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랜드마크 꼭 가야지"…'마천루의 저주'에도 더 높이, 왜?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2.10.15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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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의 '똑소리']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555m 초고층 롯데월드타워

편집자주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 '똑소리'는 소비자의 눈과 귀, 입이 되어 유통가 구석구석을 톺아보는 코너입니다. 유통분야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재미있게 전달하겠습니다. 똑소리나는 소비생활, 시작해볼까요.

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롯데물산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롯데물산


"초고층 랜드마크 꼭 가야지"…'마천루의 저주'에도 더 높이, 왜?
얼마 전 대학을 함께 다닌 일본인 친구가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 친구는 서울 관광이 오랜만이라면서 '핫플'(핫 플레이스의 준말·인기 있는 곳)을 두루 살펴보고 싶다고 했다. 그가 첫 번째로 꼽은 곳은 '롯데월드타워'였다.

친구가 사는 도쿄는 지진이 빈발해 고층 건물을 잘 짓지 않은 탓에 세계적 도시에 걸맞지 않게 마천루가 부족하다. 도쿄에도 랜드마크(상징물) 격인 도쿄스카이트리(634m), 도쿄타워(333m) 등 높은 시설물이 있지만 이들은 건물이 아닌 탑이다. 반면 롯데월드타워는 123층, 555m 규모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초고층 빌딩이다.
(서울=뉴스1) = 플로렌타인 호프만의 작품 '러버덕'이 8년 만에 석촌호수에 돌아온 가운데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아쿠아리움에서도 연계 전시가 열린다. 사진은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관람객들이 서울 하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러버덕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롯데월드 제공) 2022.10.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 플로렌타인 호프만의 작품 '러버덕'이 8년 만에 석촌호수에 돌아온 가운데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아쿠아리움에서도 연계 전시가 열린다. 사진은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관람객들이 서울 하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러버덕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롯데월드 제공) 2022.10.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롯데월드타워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828m) △ 중국 상해 상하이타워(632m)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마카 클록 로얄타워(601m) △중국 선전 핑안금융센터(599m) 등에 이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5위를 차지하고 있다. 내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메르데카118(678.7m) 타워가 오픈하면 6위로 밀려나지만 여전히 세계 순위권을 유지한다.



친구는 자전거를 타고 롯데월드타워로 향하는 내내 저 멀리에 위치한 롯데월드타워를 보고 감탄했다. 유리 외벽에 반사된 햇빛도 예쁘고, 고층 빌딩이 만들어 낸 서울의 스카이라인도 아름답다는 것이다. 롯데월드타워는 약 4만2000장의 유리가 외벽을 둘러싸고 있다. 친구는 롯데월드타워 117~123층에 위치한 전망대 '서울스카이'에 올라가 서울을 한 눈에 담고 싶다며 한참 동안 대기 줄을 섰다.

그러고보니 나 역시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각 나라의 고층 랜드마크를 방문해왔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를 비롯해 영국 런던 더 샤드, 프랑스 파리 몽파르나스 타워,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대만 타이베이101 등을 찾아가 전망대에서 도심을 내려다보고 그곳에 위치한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야경을 즐기곤 했다. 도시 먼 곳에서 사진을 찍더라도 고층 빌딩이 멋진 전경을 만들어내 늘 아름다운 사진이 찍혔다.



부르즈 칼리파. /사진=두바이관광청 제공, 뉴스1부르즈 칼리파. /사진=두바이관광청 제공, 뉴스1
고층 빌딩이나 시설물은 손쉽게 각 나라의 상징물이 되곤 한다. 인어 몸에 사자 머리로 융합DNA의 싱가포르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상징물 '머라이언(Merlion)상'만이 존재했던 싱가포르는 고층 빌딩 마리나베이샌즈가 완공된 뒤 새로운 랜드마크를 갖게 됐다. 초고층 설치물로 건설 당시 흉물이란 말을 듣던 프랑스 파리 에펠탑도 완공 후엔 세계적 랜드마크로 거듭났다.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역시 연간 1500만 명이 찾는 유명 관광지가 됐다. 부르즈 칼리파 내부엔 축구장 60배 크기의 '두바이 몰'이 위치하는데, 두바이 몰의 연간 매출이 두바이 전체 경제의 5%를 차지할 정도다.

앞서 롯데그룹 창업주인 故신격호 명예회장 역시 서울의 랜드마크를 짓겠다는 일념으로 '숙원 사업'이던 롯데월드타워를 완공시켰다. 신 명예회장은 1987년 현 롯데월드타워 부지를 매입한 뒤 "외국 관광객들에게 계속 고궁만 보여줄 수는 없지 않냐"며 "외국인들이 찾아오고 싶어할 만큼 세계에 자랑할 만하고 후세에 길이 남을 수 있는 건축물을 세워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2017년 완공된 롯데월드타워를 찾은 신격호 명예회장. 롯데월드타워는 신 명예회장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사진제공=롯데지주2017년 완공된 롯데월드타워를 찾은 신격호 명예회장. 롯데월드타워는 신 명예회장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사진제공=롯데지주
롯데월드타워가 준공되는 동안 '마천루의 저주'(초고층 건물을 지으면 위기에 빠진다)가 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오픈 후 5년이 흐른 현재 이 같은 우려는 모두 불식됐다. 오히려 '랜드마크 효과' 또는 '마천루 효과'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왔다. 롯데월드타워·몰은 일일 주중 13만명, 주말 17만명의 방문객을 끌어모은다. 2017년 4월 개장 후 현재까지 누적 방문객은 2억3000만명이다. 이로써 연간 3조1000억원(생산유발효과 2조100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1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나타났고 2만여명 고용 효과도 구현됐다. 지역경제와의 융합도 눈에 띈다. 기존에 잠실 롯데월드나 롯데백화점 잠실점을 찾던 이용객에 롯데월드타워, 롯데월드몰 이용객까지 더해지며 잠실 지하 상가와 방이동 상권 등 인근 상권도 함께 부흥했다.


부산롯데타워 조감도. /사진=롯데쇼핑부산롯데타워 조감도. /사진=롯데쇼핑
이 같은 초고층 빌딩의 효과 때문에 국내에서도 너도나도 초고층 빌딩을 짓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 롯데그룹은 부산시에 부산롯데타워를 짓고 있다. 2025년에 340m 높이의 타워를 완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부산시는 부산롯데타워를 부산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게끔 만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인천에서도 151층 혹은 103층 규모의 인천타워를 송도에 지어야 하는지 여부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간다.

대전에서는 보문산에 150m 고층 타워를 짓겠다는 이들과 짓지 않아야한다는 이들 사이에 의견 대립이 팽팽하다. 일산에서는 CJ라이브시티가 88층 짜리 랜드마크 타워를 세운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지역민들의 반응이 뜨겁다. 전세계적으로도 초고층 빌딩 짓기 경쟁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제다에 건설 중인 킹덤 타워(1000m, 167층)가 완공되면 세계 최초로 1000m가 넘는 초고층 건물이 된다. 킹덤 타워는 2026년쯤 완공 예정이다.

88층 규모의 랜드마크타워 조감도. (사진=CJ라이브시티 제공)88층 규모의 랜드마크타워 조감도. (사진=CJ라이브시티 제공)
다만 '랜드마크 효과'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높은 마천루가 아닌, 지역과 효과적으로 어우러지고 독특하며 지역민과 융합돼야만 한다는 지적이다. 구동회 부산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는 '한국지역지리학회지'에 "마천루는 그저 높은 건물이 아니라 상징적 이미지"라며 "지역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반영하는 마천루를 지향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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