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샤오윈 쭝신금융그룹 회장. / 사진 = 바이두
베이징에 거주하는 리모씨(31)는 비슷한 또래의 여성끼리 매주 1회 만나는 모임을 열고 있다. 모임의 목적은 여성 경제인들의 경영론·사업 방식 등을 탐구하는 것으로, 다양한 도시에서 모인 여성들이 회원이지만 대부분 월소득 2만 위안(한화 약 380만원)이상의 고소득자다. 리씨는 "종푸리나 동밍주처럼 독립적이거나 자수성가해 성공을 거둔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롤모델"이라며 "공부를 열심히 해도 여성은 얼나이(첩)나 하는 것이라는 중국 사회의 편견을 깨고 싶다"라고 말했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중국 최대 가전기업 이끄는 '철의 여인'
/사진 = 이지혜 디자인기자
중국 경제계에서 거세지고 있는 여성들의 입김이 반영됐다. 포털사이트 자오핀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 여성 직장인의 올해 평균 급여는 월 8689위안(약 165만원)으로 남성 직장인의 월 평균 급여 9942위안(약 189만원)과 12% 격차가 있다. 남녀 임금 격차가 23.5%였던 2019년보다 개선됐다. 여성 직장인 41.9%가 하루 9시간 이상 일하며, 임금 수준이 높은 이공계·위험 업무에 종사하는 여성도 크게 늘었다.
재계를 좌지우지하는 여성 CEO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 최대 식품 브랜드인 '와하하그룹'을 이끄는 종푸리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종 부회장은 지난해 아버지인 종칭허우 와하하그룹 회장으로부터 그룹을 물려받은 뒤 그룹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스테디셀러인 '페이창콜라'의 무설탕 버전, 당 함유량을 낮춘 '뗀진소다수' 등 인기 제품이 종 부회장의 작품이다. 눙푸산취안·옌취션린 등 경쟁 기업에 뒤쳐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와하하그룹을 다시금 연 매출 700억위안(약 13조원)대 그룹으로 이끄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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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 부회장이 특히 중국 여성들을 열광시키는 것은 주체적이고 당당한 여성의 이미지를 갖췄다는 점이다. 종칭허우 회장이 공개적으로 '딸의 신랑감을 찾는다'며 구혼에 나서는 등 그룹을 이끌 남성을 찾았지만, 종 부회장은 직접 "나는 남자친구를 사귄 적이 없으며, 결혼보다 사업에 관심이 있다"고 일축했다.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직접 기업을 이끌거나 신제품을 선보이며 기업가 이미지를 굳혔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중국 최대 가전기업의 회장이 된 '철의 여인' 둥밍주 그리전기 회장도 선망의 대상이다. 둥 회장은 아들이 2살 때 남편을 병으로 잃었으나, 재혼하지 않고 32년간 그리전기에 헌신했다. 원촨 지진, 중국 서남부 가뭄 등 중국 내 재해가 일어날 때마다 수십억원의 기부금을 아낌없이 내놓아 중국 인민들의 신뢰도도 높다. 아버지를 뛰어넘는 '금융 인재'로 평가받는 린샤오윈 쭝신금융그룹 회장은 38세의 젊은 나이와 미모로 중국 SNS의 '셀럽'으로 꼽힌다.
중국 재계는 중국 여성 경제인들의 위상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현지 재계 관계자는 "해외 인식과는 다르게 중국은 국제 표준과 비교하더라도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라며 "성별이나 직종에 관계없이 직업적 성취를 거두려는 사회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다양한 사업 부문의 여성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성 강화 노리는 中 정부, "여성 인력 늘어야 나라 산다"
상하이 뤼지아주에 금융거리. / 사진 = 바이두
여성의 생산성이 남성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도 지속적으로 나온다. 관영 인민일보는 지난달 논평을 통해 "최근 중앙 정부가 지속적으로 성차별을 막는 내용의 강력한 규제를 도입했다"라며 "시장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뛰어난 핵심 경쟁력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