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이 남성은 2004년 조현병 진단을 받은 정신질환자로 자주 어머니를 폭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현병은 망상·환청·정서적 둔감 등 증상으로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이다. 결국 그는 지난해 8월 법원에서 존속살해 혐의로 징역 16년을 선고받고 치료감호를 명령받았다. 치료감호는 실형 복역에 앞서 죄를 지은 정신질환자나 알코올·마약 중독자를 치료감호소에 수용해 치료하는 보호 처분이다.
정신질환 관련 범죄 급증…재범률도 강력범죄자보다 높아정신질환 관련 범죄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26일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2012년 5298건이었던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는 2021년 8850건으로 67% 급증했다. 전체 범죄에서 정신질환자의 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2년 0.29%에서 2021년 0.62%로 늘었다. 전체 강력범죄에서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가 차지하는 비율도 2012년 1.99%에서 2021년 2.42%로 증가했다.
법원에서 치료감호 판결을 선고받은 정신질환 범죄자는 치료감호소로 보내진다. 치료감호소는 간단히 말해 법무부에서 운영하는 정신과 병원이다. 이들은 약물치료뿐만 아니라 심리·음악·미술 치료 등 특수치료를 받는다.
정신질환 범죄자의 경우 질환을 치료하지 않고서는 형벌을 통한 교화와 재사회화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치료감호는 그 기간을 미리 정하지 않고, 6개월마다 법률가 6명과 의료인 3명으로 구성된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원회가 종료 여부를 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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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에서는 정신질환이 있는 범죄자의 경우 치료와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현주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병 환자들도 전문가들에게 관리받으면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며 "환자들이 약을 잘 먹으면 일상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 1명이 80명 관리?…"10명도 쉽지 않아"
이지혜 디자인기자 /사진=-
국립법무병원의 의사 정원은 총 20명이지만 현재 시간제 의사를 포함한 10명만 근무하고 있다. 이들이 담당하는 환자 수가 1인당 80명이 넘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관리와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홍 교수는 "환자 80명을 대상으로 아침에 회진을 돈다고 생각하면 1분씩만 해도 얼마나 걸리겠냐"며 "환자 상태를 평가하고 약을 처방하는 등 체크할 게 많은데 제대로 된 평가가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회진만으로 (업무가)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환자에게 맞는 처방을 계속 생각하고 환자가 난동을 피우는 등 문제가 생기는 것도 관리해야 된다"고 말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현재 한림대 병원 정신과 병동에 입원 환자가 약 20명이다. 전공의 8명과 스태프(Staff) 4명이 이들을 관리하고 있다. 스태프는 전공의를 마치고 전문의 자격증을 딴 지 최소 1년 이상 된 대학병원의 정식 교수다. 그는 "입원 환자들은 집중적인 치료와 면담이 필요하다"며 "의사 1명이 10명을 담당하기도 쉽지 않다. 80명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의사가 부족하다면 심리치료사라도 고용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교도소에 의사가 없고 매번 미달"이라며 "(교도소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국가 공무원이라서 연봉을 몇억원씩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교도소나 치료감호소에서 심리치료를 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의사를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인 심리사들을 교도관으로 더 많이 뽑는 방법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