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출근 마세요" 괴물 태풍에 기업들도 공장 닫거나 재택근무(상보)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김도현 기자, 김성은 기자 2022.09.0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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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5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예보관이 태풍의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2022.9.5/ 사진 = 뉴스1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5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예보관이 태풍의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2022.9.5/ 사진 = 뉴스1


기업들이 5일 '매우 강' 수준인 제11호 태풍 힌남노 북상에 따라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전국에 100~300㎜의 많은 비와 성인 남성이나 커다란 돌이 날아갈 정도의 역대급 강풍을 동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각 기업들은 코로나19 시기 도입된 유연근무제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주요 공장들을 임시 휴업하는 등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수도권 지역 임직원들에게 '기상 여건에 따라 자율출퇴근제를 활용해 출근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해달라'는 메시지를 발송했다. 힌남노의 영향으로 수도권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피해 발생 전 선제적으로 내린 조치다. 정상적으로 근무가 어려운 임직원의 경우 부서장과 협의해 재택근무를 실시한다.



LG전자는 시행 중인 자율근무제 실시를 독려하고 부서별로 출근 시간을 조정하고 있으며, 내일 하루 동안 경북 구미 사업장을 임시 휴업하기로 결정했다. 경남 창원 사업장은 내일 오전 쉬고, 오후부터 정상 근무한다. 그리고 비상근무체제를 가동해 사업장 내 배수로 정비와 입간판 정리 등 피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유연근무제를 적극 활용해 탄력적인 근무를 시행 중이다.

/사진 = 김지영 디자인기자/사진 = 김지영 디자인기자
업계가 선제적으로 태풍 대응에 나선 것은 지난달 수도권을 중심으로 5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던 시기 직장인들의 출퇴근 관련 피해가 컸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특히 강남과 서초·여의도 등 한강 이남에 본사가 위치한 기업들의 경우 출퇴근 시간이 최대 2~3배까지 늘고, 차량 침수가 잇따르면서 재택근무를 적극 시행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됐다.



태풍 영향을 직접 받는 조선업계는 발빠르게 휴무를 결정했다. 조선 3사(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는 오는 6일 오전 근무를 휴업하며, 종합상황실을 운영하며 힌남노 대비 태세에 들어갔다. 에너지업계도 논의 끝에 휴무를 결정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태풍의 영향권에 있는 창원 공장에서 근무하는 현장 직원들에게 오는 6일 휴무를 주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24시간 가동이 필수적인 반도체 생산공장의 경우 근무형태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주요 라인 중 피해가 발생한 지역은 없으나, 잠시라도 멈출 경우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태풍이 영향을 주는 지역이더라도 유연근무제를 실시하기 어렵다. 지난 7월 일본의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의 공장이 4호 태풍 에어리의 영향으로 낙뢰를 맞으면서 90%의 생산 설비가 가동을 중단하고, 2주간 반도체 생산에 타격을 입었다.

정유·화학업계도 공장 가동을 멈출 수 없어 특별한 이상 현상이 생기지 않는 한 가동 중단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여수나 울산 등 남쪽에 주요 공장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비상 상황실을 운영하는 한편 시설물을 점검하고 피해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등 실시간 대응에 나섰다. 또 원유선이나 제품선의 항만 입항도 5~6일 이틀간 중단해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연근무제가 이미 정착되어 있기 때문에 사무직 등 근무시간 조정이 쉬운 직군의 경우 선제적으로 대응이 가능하지만, 반도체 생산이나 정유·화학공장 등 생산 직군은 운영을 중단하기 어렵다"라며" 태풍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조정하거나 근무 형태를 임시로 변경하는 등 여러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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