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오세훈 "피 토하는 심정" 그 후…55살 '세운상가'의 변신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2022.07.2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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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복합단지 조성 등 재개발 '분주'
종묘~퇴계로 잇는 녹지공간 계획도

22일 세운상가 주변으로 신축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 /사진=방윤영 기자22일 세운상가 주변으로 신축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 /사진=방윤영 기자


"세운상가 위로 올라가서 종로, 청계천, 을지로를 보면서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장기 표류한 도심 재개발의 신속한 재추진을 다짐하며 한 말이다. 이 말대로 시청에서 차로 10분 거리,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중구 세운상가 일대는 대표적인 낙후지역으로 꼽힌다. 1968년 지어져 올해로 55년이 된 세운상가 주변으로 키 낮은 낡은 상가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주민들은 "서울 중심지인데 제대로 된 화장실도 없어 판자촌과 다름 없다"며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데 창피할 정도"라고 토로한다.

전임 시장의 '보존' 위주 도시재생 철학에 발이 묶였던 세운상가 일대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22일 찾은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 현장에는 낡은 건물들 사이로 곳곳에서 신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내년 입주를 앞둔 주거복합단지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이 최고 27층 건물 골조 공사를 한창 진행 중이다. 현재 분양 중인 생활숙박시설 '세운 푸르지오 G-팰리스'(옛 세운 푸르지오 그래비티)도 점차 건물 외관을 갖춰가고 있다. 세운4 구역에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약 2000가구 규모의 주거시설과 오피스 등이 들어서는 복합상업건축물이 조성될 예정인데 터파기 공사를 앞두고 건물 철거가 진행 중이다.



주민들은 장기간 방치돼 슬럼화된 세운지구가 재개발을 통해 도심을 대표하는 대규모 주거복합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10년 넘게 개발이 좌절됐으나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에는 서울 도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변신할 거란 기대감이 높다"며 "서울 노른자 땅을 언제까지 놀릴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22일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인 세운4구역 모습 /사진=방윤영 기자22일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인 세운4구역 모습 /사진=방윤영 기자
세운지구는 오 시장이 "피를 토하는 심정"이라며 개발 계획을 다시 세우겠다는 의지를 밝힌 곳이다. 오 시장은 지난 4월 고밀·복합 개발과 녹지공간을 동시에 확보하는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가장 먼저 세운지구에 적용한다고 강조했다. 종묘에서 퇴계로로 이어지는 세운지구 44만㎡를 재정비해 고층 빌딩과 14만㎡의 녹지·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세운지구 재개발 계획의 핵심은 층수와 용적률 완화다. 현재 90m로 제한된 건축물 높이를 120m로 높이고 600% 이하로 제한된 용적률 규제도 풀어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된다.

22일 세운상가에서 바라본 종묘 /사진=방윤영 기자22일 세운상가에서 바라본 종묘 /사진=방윤영 기자
개발이 완료된 세운1 구역은 박물관이 들어섰다. 세운3 구역 총 10개의 정비구역은 사업시행인가를 완료하고 5개 구역은 공사를 시작했다. 세운5 구역 2개 구역은 사업시행인가를 완료하고 착공을 준비 중이다. 가장 개발속도가 더딘 세운2 구역은 시가 마련 중인 정비계획안을 기다리고 있다.

부동산 디벨로퍼 한호건설그룹은 세운지구 내 14개 구역에서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 세운 푸르지오 헤리시티 등 총 3700가구를 공급했다. SH가 개발 중인 세운4 구역과 합쳐 총 5000여 가구 규모의 도심 주거복합타운이 완성될 전망이다.


특히 시 정비계획을 반영해 대규모 녹지·공원이 완성되면 세운지구를 통해 종묘, 창덕궁, 창경궁 등 도심 고궁을 산책하듯 오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북한산을 조망할 수 있고 남산, 청계천, 고궁, 박물관 등을 걸어갈 수 있는 새로운 도심 속 주거복합 공간이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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