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월간 법인파산 신청 건수는 대체로 70~90건 수준을 오가다가 12월 107건으로 100건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는 1월 105건, 2월 100건, 3월 121건으로 심상찮은 증가세를 보였다.
올 들어 파산을 신청하는 기업이 두드러지는 것은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기업들이 고단한 회생 절차를 밟기보다 문을 닫는 쪽을 선택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회생·파산 신청 건수 자체보다 회생·파산 신청을 한 기업 가운데 중견기업이 상당수 눈에 띈다는 점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중견기업이 넘어지면 크고작은 협력업체들에 줄줄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줄도산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얘기가 고개를 드는 게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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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법인회생 신청서를 제출한 대창기업(지난해 시공능력평가 109위)이 대표적이다. 대창기업은 신탁사가 발주한 현장이 많아 업계 전반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미친다. 시공사가 법정관리에 돌입하는 경우 대개 공사가 제한되는 탓에 신탁사는 새 시공사를 선정해야 한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도급순위) 133위의 중견 건설사 에이치엔아이엔씨도 지난달 21일 법원에 법인회생을 신청했다. 에이치엔아이엔씨는 현대가(家) 3세 정대선씨가 최대주주로 어려워진 자금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말 IT부문을 물적분할해 매각했지만 결국 자금난을 해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형 법무법인 소속 A변호사는 "아직 줄도산이 가시화되는 단계는 아니지만 줄도산이 시작된다면 발단은 평균 부채 비율이 높은 건설업종일 수 있다"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돈이 묶인 금융권도 자금 회수가 어려워지면 경영이 악화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연쇄 파산 우려에" 정부, 연체 전 이자감면…당일 100만원 대출도회생·파산 급증에 신속채무조정 특례 전 연령층으로 확대
27일 오전 서울 중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로 시민들이 들어서고 있다.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에게 최대 100만원까지 당일 대출해주는 소액생계비(긴급생계비) 대출이 이날부터 시작된다. /사진=뉴스1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용회복위원회는 지난 3일부터 만 34세 이하 저신용층을 대상으로 운영하던 '신속채무조정 특례 프로그램'을 전 연령층으로 확대했다. 연체 전이라도 채무상환에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 이자 감면 등의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다.
지원 대상은 연체 30일 이하이거나 개인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실직·무급휴직·폐업 등으로 연체가 예상되는 채무자다. 채무 규모 대비 가용소득, 재산 등 상환능력에 따라 기존 대출 약정이율의 30~50%를 할인받을 수 있다. 단 원금 조정은 받을 수 없다.
또 최장 10년 이내로 분할 상환 기간을 연장하거나 원금 상환을 최대 3년 동안 유예할 수 있다. 유예 기간 중에는 연 3.25%의 이자를 내면 된다. 신속채무조정제도를 이용하면 신청 다음날부터 추심이 중단되고 단기 연체정보가 등록되지 않아 신용회복에도 유리한 장점이 있다.
금융당국은 해당 제도를 청년층을 대상으로 운영했으나 금융취약 계층의 상환부담 완화를 위해 전 연령층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 4월까지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금융 취약층 지원을 위해 당일 최대 1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소액생계비대출을 지난달부터 운영중이다. 시행 후 3주간 1만5739명이 1인당 평균 61만원을 대출 받았다. 아울러 올해 최저신용자에 대한 특례보증상품 공급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2배 많은 2800억원으로 늘렸다.
자영업자를 대상으로는 연 금리 7% 이상의 은행·비은행권 사업자 대출을 최고 연 6.5%대의 보증부 대출로 전환할 수 있는 저금리대환 대출을 운영 중이다. 부실이 발생한 자영업자는 새출발기금을 통해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다.
기업 구조조정을 돕기 위한 기업구조혁신펀드도 올해 1조원 규모로 조성한다. 2027년까지 총 4조원 조성을 목표로 한다. 해당 펀드는 워크아웃이나 회생 등 구조조정 절차가 진행 중인 기업에 주로 투자 하는 유일한 정책펀드다.
또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신규자금 지원 범위를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상 워크아웃 기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자금 혹한기를 겪고 있는 벤처기업을 대상으로는 중기벤처기업부와 함께 10조5000억원을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약한 고리부터 쓰러진다… 중소·스타트업 올해 키워드 '생존'중소기업·스타트업도 경기둔화 '직격탄'
성장률 둔화와 투자위축이 이어지면서 경제의 약한 고리인 중소기업들의 생존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미래성장을 담보로 투자를 받아 성장하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직격탄을 맞는 모습이다.
기업들이 처한 상황은 20일 법원이 집계, 발표한 법인파산 신청건수에서도 확인된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 1~3월 법원에 접수된 법인파산사건은 32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16건)보다 50.9% 늘었다. 1~3월 누적 법인파산 신청 건수는 2018년 이후 줄곧 200건대에 머물다 올 들어 300건을 돌파했다.
◇체력 약한 中企·투자 마른 스타트업 생태계부터 휘청
스타트업 생태계도 타격이 크다. 신생기업 특성 상 당장 매출이 발생하기 어려운 데다 은행대출이나 채권발행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벤처투자를 받아야 하지만 투자는 지난해 3분기부터 급격히 얼어붙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스타트업 투자유치액은 88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3% 급감했다.
이미 메쉬코리아, 오늘식탁, 탈잉, 그린랩스 등 스타트업들이 자금난을 겪으며 구조조정 등 절차를 진행했다. 모두 성장가능성을 인정받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들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살벌한 분위기에 있다"라고 전했다.
창업 자체도 줄어드는 추세다. 중기부는 지난해 제조업, 정보통신업, 전문과학기술업 등 분야의 기술창업은 22만9400건으로 전년(23만9600건)보다 7.7% 감소했다고 밝혔다. 2021년 창업기업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기저효과도 있지만 대내외 경기침체의 영향이 컸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혹한기, 언제까지 지속될지 몰라…생태계 위축 우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IMF(국제통화기금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5%로 0.5%포인트 하향조절했다. 벤처투자 역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 벤처모펀드, 투자촉진 인센티브 등을 도입한다는 계획이지만 투자 실탄격인 모태펀드의 올해 규모는 313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0% 감소했다. SVB(실리콘밸리은행)발 금융위기 변수도 여전하다. 중기부는 올해 벤처투자 목표액을 5조1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7.5% 낮게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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