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 첫 번째 빔인출 시험 성공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22.10.1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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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 첫 번째 빔인출 성공 기념 사진, /사진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라온' 첫 번째 빔인출 성공 기념 사진, /사진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업비 1조5000억원을 투입, '단군 이래 최대 기초과학 프로젝트'로 평가받는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이 첫 번째 작동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는 지난 7일 오후 3시 3분 라온의 저에너지 가속구간 첫 번째 빔 인출 시험에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라온은 2010년 개념 설계를 시작으로 2021년 5월 시설 건설 완공,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난해 말 저에너지 구간 초전도 가속장치 설치를 완료한 한국형 중이온가속기다. 1조5183억원을 투입해 대전 유성구 신동지구에 구축했다.

연구소는 내년 3월 저에너지 가속장치(총 54기 가속모듈) 시운전을 목표로 가속시험 구간을 단계적으로 늘려가면서 빔 인출 시험을 수행할 계획인 가운데 이번에는 총 54기 중 전단부 5기 가속모듈에 대해 첫번째 빔 인출 시험을 수행했다.



빔 인출은 라온에서 중이온 입자를 가속해 빔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이런 빔을 만들려면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 우라늄 같은 무거운 입자를 광속의 절반 수준까지 가속해야 한다. 이 빔으로 다양한 희귀동위원소를 생성하고 그 특성을 규명하는 등 다양한 기초과학 연구를 할 수 있다.

이는 라온이 목표 성능대로 작동되는지 확인하는 첫 관문을 통과한 것이며, 극저온설비, 중앙제어장치 등 가속기 운영에 필요한 필수 제반 장치들과 연계한 성능도 확인한 결과다. 과기정통부는 "자동차에 비유하면 제작을 마친 후 시동을 걸어 주요 장치의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1단 기어로 저속 주행을 성공적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대형 국가연구개발 사업 중 하나인 가속기는 전하를 띤 입자를 전기장을 이용해 가속·충돌시키는 장치다. 가속되는 입자에 따라 중이온, 양성자, 전자 가속기로 분류된다. 이를 통해 물질의 기본인 원자핵의 내부 구조는 물론 각종 물질의 성질을 연구하는 데 활용한다.


그중 중이온가속기는 무거운 이온을 빠르게 가속한 후 표적 물질에 충돌시켜 기존에 발견되지 않았거나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지 않는 다양한 희귀동위원소를 생성하고 그 특성을 연구하는 시설이다. 라온은 방사광, 양성자, 중입자 등 다른 가속기와 달리 우라늄 같은 무거운 동위원소를 광속(초속 약30만㎞)의 50% 수준까지 가속해야 하는 극한 기술의 집약체다.

특히 라온은 가속목표 성능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미국 MSU(미시간주립대) FRIB 중이온가속기와 견줄만한 수준이다. 세계 최초로 두 가지 동위원소 생성방식(ISOL + IF)을 결합하도록 설계돼 보다 다양한 희귀동위원소를 생성할 수 있다.

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는 이번 빔인출 성공을 기반으로 단계적으로 빔 시운전을 확대해 내년에는 저에너지 전체 구간 시운전과 가속장치와 연계된 희귀동위원소 생성장치(ISOL), 저에너지 구간 실험장치의 빔 시운전도 병행한다. 이를 통해 2024년부터는 본격적인 빔 활용연구가 진행될 수 있도록 빔을 안정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홍승우 연구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희귀동위원소 가속기로 가는 첫 단계 성공에 대해 연구소 직원의 노고에 감사하고 소장으로서 매우 뜻깊게 생각하며, 내년 3월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저에너지 전체 구간 빔 시운전도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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