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說]중국 여성 CEO의 자신감…"난 남자 필요 없다"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3.03.1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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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세계 반도체 수요의 60%, 150조원 규모의 가전시장을 가진 중국은 글로벌 IT시장의 수요 공룡으로 꼽힙니다. 중국 267분의 1 크기인 대만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호령하는 TSMC의 본거지입니다. 미국·유럽 등 쟁쟁한 반도체 기업과 어깨를 견주는 것은 물론 워런 버핏, 팀 쿡 등 굵직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았죠. 전세계의 반도체와 가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화권을 이끄는 중국·대만의 양안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중국과 대만 현지의 생생한 전자·재계 이야기, 오진영 기자가 여러분의 손 안으로 전해 드립니다.

린샤오윈 쭝신금융그룹 회장. / 사진 = 바이두린샤오윈 쭝신금융그룹 회장. / 사진 = 바이두


[중대한說]중국 여성 CEO의 자신감…"난 남자 필요 없다"
"기업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돈 잘 벌어 주는 직원을 선호합니다. 우리 모임의 목표도 남자에 의존하지 말고 '내가 부자가 되자'입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리모씨(31)는 비슷한 또래의 여성끼리 매주 1회 만나는 모임을 열고 있다. 모임의 목적은 여성 경제인들의 경영론·사업 방식 등을 탐구하는 것으로, 다양한 도시에서 모인 여성들이 회원이지만 대부분 월소득 2만 위안(한화 약 380만원)이상의 고소득자다. 리씨는 "종푸리나 동밍주처럼 독립적이거나 자수성가해 성공을 거둔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롤모델"이라며 "공부를 열심히 해도 여성은 얼나이(첩)나 하는 것이라는 중국 사회의 편견을 깨고 싶다"라고 말했다.



중국 재계에 '여풍'(女風)이 거세진다. 위험한 업무에 종사하는 여성이 늘고, 여성 근로시간도 증가하면서 남녀 임금 격차가 점차 좁혀지자 직장에서의 성공을 추구하는 샹이에뉘셩(비즈니스 우먼)도 많아졌다. 중국 내 손꼽히는 기업을 진두지휘하는 여성 CEO도 잇따라 "사업장에 성별은 관계없다"라며 자신감을 보인다. 재계는 앞으로 성별에 관계없이 근로자를 선발하려는 기업이 늘 것으로 전망한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중국 최대 가전기업 이끄는 '철의 여인'
/사진 = 이지혜 디자인기자/사진 = 이지혜 디자인기자


중국 최대의 SNS인 '웨이보'가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발칵 뒤집혔다. '세계 여성의 날은 '소녀의 날'이나 '젊은 여성의 날'이 아니다'는 문장이 1000만 건 이상 검색됐다. 여성은 연령에 관계없이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녀의 날'이나 '젊은 여성의 날'을 상표로 등록하거나,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기업들의 제품을 사지 말아야 한다는 불매 운동으로까지 번졌다.

중국 경제계에서 거세지고 있는 여성들의 입김이 반영됐다. 포털사이트 자오핀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 여성 직장인의 올해 평균 급여는 월 8689위안(약 165만원)으로 남성 직장인의 월 평균 급여 9942위안(약 189만원)과 12% 격차가 있다. 남녀 임금 격차가 23.5%였던 2019년보다 개선됐다. 여성 직장인 41.9%가 하루 9시간 이상 일하며, 임금 수준이 높은 이공계·위험 업무에 종사하는 여성도 크게 늘었다.

재계를 좌지우지하는 여성 CEO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 최대 식품 브랜드인 '와하하그룹'을 이끄는 종푸리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종 부회장은 지난해 아버지인 종칭허우 와하하그룹 회장으로부터 그룹을 물려받은 뒤 그룹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스테디셀러인 '페이창콜라'의 무설탕 버전, 당 함유량을 낮춘 '뗀진소다수' 등 인기 제품이 종 부회장의 작품이다. 눙푸산취안·옌취션린 등 경쟁 기업에 뒤쳐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와하하그룹을 다시금 연 매출 700억위안(약 13조원)대 그룹으로 이끄는 게 목표다.


종 부회장이 특히 중국 여성들을 열광시키는 것은 주체적이고 당당한 여성의 이미지를 갖췄다는 점이다. 종칭허우 회장이 공개적으로 '딸의 신랑감을 찾는다'며 구혼에 나서는 등 그룹을 이끌 남성을 찾았지만, 종 부회장은 직접 "나는 남자친구를 사귄 적이 없으며, 결혼보다 사업에 관심이 있다"고 일축했다.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직접 기업을 이끌거나 신제품을 선보이며 기업가 이미지를 굳혔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중국 최대 가전기업의 회장이 된 '철의 여인' 둥밍주 그리전기 회장도 선망의 대상이다. 둥 회장은 아들이 2살 때 남편을 병으로 잃었으나, 재혼하지 않고 32년간 그리전기에 헌신했다. 원촨 지진, 중국 서남부 가뭄 등 중국 내 재해가 일어날 때마다 수십억원의 기부금을 아낌없이 내놓아 중국 인민들의 신뢰도도 높다. 아버지를 뛰어넘는 '금융 인재'로 평가받는 린샤오윈 쭝신금융그룹 회장은 38세의 젊은 나이와 미모로 중국 SNS의 '셀럽'으로 꼽힌다.

중국 재계는 중국 여성 경제인들의 위상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현지 재계 관계자는 "해외 인식과는 다르게 중국은 국제 표준과 비교하더라도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라며 "성별이나 직종에 관계없이 직업적 성취를 거두려는 사회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다양한 사업 부문의 여성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성 강화 노리는 中 정부, "여성 인력 늘어야 나라 산다"
상하이 뤼지아주에 금융거리. / 사진 = 바이두상하이 뤼지아주에 금융거리. / 사진 = 바이두
생산성 강화를 꾀하고 있는 중국 정부는 앞으로 양성 평등 기조를 강화할 방침이다. 여성들의 산업 현장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하늘의 절반은 여성이 떠받치고 있다'라던 마오쩌둥의 발언을 답습하는 것이다. 베이징시 인적자원·사회보장국은 최근 '인적자원 및 사회보장 행정처벌 기준표'를 발표했는데, 육아휴직이나 여성 채용을 거부하는 기업은 최대 5만위안(약 95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여성의 생산성이 남성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도 지속적으로 나온다. 관영 인민일보는 지난달 논평을 통해 "최근 중앙 정부가 지속적으로 성차별을 막는 내용의 강력한 규제를 도입했다"라며 "시장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뛰어난 핵심 경쟁력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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