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中 부호순위 보니…○○○ 지고, ○○○ 떴다[차이나는 중국]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2022.11.20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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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올해 중국 최고 부호인 종샨샨 농푸산취안 회장과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사진=인터넷올해 중국 최고 부호인 종샨샨 농푸산취안 회장과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사진=인터넷


중국 부호 순위를 보면 중국 경제, 심지어 경제를 둘러싼 정치 환경이 어떻게 바뀌는지 엿볼 수 있다. 중국만큼 부호순위가 자주 바뀌는 나라도 드물기 때문이다.

중국 후룬연구원에 따르면 10년 전 중국 10대 부호 중 텐센트의 마화텅만 올해 10위권에 진입했으며 나머지 9명은 10대 부호에서 사라졌다. 마화텅 역시 지난 1년간 재산이 두 번째로 많이 감소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 몇 년간 중국 재계에서 발생 중인 가장 큰 변화는 20년 가까이 부호순위를 독차지하던 부동산 재벌의 몰락과 정부 규제가 집중된 인터넷 기업의 쇠퇴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25%를 차지하던 부동산 산업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대형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 빈자리를 채운 건 중국 최대 배터리업체 CATL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체다. 중국 정부가 억제하는 산업과 육성하려는 산업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17년 중국 10대 부호 중 부동산 재벌 몰락, 인터넷 재벌 타격
최근 5년 中 부호순위 보니…○○○ 지고, ○○○ 떴다[차이나는 중국]
올해의 부호순위를 보는 것보다 부호 순위의 변화를 살펴보면 중국의 변화가 확연하게 느껴진다. 2017년을 살펴보자. 그 해 중국 최대 부호는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이 차지했다. 부동산업체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기로 당시 쉬 회장의 재산은 2900억 위안(약 54조원)에 달했다.

쉬 회장의 뒤를 텐센트 창업주 마화텅, 알리바바 설립자 마윈이 바짝 쫓으면서 나란히 2위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 뒤는 다시 부동산 재벌인 양후이옌 컨트리가든 회장과 왕지엔린 완다 회장이 순서대로 차지했다. 2017년 중국 10대 부호 중 1~5위를 부동산과 인터넷 재벌이 휩쓴 것이다.

그런데 올해 중국 10대 부호에는 부동산 재벌이 한 명도 없다. 중국 최대 부동산업체인 헝다그룹은 지난해 디폴트(채무불이행)상태에 빠진 후 존망의 기로에 서있다. 차입금에 의존한 공격적인 사업확장으로 급성장했지만, 부동산 경기가 꺾이자 과도한 부채가 헝다의 발목을 잡았다. 헝다의 부채규모는 무려 3000억 달러가 넘는다.


헝다에 이어 중국 최대 부동산 업체로 부상한 컨트리가든도 올해 상반기 순익이 96% 급감하며 주가가 급락했다. 양후이옌 회장은 올해 재산이 1100억 위안(약 20조3500억원)이 감소하면서 10대 부호에서 밀려났다. 왕지엔린 완다 회장도 일찌감치 자산매각에 나서며 부호 순위에서 빠지는 등 중국 부동산 재벌이 10위권에서 자취를 감췄다.

2017년 나란히 2, 3위를 차지한 마화텅과 마윈 역시 올해는 중국 부호 5위와 9위로 밀려났다. 2020년 10월 중국 금융당국 수장들 앞에서 국유은행을 '전당포' 수준이라고 팩폭한 마윈의 순위하락이 더 크다. 이날 마윈의 팩폭은 중국 정부의 인터넷 기업 길들이기와 대대적인 반독점 규제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17년 1월 9일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를 만난 마윈/사진=로이터2017년 1월 9일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를 만난 마윈/사진=로이터
참고로 마윈은 일반적인 중국 부호들과는 달리 적극적인 대외활동을 펼치면서 오래 전부터 중국 정부의 미운 털이 박혔다. 2017년 1월 마윈이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 타워에서 당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를 만나 미국 중소기업의 중국 진출을 도와 미국에 일자리 10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중국 공산당이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중국은 부호들이 영향력까지 가지는 걸 원치 않는다.

2022년 중국 10대 부호…제조업 영향력 커져
올해 중국 최고 부호 1~3위 자리를 차지한 건 생수업체 농푸산취안의 종샨샨 회장, 틱톡의 장이밍 전 회장, CATL의 쩡위친 회장이다. 부동산과 중국 대형 플랫폼 기업이 밑으로 내려오고 내수업종인 생수,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숏폼 동영상 플랫폼, 배터리업체가 자리를 차지했다.

최근 5년 中 부호순위 보니…○○○ 지고, ○○○ 떴다[차이나는 중국]
올해 중국 최고 부호인 종샨샨 회장(4550억 위안, 84조원)부터 보자. 종 회장은 농푸산취안(農夫山泉)과 완타이바이오의 최대 주주인데, 지분율이 각각 84.4%와 75.2%에 달할 정도로 높다. 정부 규제와 코로나19 영향을 덜 받는 생수업체가 주력 회사이기 때문에 재산이 오히려 17% 늘었다.

그 다음은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의 장이밍 전 회장이다. 올해 재산이 2450억 위안(약 45조3200억원)으로 28% 줄었지만, 2위 자리를 유지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빅테크 주가 조정으로 장 회장의 평가 재산이 줄었다. 다만, 올해 틱톡 매출액이 지난해 대비 약 150% 증가한 1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바이트댄스는 성장성을 인정받고 있다.

3위는 요즘 중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가인 쩡위친 CATL 회장이 차지했다. CATL은 글로벌 최대 배터리 업체로 성장하면서 중국 지방정부가 가장 유치하고 싶어하는 기업이 됐다. 쩡위친 회장 재산은 작년 대비 28% 감소한 2300억 위안(약 42조5500억원)이다. 지난해 급등했던 CATL 주가가 올해 조정받으면서 재산이 줄었다. 하지만, 현재 CATL 시가총액은 약 9400억 위안(약 174조원)으로 중국 기술주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지난 5년간의 중국 부호 순위 변화를 살펴보면 중국 부동산은 20여년간의 성장구간이 종료됐다. 범위를 넓혀서 보면 더 그렇다. 올해 재산이 50억 위안(약 9250억원)이상인 중국 부호는 1305명이었는데, 이중 부동산업종 비중은 9.9%로 작년 대비 1.6%포인트 감소했다. 한때 50%에 육박했던 비중이 10% 미만으로 하락한 것이다. 대신 제조업 비중은 12.9%로 지난해 대비 1.8%포인트 상승했다. 중국 경제의 축이 부동산에서 제조업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10위권에는 들지 못했지만,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 BYD의 왕촨푸 회장도 1450억 위안(약 26조8300억원)의 재산으로 14위를 기록했다. 신성장산업으로 각광받는 전기차·배터리 산업에서 CATL과 더불어 가장 각광받는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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