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6위 '감격', '악몽의 7개월' 이겨냈기에... 부 첫 우승

스타뉴스 장충=안호근 기자 2023.02.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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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타일랜드에서 공동 6위를 기록한 고진영. /사진=AFPBBNews=뉴스1혼다 타일랜드에서 공동 6위를 기록한 고진영. /사진=AFPBBNews=뉴스1


"눈물이 날 것 같다."

세계 1위를 호령하던 고진영(28·솔레어)이었지만 공동 6위라는 성적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어찌보면 길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이지만 그만큼 익숙하지 않은 부진이었기에 고진영에게 악몽과 같았던 7개월을 잊을 수 있는 이번 성과는 크나 크게 다가왔다.

고진영은 26일 태국 촌부리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총상금 170만 달러) 4라운드에서 이글 하나. 버디 6개로 8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16언더파 272타를 기록해 공동 6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손목 부상 후 돌아와서도 고전했던 고진영은 7개월 만에 LPGA 투어 톱10에 오르며 기대감을 높였다. 마지막 10위 안에 들었던 대회는 지난해 7월 에비앙 챔피언십 공동 8위였다.

이후 손목 부상 여파로 인해 5개 대회에만 나왔지만 컷 탈락 3회, 기권 1회 등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오랫 동안 유지했던 세계 1위 자리도 이젠 과거의 일이 됐다. 지금은 5위까지 내려섰다.



특히나 컷 탈락은 굴욕이었다. 일각에선 "고진영은 끝났다"며 비아냥이 나올 정도였다. 영광의 시절을 기억하기에 스스로도 더욱 받아들이기 힘든 성적이었다.

6위라는 성적표보다도 가능성을 발견했기에 더 만족도도 컸다. 고진영은 LPGA와 인터뷰에서 "계속 작년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 것 같다. 작년에 너무 마음적으로, 또 골프적으로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잊지 못할 한 해였던 것 같다"며 "작년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첫 대회였기 때문에 더욱 더 잘 마무리한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고 아쉬운 부분은 없었던 것 같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코스 위에서 스윙도 잘 나왔고 아직 부족한 점은 있지만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대회 큰 욕심은 없었다. 전날까지 8언더파였던 고진영은 최종 두 자릿수 언더파로 마무리하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사항을 전했다. 그러나 이날 보기 하나 없이 무려 8타를 줄였다. 고진영은 "전반에서 두 자리 수 언더파, 첫 번째 목표를 달성해서 '아, 이 정도면 됐다'라는 생각으로 조금 더 편하게 경기를 했다"며 "후반에 이글도 했고 또 파5에서 굉장히 많은 이글 찬스들이 있어서 타수를 줄이는 데 수월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4일 내내 언더파를 친 게 한 몇 개월 된 것 같은데 솔직히 한 5개월은 넘은 것 같다. 그래서 눈물이 날 것 같다(웃음)"며 "직접 설명하지 않아도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했었는지는 성적이 증명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대회에서도 더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픈 기억은 털어냈다. 다음달 2일 개막하는 HSBC 월드챔피언십은 지난해 고진영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대회. "싱가포르에서 (다시) 많은 팬분들과 함께 경기할 수 있는 시간이 온 것 같다"는 고진영은 "감회도 새롭고, 항상 디펜딩으로 대회를 할 때는 조금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사실 힘이 좀 더 많이 들어가게 되는 것 같다. 그 힘을 얼마큼 잘 빼느냐가 다음 대회 성적을 좌우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 가장 큰 수확은 자신감 회복이다. 고진영은 "굉장히 오랜만에 언더파를 많이 친 거였기 때문에 지금 기분도 너무 좋다"며 "조금 아쉬웠던 부분들을 보완한다면 더 좋은 결과로 올해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대회 우승자는 최종 라운드에서만 8타를 줄인 릴라 부(미국). 부는 최종 합계 22언더파 261타로 태국 신성 나타크리타 워타위랍(21언더파 267타)을 한 타 차이로 제치고 LPGA 첫 우승 기쁨을 누렸다.

고진영의 반등에도 한국 여자 골퍼들의 무관 기록은 더 연장됐다. 지난해 6월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전인지(KB금융그룹) 이후 18개 대회 연속 한국 선수의 우승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는 2007년 7월부터 2008년 5월까지 27개 대회 연속 무관 이후 15년 만에 최다 연속 대회 무관 기록이다.

김효주(롯데)는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공동 10위, 고진영과 함께 톱10에 진입했다. 김세영(메디힐)이 12언더파 276타로 공동 20위, 전인지, 지은희(한화큐셀), 최혜진(롯데)이 10언더파 278타로 공동 27위, 양희영(우리금융), 김아림, 신지은(이상 한화큐셀)은 9언더파 279타로 공동 34위, 안나린(메디힐)은 2언더파 286타로 공동 60위, 이정은6(대방건설)는 1언더파 287타로 공동 64위, 최운정(볼빅)은 6오버파 294타로 71위에 머물렀다.
26일 혼다 타일랜드에서 우승을 차지한 릴리아 부가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FPBBNews=뉴스126일 혼다 타일랜드에서 우승을 차지한 릴리아 부가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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