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국부펀드 작년 14조 날렸다…싱가폴·노르웨이도 '울상'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23.07.1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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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증시 하락 여파 작년 손실 규모 110억 달러 달해…
유가 상승에 왕국은 흑자, '탈'석유 투자 재정 충당

PIF 홈페이지 캡처PIF 홈페이지 캡처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PIF(Public Investment Fund )가 지난해 110억 달러(약 14조250억원)의 손실을 보며 체면이 구겨졌다. 2021년 글로벌 증시 랠리로 190억 달러의 수익을 거뒀던 것과 대조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2일(현지시간) PIF의 2022년 회계연도 순자산이 7780억 달러에 그쳐 110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보도했다. S&P500지수가 20% 하락하며 증시가 약세를 보인 여파다. 2021년에는 S&P500지수 상승률과 비슷한 25%의 수익률을 기록했었다.



전날인 11일 발표된 펀드 회계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운용 결과는 펀드 소유자의 순손실이 지난해 366억 리얄(98억 달러)에 달했음을 뜻한다고 통신은 전했다. 1년 전 펀드 소유자의 순이익은 818억 리얄에 달했다.

PIF는 2016년 사우디아라비아 국내 투자 중심의 지주회사에서 국부 펀드로 전환한 후 글로벌 투자를 가속화했다. 2030년 자산규모 2조 달러를 목표로 사막의 신도시에 자금을 지원하는가 하면 비디오게임 개발사, 전기차 제조사 지분을 매집해왔다.



올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800억 달러 규모의 '에너지 거인' 아람코 지분 4%를 PIF에 양도하기도 했다. 현재 액티비전 블리자드, 루시드, 우버 등 3560억 달러의 미국주식이 PIF의 포트폴리오에 담겨있다.

펀드는 지난해 100% 자회사로 스포츠 투자회사를 별도 출범, 최근에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와 신생 리브 골프대회 간 합병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글로벌 스포츠 산업에 투자해 이미지를 제고하고, 소프트 파워(soft power)를 강화하려는 왕국의 전략이다.

지난해 막대한 손실을 본 국부펀드가 비단 PIF뿐만은 아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도 지난 11일 7년 만에 최악의 손실을 공개했다. 1조3000억 달러의 노르웨이 국부펀드도 지난해 순자산의 14%를 날리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손실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자본조달 비용 증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증시가 얼어붙은 영향이다.


PIF의 손실에도 불구하고 사우디 왕국은 지난해 거의 10년 만에 유가 상승과 생산량 증가로 흑자를 거뒀다. 아이러니하게 PIF를 손실로 이끈 대외적 요인이 탈석유 경제를 꿈꾸는 왕국의 지출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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