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수익까지는 먼길"...요금 깎더라도 '구독전쟁' 계속된다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22.11.0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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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을 티빙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진행된 '티빙X파라마운트+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티빙 2022.06.16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양지을 티빙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진행된 '티빙X파라마운트+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티빙 2022.06.16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사업은 수익이 발생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린다. 긴 안목으로 수익화를 이뤄내는 게 필요하다"

양지을 티빙 대표는 지난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열린 '2022 차세대 미디어주간' 행사에서 국내 OTT의 성장전략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국내 유료방송 가입 가구는 약 1900만, 유료 OTT 가입은 710만 가구 정도인 만큼 "OTT의 성장여력은 높다"면서도 플랫폼 사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장기전'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실제 주요 OTT는 이용자를 지속해서 끌어들이면서도, 비용을 효율화하기 위한 저마다의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세계 1위 OTT 사업자인 넷플릭스는 오는 4일 오전 1시부터 국내에서 '광고요금제'를 시행한다. 가격은 월 5500원이다. 현재 넷플릭스 한국 가격이 9500원(베이직)부터 시작하는 것을 고려하면 절반 수준이다.

가격이 저렴한 대신 이용자는 1시간당 평균 4~5분 가량의 광고를 봐야 한다. 콘텐츠 시작 전과 중간에 15초 또는 30초 길이의 광고가 노출된다. 또 해상도가 720p(HD)까지만 지원되며, 콘텐츠 다운로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라이선스 제한으로 일부 영화와 시리즈 시청도 제한된다. 업계는 넷플릭스가 광고요금제 출시로 줄곧 제기된 구독자와 매출 감소에 대한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본다.
넷플릭스는 또 콘텐츠 시청 정보 등을 담은 가입자 개인 프로필을 새로운 계정에 옮길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지난달 25일부터 국내에 도입했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새 계정을 만들 때 넷플릭스 이용 내역과 설정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지만, 결제 정보는 옮길 수 없다. 이에 일각에선 '계정 공유 금지'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넷플릭스가 올 3월 칠레, 코스타리카, 페루에서 계정 공유 금지를 시행하면서 프로필 이전 기능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제니차 로이터=뉴스1) 권진영 기자 = 스마트폰 위에 넷플릭스 로고가 띄워져 있다. 22.04.19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제니차 로이터=뉴스1) 권진영 기자 = 스마트폰 위에 넷플릭스 로고가 띄워져 있다. 22.04.19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내달 1일 시즌을 흡수하며 '국산 1위' OTT를 자신하는 티빙도 이용자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선 통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시즌 이용자들의 이탈 단속에 나섰다. 기존 시즌 유료 가입자는 오는 15일까지 시즌 앱에서 쿠폰을 발급·등록(25일까지)하면 티빙 스탠다드 1개월 이용권을 받을 수 있다. 이 밖에도 티빙은 연 단위의 장기 이용권 결제 시 정가의 40% 가량을 할인해주는 등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구독자 유치 경쟁을 위해선 상당한 출혈이 불가피하지만, 티빙은 이미 시즌과의 합병을 통해 콘텐츠 제작·수급 비용과 마케팅 비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올해 메가히트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IP(지식재산)을 보유한 KT스튜디오지니와 원활한 협업이 가능하고, 통신사인 KT와의 제휴를 통한 각종 시너지도 기대된다.

한편 넷플릭스와 티빙을 바짝 뒤쫓는 OTT들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국산 1위' 자리를 내주게 된 웨이브는 가입자 유치를 위한 프로모션은 물론 오는 2025년까지 1조원의 콘텐츠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넷플릭스·티빙·웨이브 등 '3강'을 위협하는 쿠팡플레이는 월 4990원의 저렴한 이용료에 모회사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를 얹어 가장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선 OTT 시장이 '톱3' 안팎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잡지 못하면 머지 않아 생존이 어려워지는 만큼, OTT 사업자들이 새는 돈을 줄이면서도 지속해서 이용자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넷플릭스의 국내 콘텐츠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세계시장에서도 먹히는 '가성비 높은' 투자인 만큼 계속되겠지만, 국내 여러 사업자들이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국내 사업자들이 몸값이 치솟은 스타 제작진이 아닌 신규 창작자를 발굴하거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등의 방편으로 비용지출을 효율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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