기업이 터무니없이 싸졌기 때문에 사들였고 나중에 보니 역시 그때가 바닥이었던 겁니다.



강세장에서 시장이 과열됐을 때 진입하면 위험한 이유
버핏이 투자 시점이 중요하다고 한 이유는 초보 투자자가 시장이 극단적으로 과열됐을 때 진입해서 평가손실이 발생하면 시장에 환멸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버핏은 미국의 투자자 바튼 빅스가 말한 "강세장은 섹스와 같다. 끝나기 직전이 가장 좋다"는 표현을 빌려서 강세장을 설명했습니다.

이런 실수를 피하려면 장기간에 걸쳐 주식을 사 모아야 하며, 특히 악재가 나오거나 주가가 고점에서 큰 폭 하락했을 때는 절대로 팔지 말아야 합니다. 이 원칙대로 비용을 최소화(인덱스펀드 투자)하고 분산해서 투자한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투자자도 틀림없이 만족스러운 실적을 올릴 것이라고 버핏은 말합니다.

자신의 약점을 아는 순진한 투자자의 장기 실적이, 자신의 약점을 전혀 깨닫지 못하는 박식한 전문가보다 높을 거라는 게 버핏의 진단입니다.



버핏은 증권사와 투자자문사들이 끊임없이 주식을 매매하라고 투자자들을 현혹한다고 비판합니다. 투자자들 전체로 보면 아무런 이득이 없이 막대한 거래비용만 발생하는데도 말입니다. 버핏은 이들의 권유를 무시하고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농장에 투자하듯 주식에 투자하라고 권합니다. 사람들이 농장을 한번 사면 오랫동안 보유하고 날마다 농장가격이 올랐는지 내렸는지 확인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버핏이 초보 투자자에게 주는 조언은 유서에 남긴 투자 조언과 똑같을 정도로 버핏이 좋다고 생각하는 투자 방법입니다. 버핏은 자신이 사망하면 자신이 가진 현금이 아내를 수익자로 해 수탁자에게 전달되도록 했는데, 현금의 10%는 단기 국채에 넣고 나머지 90%는 저비용 S&P500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참, 버핏의 재산 중 99% 이상을 차지하는 버크셔 주식은 버핏이 사망하면 10년에 걸쳐서 매도된 후 자선단체에 분배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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