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흑자내는 시대 끝났다…'ALT 차이나' 수출 신흥시장 뚫어라

머니투데이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박광범 기자, 두바이·아부다비(UAE)=최민경 기자 2023.06.2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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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 차이나 시대]1-①주저 앉는 수출…신흥시장 개척, 선택 아닌 생존의 문제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수출로 먹고 산다.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고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퍼스트 무버를 뒤쫒아 기술적 진보를 토대로 탄탄대로를 걸었다. 하지만 그 시대가 저물고 있다. 패권 경쟁과 전쟁으로 국제 무역의 흐름이 바뀌었다. 제 1 수출국이었던 중국은 기술 경쟁국이 됐고 각국은 경제·자원·에너지를 안보 차원에서 접근한다. 세계 경제 지형이 요동치는 지금, 대한민국은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 머니투데이는 자원, 인력, 소득, 기술력 등 구체적 기준에 따라 개척 가능한 신시장을 조망하고자 한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현실적인 수출 위기 돌파구를 모색한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1일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Shavkat MIRZIYOYEV)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을 예방했다./사진제공=외교부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1일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Shavkat MIRZIYOYEV)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을 예방했다./사진제공=외교부


# 1. "22억달러 수준인 한-우즈베키스탄 교역 규모를 3년 내 50억달러까지 확대합시다."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지난 1일 자신을 예방 온 박진 외교부 장관에 던진 말이다. 자원부국인 중앙아시아 지역 세일즈 외교에 나섰던 '영업사원' 박 장관이 작은 목표를 달성한 순간이었다.

김희상 주우즈베키스탄 대사는 지난 9일 주우즈베키스탄 한국대사관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박 장관의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예방 뒷얘기를 이렇게 전했다. 우즈베키스탄의 성장 잠재력은 매우 크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이 3명을 넘고 평균 연령은 30대를 밑돈다. 매년 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중이다.



김 대사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을 뛰어 넘어 각종 투자와 생산시설 이전 등을 통해 우즈베키스탄을 중앙아시아 및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수출 전진 기지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희소금속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데 어느 한나라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급격한 가격변동이나 정치적 요인 등이 발생했을 때 공급망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며 "풍부한 석유와 가스, 광물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러시아·중국·중동과 유럽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요충지인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경제안보 네트워크'를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2. 국제 항공의 환승지로 각광받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국제공항. 세계에서 가장 국제선 이용객이 많은 두바이는 전 세계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로 붐볐다.

지난해 국제유가 상승에 힘입어 7.6% 성장률을 기록한 나라. 각양각색의 마천루를 끊임없이 올리고 있는 자신감과 자본력이 넘치는 나라. 인구가 자국민 10%, 외국인 90%로 구성돼 어디서든 영어가 통하는 나라. 중동지역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수출 교두보' 그 자체다.

UAE의 아부다비와 두바이에선 한국어로 말을 거는 현지인들이 있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도가 높다. 삼성, LG 등 대기업의 옥외 대형광고는 물론 한국 식료품을 따로 파는 마트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한국 라면과 치킨 등도 인기다. 로봇, 드론,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보유한 한국 기업에 대한 산학연 협력 러브콜도 쏟아진다.


UAE 칼리파대학교의 어니스토 다미아니 C2PS(사이버물리시스템연구센터) 센터장은 "한국엔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도 있지만 UAE에선 한국의 중소기업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며 "한국엔 굉장히 훌륭하고 기술 경쟁력 있는 기업이 많고 배울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줄어드는 대중 수출…길어지는 대중 무역적자
중국서 흑자내는 시대 끝났다…'ALT 차이나' 수출 신흥시장 뚫어라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달러 박스' 역할을 톡톡히 했던 중국의 입지가 흔들린다. 수교 초기(1992년 8~10월)를 제외하면 중국과 무역에서 계속 흑자를 내던 구도가 깨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대중국 수출액은 497억달러로 전년 동기(684억달러) 대비 27.3% 급감했다. 지난해 6월 이후 1년째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자연스레 우리나라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쪼그라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총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2021년 25.3%에서 지난해 22.8%로 줄었다. 올해 1~3월 기준으로는 19.5%까지 축소됐다.

수출은 정체 또는 감소 추세인 데 반해 수입은 늘면서 대중 무역적자는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6억달러) '반짝 흑자'를 제외하면 최근 1년 동안 무역수지 적자 행진이다. 우리 경제 믿을 구석이었던 중국과 교역에서 손해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1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중국의 기술 발전과 자국 중심의 내수시장 육성 정책 등으로 한국의 대중 수출 경쟁력이 근본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중국과 교역에서 과거처럼 흑자가 굉장히 많이 나던 시대는 지난 것 같다"고 말한 것도 그만큼 수출 신흥시장 개척이 시급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자본·자원 풍부, 韓과 협력의지 협력의지 높은 수출 신흥시장 어디?
중국서 흑자내는 시대 끝났다…'ALT 차이나' 수출 신흥시장 뚫어라
이번 위기를 대중국 수출 의존도를 낮추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적잖다. 대중국 수출 부진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수출 신흥시장 개척을 위해 민관이 힘을 합쳐야한다는 것이다. 중국 배제가 아닌 공존 속 중국의 대안(Alternative China·ALT CHINA))도 고민할 시점이란 의미다.



조의윤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수석연구원은 "최근 5년 간 한-중 무역구조가 빠르게 변하면서 우리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하락세에 있는 만큼 중국 외 수출시장 발굴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을 대체할 후보 신흥시장으로는 UAE, 사우디 등 중동,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 아세안(ASEAN),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대국으로 떠오른 인도 등이 꼽힌다.

이들 국가는 막대한 자본력과 시장을 갖춰 우리 기업 진출에 용이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국가 차원의 경제발전 정책에 따라 굵직굵직한 인프라 프로젝트가 줄줄이 예정돼 있는데다 시장 잠재력도 풍부하다.



우리기업들의 진출 수요도 높다. 특히 에너지, 광물 등 풍부한 자원을 가진 나라들과 수출 등 경제협력 강화는 공급망 다변화 등 경제안보적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지에서도 한국과 경제협력 강화를 원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압둘라흔 오타보예프(Abdullajon Otaboev) 우즈베키스탄 에너지부 에너지효율 국장은 "우즈베키스탄은 발전소 추가 건설 등 에너지 인프라 확대를 추진 중인데 한국에 대한 인식이 매우 좋다"며 "한국 기업들이 많이 참여하면 좋은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질적인 전력난을 겪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30%로 확대하는 등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추진 중이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중 갈등의 세계교역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향후에도 지속되거나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한국은 중국과 미국이 각각 제1, 제2의 수출시장으로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교역 질서가 한국경제에 불리하지 않은 방향으로 정립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많은 국가들과의 공조가 필요하다"며 "아세안 등 신흥국으로의 수출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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