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전과 3번째, 사람 숨졌는데도 '징역 3년'…"이게 말이 되냐?"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2023.04.11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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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 상태인 A씨 몰던 승합차가 교통섬을 돌진해 지나가는 모습. /사진=온라인 커뮤니티만취 상태인 A씨 몰던 승합차가 교통섬을 돌진해 지나가는 모습.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음주 전과 2범이 또다시 음주운전을 해 6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했지만 1심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됐다. 피해자 측은 '전관예우'를 원인으로 지목하며 엄벌을 촉구했다.

지난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음주 사망 사고인데 징역 3년 선고됐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음주 사망사고 피해자 유족 지인이라 밝힌 글쓴이는 "법을 모르는 내가 봐도 가중처벌이 마땅한데 왜 3년일까요"라며 "합당한 형량이 나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며 사건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5일 오전 11시 45분쯤 승합차 운전자 60대 A씨가 대구 달서구 도로에서 교통섬 안으로 빠르게 돌진했다. 이때 보행 중이었던 60대 여성이 차에 치여 15m 넘게 날아갔고 현장에서 숨졌다. 피해 여성은 나흘간 손주들을 봐주고 돌아가던 길에 참변을 당했다고 한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56%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또 그는 자신이 운전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사고 후에도 A씨 측은 사과 한마디 없이 합의 시도만 해왔다고 한다.

유족 측에 따르면 A씨는 재판에서 "당시 소주 2병을 마시긴 했는데 평소 주량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함께 먹은 감기약으로 졸음이 밀려와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굉장히 미약한 상태였다"며 "현재 아내가 아주 아프다. 수감생활을 하게 되면 아내가 힘들어질 수 있으니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또 "피해 유족들에게 떳떳하게 나서 용서를 구하지 못했던 이유는 돈을 마련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운전도 하지 않을 것이니 재범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9개월간 이어진 재판은 지난달 31일 결과가 나왔지만 유족 측은 납득할 수 없었다. 선고공판에서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2단독(부장판사 김여경)이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해서다. 이는 법원이 선고할 수 있는 가장 낮은 형량이었다. 검찰은 징역 7년을 구형했었다.

재판부는 "음주운전으로 2회 처벌 전력이 있음에도 다시 범행을 저질러 그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피해자를 위해 공탁금 3000만원을 낸 점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이같은 형량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던 유족 측은 '전관예우'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돈이 없어 유족에게 합의금 못 준다던 가해자가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것이다.

유족 측은 "30년이 아니라 3년이 선고됐는데 이게 말이 되냐"며 "도저히 납득되지 않아 가해자 측 변호사가 누군지 찾아보니 전관 변호사였다. 심지어 재판이 열린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장 출신"이라고 했다.

이어 "유족들은 아직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충격과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유족들 한을 풀어줄 방법이라고는 가해자 엄벌뿐이다. 국민 관심이 쏠리면 2심에서는 보다 상식적인 판결이 나올 수 있지 않겠냐"고 호소했다.

현재 검찰과 피고인 측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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