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직장인, 퇴근도 맘대로 못 해"…외신이 본 'K-근무' 논란

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2023.03.2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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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4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출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스12021년 1월4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출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스1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국가인 한국의 젊은 노동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근로 개혁을 내세워 추진 중인 '주 69시간 근무제'에 대한 논란이 거센 가운데 외신도 이를 주목하는 보도를 앞다퉈 전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은 한국 정부의 근무제 개편을 다루며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국가 중 하나인 한국에서 주 최대 근무 시간을 52시간에서 69시간으로 늘리자는 제안이 젊은 노동자들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며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세대 간 논쟁도 격렬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정부는 주 최대 근로시간을 현행 52시간에서 69시간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근로 시간 제도 개편 방안' 마련을 밝힌 바 있다. '1주 12시간'으로 유지하던 연장근로 단위시간을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대폭 수정하는 것으로 '일은 몰아서 하고 몰아서 쉬자'는 취지다. 주 52시간제인 현행 근로 시간이 법정 근로시간인 1주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을 넘지 못하는 현행 규제가 노사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 제안에 MZ(밀레니얼+Z)세대를 비롯한 젊은 세대 직장인과 소규모 업체 노동자들의 반발이 커졌고 윤석열 대통령은 제도 개편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NBC는 "한국 근로자들은 야근이 보편화되고 퇴근 후 회식 등 술자리에 의무 참석해야 한다"며 "직장인들은 자신의 업무가 끝나도 상사의 퇴근까지 사무실에 남아있어야 하는 (일자리) 문화"라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직장인을 위한 '낮잠 카페'(Nap cafes)가 인기를 얻는 이유도 이 같은 까다로운 근무 시간과 관련이 있다고 매체는 짚었다.

NBC는 "한국인들은 연평균 1915시간을 일하는데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5번째로 높은 순위"라며 "OECD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은 연평균 1791시간, 프랑스는 1490시간, 독일은 1349시간을 근무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일 중독'은 한국이 OECD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인다는 사실과도 연관 있다"며 "이는 출산율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기준) 0.78명으로 이는 출산율보다 사망자가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NBC는 한국의 이 같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세대 간 논쟁은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조용한 사직'이나 '대(大)퇴사' 등의 흐름을 떠올리게 한다"고도 전했다. 조용한 사직은 자신이 맡은 일만 최소한으로 하는 태도를, 대퇴사는 코로나19 이후 자발적 퇴사가 증가한 것을 뜻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추는 연금 개혁을 추진하자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것도 이 같은 흐름의 한 사례라고 매체는 보도했다.

CNN 방송도 지난 20일 한국의 노동시간 조정 문제를 다뤘다. CNN은 "한국 노동자들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긴 노동에 시달리고 있고 과로사로 매년 수십 명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지난 14일에는 호주의 ABC 방송 역시 관련 논란을 보도하며 과로사를 한국어 발음 그대로 'kwarosa'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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